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친구도 빨간 차도 갖고 싶지만 그보다 더 원하는 건 풍성한 모발. 하염없이 떨어지는 한 올 한 올을 주워 담고 싶은 심정이라면, 하루속히 탈모 케어에 돌입해야 한다.
남자가 가장 기분이 좋은 날은? 머리가 원하는 대로 잘 만져진 날이다. 사춘기부터 시작했으니 족히 10년은 넘게 매일 아침 공을 들이는데도 매번 쉽지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까다롭기만 하다. 빠지는 머리카락의 절대적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스타일만 신경 쓰면 그만이었는데, 어느새 커버가 주목적. 시간도 적잖이 걸린다. 이리저리 해보다 마음처럼 안 되면 그냥 캡을 쓴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기분도 별로다. “악순환이죠. 숱이 적거나 머리 손질이 귀찮아서 비니나 캡을 즐겨 쓰는 남성이 많은데, 이게 또 두피에는 최악이거든요. 두피열은 쌓이는데 통풍은 안 되고, 땀이 차서 습하고. 비듬균이나 여드름균 같은 곰팡이가 번식하기에도 딱 좋죠.” 블레스 바버샵 대표 예원상은 탈모나 여드름 같은 두피 트러블로 매장을 찾는 고객 가운데 상당수가 모자 착용을 즐긴다고 말했다. 세탁이 어려운 헬멧은 말할 것도 없다. 르네휘테르 트레이닝팀 정성희 역시 이에 동의했다. “고온 다습한 환경은 피지와 땀의 분비를 증가시켜 두피 모낭염, 피부염, 지루성 피부 질환의 원인이 되죠. 특히 더운 계절에 증세가 심해지는데, 이를 방치하면 탈모로 진행될 수 있어요.” 너무 더워 머리 만질 힘도 없었던, 그래서 자연스레 무언가 씌울 것을 찾았던 지난 계절이 한여름 밤의 악몽처럼 뇌리를 스치는가? 때는 바야흐로 환절기. 동물이 겨울맞이 털갈이를 하듯 우리의 모발도 성장을 마치고 본격적인 휴지기에 접어든다. 샴푸 후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뭉테기’는 가슴 아프지만, 동시에 그만큼 빈집에서 새로운 성장기를 맞이할 모근도 늘었다는 의미. 그러니 지금이 바로 앞으로의 모발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과연 탈모 헤어인가?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떠나는 머리카락도 붙잡을 수 있는 법. 먼저 두피다. 르네휘테르 트레이닝팀 정성희는 건강한 두피의 기본 척도로 빛깔을 꼽았다. “가장 이상적인 두피는 미색의 우윳빛을 띱니다. 건강할수록 아주 투명하죠.” 두피가 얇으면 미세혈관이 비치기도 하는데, 그로 인한 붉은빛과 염증이나 트러블로 인한 붉음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탈모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두피는 누런 빛을 띠는 것이 일반적. “두피를 여기저기 가볍게 눌러보세요. 이때 개운하지 않고,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가 있다면 두피 케어가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이희 헤어&스파 서래마을점 대표 트로콜로지스트 조은선의 설명이다. 체하거나 속이 안 좋을 때 손바닥을 누르면 아픈 것과 같은 이치다. 다음은 모발이다. 윤기나 부드러움을 따지는 건 사치. 무조건 개수가 중요하다. 정상적인 두피에서는 모근 하나당 굵기가 비슷한 2~3개의 모발이 자라나는데, 육안으로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굵기. 현재 내 몸에서 가장 건
강한 모발(보통은 뒷목 위쪽 뒤통수 아랫부분이 그렇다)과 이마 쪽 헤어 라인 등 탈모가 의심되는 곳의 모발 굵기를 비교해보면 된다. 한 올 한 올이 아쉬우니 굳이 뽑지는 말자. 진짜 탈모라면,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비벼보는 것 만으로도 그 차이가 느껴질 테니까.
탈모가 의심된다면 샴푸부터 바꿔라 새로운 샴푸가 필요한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세정력이다. 두피 케어의 핵심은 모근을 열어 굵고 건강한 모발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론상으로는 노폐물, 피지, 각질이 모근의 문을 닫는 범인으로 주목되지만, 현실에서의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매일 아침 사용하는 헤어 스타일링제의 잔여물이다. 제품 자체가 탈모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샴푸 후에도 두피나 모발에 남아 있는 이런 화학 제품의 성분은 모근을 막고, 두피를 자극하며, 모발의 성장을 방해한다. 그러니 실리콘이나 왁스, 젤 성분까지 말끔하게 제거해줄 탁월한 세정력은 샴푸가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 그다음으로 따져봐야 할 점은 내 두피 타입과 맞는지의 여부다. 두피도 얼굴 피부와 마찬가지로 지성, 건성, 중성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건강한 두피가 있다면 당연히 민감하고 예민한 두피도 존재한다. 그러니 1+1 행사에 혹해서 아무 샴푸나 사는 일은 지양하도록. 와인피부과 김홍석 원장은 문제성 두피일수록 순한 처방의 약알카리성 샴푸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특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설페이트 계열의 음이온 계면활성제를 사용했거나, 파라벤과 같은 방부제 성분을 많이 넣은 제품은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모발이 건강해지는 샴푸법 샴푸를 바꿨다면 샴푸법도 바꿔야 한다. 먼저, 물 온도를 체크하자. 뜨거운(혹은 차가운) 물로 박박 씻어야 개운한 느낌이 들겠지만, 두피가 좋아하는 건 체온과 비슷한 미온수. 뜨거운 물은 두피에 자극이 될뿐더러 두피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유분마저 앗아가고, 찬물에는 피지나 유분기가 말끔히 제거되기 어렵다.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 교육부 최희정은 샴푸 전 브러싱을 추천했다. “’톡톡’ 치듯이 마사지하거나 두피를 쓸어준다는 기분으로 모발 뿌리 부분까지 가볍게 빗어주세요. 머리카락에 붙은 먼지와 헤어스타일링제 등의 불순물을 일차적으로 걸러내고 뭉친 림프를 자극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샴푸는 손바닥에 덜어 거품을 먼저 낸 다음 머리에 도포하는데, 이때 손톱이 아닌 손가락의 지문 부분을 이용해 자근자근 마사지한다. “평소 샴푸 후에도 개운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바로 씻어내지 말고 2~3분간 방치했다가 헹궈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르네휘테르 트레이닝팀 정성희의 꿀팁. 매일의 샴푸로도 제거되지 않는 묵은 각질과 과도한 피지는 일주일에 1~2번 전용 스케일링 제품을 사용해 케어한다.
샴푸는 스스로, 탈모 치료는 전문가에게 홈케어가 번거롭다면 헤드 스파도 고려할 만하다. “탈모로 고민인 사람 가운데 자고 나면 뒷목이나 베개가 흠뻑 젖는 사람이 있어요. 내장 질환이 있거나 몸에 열이 많은데 이를 발산하지 못해 머리로 올라오는 경우죠. 쿨링 관리로 두피의 열을 빼주면 증세가 금세 호전되는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블레스 바버샵 대표 예원상은 한 달에 1~3번 꾸준한 관리로 초기 탈모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희 헤어&스파 서래마을점 대표 트로콜로지스트 조은선도 지성이나 트러블성 두피 케어는 전문 관리가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루성 두피는 여드름 등 뾰루지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케어하기 위해 전문적인 관리가 필
요하죠. 토닉을 통한 피지 분비량 조절에도 탁월하고요.” 탈모 유전 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잦은 술자리, 과도한 스트레스, 피로, 호르몬 이상 등의 이유로 증세가 심한 경우에는 병원 치료도 고려할 만하다. “탈모는 근본적으로 남성 호르몬의 이상에서 비롯됩니다. 이를 조절하는 약으로 대부분의 초기 탈모는 호전될 수 있습니다.” 와인피부과 김홍석 원장은 먹는 약이 부담스럽다면 ‘미녹시딜’ 같은 발모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탈모가 심한 경우 모낭 주사나 모발 이식 등의 시술도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시술하더라도 재발 위험이 있으므로 약은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컨트리뷰팅 에디터
- 김희진
- 포토그래퍼
- 박종원
- 모델
- 이태균
- 헤어
- 이선영
- 메이크업
- 오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