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누구도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믿음은 다양한 의미와 결과로 삶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
<더블유>와 나이키가, 그리고 용감한 세 여자인 뮤지션 엠버와 씨피카, 안무가 이유정이 당신을 지지한다.
‘스포츠’라는 말은 많은 결을 품고 있다. 국가 단위의 시선이 향하는 지구촌 축제부터 동네 공원에서 친구들과 땀을 쏟는 일, 팀과 팀이 경쟁하는 것부터 나 홀로 목표 지점을 향해 한강 주변을 달리는 일, 그리고 아이에서 어른에 이르는 다양한 군상이 펼치는 생활 스포츠까지, 이 원초적이고 복잡한 육체적 행위는 세상의 모든 구성원과 다양한 방식으로 얽힌다. 그러나 ‘몸을 쓴다’는 그 특성 때문에, ‘스포츠와 여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취급받던 시절도 있었다. 1967년, 남성만 참여 가능했던 보스턴 마라톤에 나타나 대회 관계자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완주한 달리기 선수 캐서린 스위처는 스포츠 세계에서 신호탄을 쏘아 올린 여성으로 남아 있다. 2018년 서울, 우리는, 여성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늘 여성이 자기다운 모습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스스로를 표현하길 지지하는 <더블유>, 그리고 정신없이 바쁜 도시 속에서도 여성이 운동을 통해 최대치의 퍼포먼스를 내도록 혁신을 거듭해온 나이키가 귀중한 DNA를 공유했다. 도전할 줄 알고, 자기만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그 에너지를 발판 삼아 다시 진보하는 여성을 포착하는 것. 최근 ‘멈출 수 없는 강인함(Unstoppable Power)’이라는 구호로 여성을 향한 메시지를 전한 나이키다. 세상 누구도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믿음은 스포츠가 품은 많은 결처럼 다양한 의미와 결과로 삶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유정은 원 밀리언 스튜디오 소속 안무가다. 매일 춤 연습을하고, 안무를 짜고, 수강생들에게 춤을 가르치면서 전문 댄서로 무대에 선다. 이유정의 안무엔 유독 긴 팔을 쭉쭉 뻗는 동작이 많다. “팔을 길게 뻗을 때면 팔을 따라 잡힌 근육 모양이 눈에 잘 띄어요. 오른손잡이라 오른쪽 근육이 왼쪽보다 훨씬 잘 발달돼 있는 것도 보이고요.” 그녀는 10대 때 육상 선수로 활동했다. 근육이 밸런스 있게 잘 잡힌 이유정의 다리엔 과거 육상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운동과 춤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운동은 춤이라는 행위를 위해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하는 것. “제 몸이 좋은 줄 알았는데, PT를 한 번 받고 나니까 튼튼한 줄 알았던 하체가 약하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부족한 부분에 맞춰 운동을 해봤더니 확실히 몸의 겉과 속이 모두 달라졌어요. 놀라웠죠.”
바쁜 스케줄 탓에 예전만큼 운동을 하진 못하지만, 대신 그녀는 춤이라는 에너지를 매일 발산하며 산다. 수강생들에게 안무를 보여주기 위해 춤을 한 차례 추고 나면, 그저 시연이 아니라 쇼를 마친 기분이라고. 안무를 짤 때와 수업을 진행할 때는 너무 힘들어도 안무를 한 편의 쇼로 완성해냈을 때, 그리고 수강생들이 안무를 습득하고 실력이 늘면서 행복해하는 게 보일 때, 그녀 또한 큰 행복을 느낀다. 아이러니하게도 춤을 출 때보다는 춤을 추고 나서가 더 행복하다. 춤추는 시간에는 집중과 노력이 있을 뿐이니까. “우리 모두의 꿈은 결국 행복하게 사는 거 아닐까요? 사람마다 그 스타일과 접근 방식이 다를 뿐이겠죠. 저는 꿈을 정해놓고 사는 타입이 아니에요. 계획대로 살기보다 즉흥적으로 살아요. 그 즉흥성에 따라 고등학생 때 처음 접한 춤을 제 인생의 길로 택했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죠.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춤을 배우고, 원 밀리언 스튜디오를 만나 지금에 이르렀어요. 그 과정을 통해 내가 행복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그걸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같이 행복해지고 싶다는, 예전에 비하면 조금은 구체적인 꿈이 생겼어요. 현재에 충실하면서 살자는 것.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서울에서 걸그룹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엠버는 이제 당대 여성의 롤모델로 성장 중이다. 엠버에게 서울은 ‘초심’을 떠올리게 하는 도시다. 여기서 음악을 시작했고, 어른이 됐다. 물론 엠버는 톰보이 스타일 외양 때문에 편견에 찬 반응이나 지적을 곧잘 받아왔는데, 그건 요즘도 여전하다고. 그러나 그녀가 뭔가를 하고 싶은 의지를 보일 때 주변에서 부정적인 반응이나 힘 빠지는 소리를 하면, 이제 긍정적인 상황으로 자신을 밀어붙일 줄 알게 됐다. “안 좋은 말을 들으면 마음속에 담아뒀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니까 다 상처로 남더라고요. 이제는 좋지 않은 말을 들어도 오히려 힘을 받아요. 강한 동기 부여가 된달까요. 예를 들어 작년에 제가 달리기 운동을 정식으로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좀 말렸어요. ‘너 그동안 다친 곳들 많잖아’, ‘또 부상당하면 어떻게 하려고’라면서.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눈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그걸 넘을 생각을 하면 되지 않아요? ‘난 그냥 달릴 건데?’ 해버렸죠.” 물론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 꼭 필요한 건 의지뿐이 아니다. 과학자처럼 무수한 실패를 거쳐 성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선 ‘스마트함’이 필요하다는 걸 엠버는 녹음실 안에서부터 진작 깨달았다. 똑같은 구절을 수차례 노래해야 할 때는 무조건 반복할 게 아니라 이것저것 다양한 변주와 시도를 해야 하니까. “운동을 할 때나, 취미로 영상 작업을 할 때나 마찬가지예요. 여러 가지 길을 두고 계속 시도하면서 가장 적합한 길과 방법을 찾는 거죠.”
엠버는 최근 친구들과 방탄소년단의 ‘Fake Love’를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엠버가 직접 디렉팅하고 출연도 했다. “혼혈 친구가 있는데 한국말을 모르거든요. ‘Fake Love’ 부분을 계속 듣다 보니 그게 ‘베이컨 러브’처럼 들렸대요(웃음). ‘바꿨어’라는 한국말도 ‘꿨어’ 부분 때문에 ‘크로아상’과 비슷하게 들린다거나… 그래서 개사를 하고 재밌게 한번 찍어봤어요.” 이 영상물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엠버는 대형 베이컨 옷을 입고 열심히 ‘베이컨 러브’를 외친다. 영상 작업은 재밌자고 하는 거지만, 처음 시작한 계기는 있다. “저는 항상 찍히는 사람이잖아요. 어느 순간 저에 관한 영상을 제가 찍고 편집까지 다 하면 어떻게 나올까, 내가 더 나답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영상 찍는 게 최근의 가벼운 취미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무거운 취미죠(웃음).” 엠버는 하반기에 신나는 팝 EDM풍의 싱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뮤지션 씨피카(Cifika)는 올 상반기에 미국 20개 도시를 돌며 투어를 했다. 두 번째 EP <Prism> 발표와 함께 진행한 생애 첫 투어였다. 투어 중 텍사스에서 3월마다 열리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도 참가했다. 영화, 음악, 게임과 IT 콘퍼런스를 아우르는 이 축제는 멋지고 유익한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사운드클라우드에 그녀가 올린 음악을 시작으로, 2016년에 발표한 첫 번째 EP, 몽환적인 주문을 거는 듯한 노래 ‘DOOROOGO’, 오혁과 함께 부른 ‘MOMOM(몸마음)’ 등, 씨피카의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신나거나 시끄럽지 않을 때도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한다. 이내 주문에 순응하듯 취하지만.
화보 촬영일, 씨피카는 조금 큰 듯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래위 둘 다 사실 남자 옷이에요.” 씨피카에게 ‘여성’ 혹은 ‘남성’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씨피카의 삶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음악 안에서는 성별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본인을 여성이라고 지나치게 인지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편견일지 몰라요. 우리는 모두 하나의 인간이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어떤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 수 있어요.” 나이키와 함께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구호를 외치며 <더블유> 화보 촬영을 하는 도중 씨피카가 말했다. “영혼에는 성별이 없잖아요. 생각에도 성별이 없고요. 저는 제 자신을 특별히 여성이라고 인식하지 않아요. ‘난 여자라서 못 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여자라는 이유로 특혜를 바란 적도 없어요.”
어쩌면 ‘여성’에 방점을 두고서 진취적인 여자를 찾아 나서는 여정의 끝에는 씨피카가 말한, 여성도 남성도 아닌 한 ‘인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남자보다 약하니까’, ‘여자는 그래야 하니까’ 등등 여자라는 이유를 걸고 넘어지는 무수한 전제들 속에 한 인간으로 우뚝 서기 위해, 우리는 용감하고 강인한 여성을 앞세우는 것이다. 씨피카는 종종 철학 책의 구절을 문자로 보내준다는 어머니가 전한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소개했다.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유전자는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유전자래요. 멋진 말이죠? 몸의 비율이 좋다거나, 똑똑해서 훌륭한 회사에 다닌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강한 마음으로 이겨내는 이야기가 더 아름다워요. 어려움이 닥치면 그걸 해결하고, 이제 숨 좀 돌릴 것 같으면 다시 어려움이 닥치고… 그런 과정 자체가 삶의 밸런스 같아요. 슬픔이 있어야 기쁨을 잘 느끼고, 다운을 겪고 나면 업을 더 즐기게 되죠.” 씨피카는 올 하반기,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EDM 페스티벌인 ‘암스테르담 댄스 이벤트(ADE)’에 참여할 생각으로 신이 나 있다. 한때 곡을 발표하고 잡히는 공연이 없어 우울한 날을 보내던 그녀를 이제 대중이, 다른 아티스트가, 또 국제 무대에서 알아준다.
한 사람의 가능성은 역경이 닥쳤을 때 여실히 드러난다. 그 고난이 정신적인 부분이든 육체적인 성질이든, 그 시간을 이겨낸 자의 레벨은 과거보다 분명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운동을 통해 몸을 단련하는 것처럼, 마음도 근육처럼 단련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엠버의 경우, 그녀는 음악 작업을 할 때와 몸 쓰는 운동을 할 때 완전히 반대되는 면이 튀어나온다고 한다. 일을 할 때는 제법 겁이 없고 에너지가 있는데, 운동할 때는 오히려 겁쟁이가 된다는 것. 사람들이 “네가 어떻게 달리기를 하니?”라고 할 때는 “왜 못 해? 난 달릴 거야”라고 하지만, 막상 힘든 운동을 시키려 하는 트레이너 앞에선 “그걸 어떻게 해요” “싫어요” 같은 징징대는 말을 곧잘 하는 게 운동을 배우는 자의 심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나를 믿는 것보다 트레이너나 운동에 능한 주변 사람이 나를 더 믿어주는 듯할 때, 겁을 뒤로하고 도전해본 작은 일이 성공할 때, ‘다음’에 부딪칠 용기가 생긴다. 엠버가 말한다. “음악 작업을 할 때나 일을 할 때면 머리가 굉장히 아파요. 말도 못 하게 예민하죠. 그런데 운동을 할 때는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들어요. ‘이거 하고 싶다, 해야겠다’, ‘난 달릴 것이다’ 같은 생각요. 뛰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하죠.” 당신이 지금 품고 있는 한 가지 생각은 뭔가? 그 하나의 생각이 일으키는 에너지가 생활의 다른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더블유>와 나이키가, 그리고 여기 용감한 세 여자인 이유정, 씨피카, 엠버가 당신을 지지한다.
- 피쳐 에디터
- 권은경
- 패션 에디터
- 정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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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피카, 엠버, 이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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