날이 점점 추워진다. 나이의 앞자리가 3을 넘어가면서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게 느껴진다. 비가 오는 날에는 달리기 하다 다친 관절이 쑤시고 하루를 밤새우면 이틀은 방전되는 현실. 조치가 필요했다. 설리, 스윙스 등 연예인들이 애용한다는 크라이오 테라피를 해보기로 했다.
크라이오 테라피(cryotherapy)는 ‘차가운’이란 의미의 그리스어 ‘크라이오(cryo)’와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therapy)’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영하 110~170도의 냉동 캡슐 안에서 알몸으로 3분간 버티는 냉찜질이다. 급격히 떨어진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엔도르핀이 분비돼 피로가 풀리는 효과가 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때 소모하는 열량은 약 500kcal(라는 것이 크라이오 테라피 회사의 주장). 원래는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요법이다.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부종, 통증 완화에도 좋아 호날두, 네이마르, 메이웨더 등 스포츠 스타들도 애용한다. 최근에야 국내에 도입했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요법이기도 하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피부, 체형관리숍.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웅장한 냉동 캡슐이 위엄을 뽐낸다. “옷을 다 벗고 이 장갑과 부츠를 신어주세요.” 혹시나 동상에 걸릴 것에 대비해 장갑과 부츠를 신는다. 알몸에 장갑이라니. 생에 처음 입어보는 난해한 패션이다. 찝찝하면 착용하라고 1회용 속옷도 주셨지만 알몸으로 영하 170도를 느껴보기로 했다.
옷을 다 벗고 가운만 걸친 채 직원을 호출했다. 그리고는 캡슐 안에 들어가서 가운을 벗어 그녀에게 넘겼다. 캡슐 안에서 장갑과 부츠를 신은 알몸으로 멀뚱멀뚱 서있었다. 직원분이 아이패드를 들고 앞에 서서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이제 서서히 온도가 내려갈 거예요. 서서히 종아리가 당기실 겁니다.” 한겨울에 알몸으로 밖에 나간 것처럼 찬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직원이 앞에 서서 온도와 남은 시간을 체크해준다.
그 사람은 옷을 입었는데 난 알몸이어서 좀 그랬지만 한기 때문에 잡생각이 점점 가셨다. 처음에는 견딜만했는데, 너무 추워서 소리를 질렀다. 직원이 말했던 것처럼 종아리가 당기기 시작했다. 추위에 근육이 수축해서 그런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1분 남았습니다.” 남은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으악, 너무 추워요. 살려주세요!” 마치 냉동실의 꽁치 같았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더니 크라이오 테라피가 딱 그랬다. 오들오들 떨면서 이빨을 딱딱 부딪히면서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직원분이 주는 따뜻한 허브티를 마시며 10분 정도 회복 시간을 가졌다. 체온을 회복하면서 피로가 풀리는 원리라더니 점점 몸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체온이 돌아오자 언제 추웠냐는 듯 콧물도 쏙 들어갔다. 총 소요시간 20분 남짓. 정말 빠른 시간 내에 피로가 풀렸다. 가격 부담만 조금 덜 수 있다면 매일 방문하고 싶다. 참고로 가격은 1회에 8만 원이다.
크라이오 테라피 후기
1. 조금 부끄럽다.
2. 엄청 춥다.
3. 피로가 회복된 건지 몸이 가볍다.
4. 그날 밤은 숙면했다.
5. 살이 빠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녁에 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6. 세상에 3분이 이렇게나 긴 시간이었다니!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박한빛누리
- 사진
- Kevin Goodrich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