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 보양식에 술 한 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폭염. 워터파크만큼 겨터파크도 성수기다. 무더위의 등짝을 후려칠 보양식 가게 세 곳을 다녀왔다. 고급스러운데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맛있는 술과 함께라는 것.
한남동 ‘더 훈(THE HOON)’
<마스터셰프 코리아 4>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던 송훈 셰프가 한남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름하여 ‘THE HOON’. 자신 있게 그의 이름을 내걸고 주특기인 아메리칸 모던 다이닝을 선보인다. 흔히 뉴욕 음식은 ‘기름진 패스트푸드’를 떠올리기 십상인데, 더훈은 오로지 제철 재료만 사용. 깔끔하고 담백한 메뉴로만 구성했다. 인테리어 역시 그가 일했던 뉴욕 맨하튼의 레스토랑에서 영감을 받았다.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프라이빗 한 공간,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송훈 셰프가 보양식으로 추천한 요리는 ‘훈스 치킨 카프레제 샌드위치’. 보양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닭. 가슴살을 부들부들하게 익혀 타임허브를 첨가하여 잡내를 없앴다. 입에 넣자마자 닭이 혀 위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카프레제(발사믹, 토마토, 치즈)를 베이스로 하여 상큼한 맛이 난다. 여기에 송훈 셰프가 직접 추천하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 더훈에서 보유한 와인 종류는 무려 140여 개로 한남동 최대 규모다.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독서당로 87, THE HOON
파크 하얏트의 ‘더 팀버 하우스(The Timber House)’
없던 늦둥이도 생긴다는 장어의 위력. 그만큼 기력 회복, 피부미용, 남성에게는 정력에 좋은 음식으로 손꼽힌다. 파크 하얏트의 더 팀버 하우스에서는 여름철 몸보신을 위해 ‘장어&보드카’를 엮었다. 이하늬와 윤계상처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하천을 뜻하는 ‘풍천’, 이곳에서 자란 장어는 염도가 높지 않고 힘이 좋아 최고의 장어로 손꼽히는데 더 팀버 하우스는 매일 새벽 공수한 전라북도 고창의 풍천 장어로 요리를 준비한다. 장어 덮밥은 일본식 피클, 미소 장국, 해초 요리와 함께 나온다. 특제 소스를 머금고 숯불 향이 그윽하게 베인 장어 향이 침샘을 자극한다. 쌀밥에, 계란 노른자, 대파와 고추냉이, 그리고 통통한 장어 한 점을 얹어 먹으니 입안 가득 담백한 맛이 감돈다. 칵테일 한 잔을 머금으니 장어가 식도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모세혈관까지 장어의 기력으로 꿈틀 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 평일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는 6만 9천원에 풍천 장어 덮밥, 소바와 ‘벨루가(Beluga) 베이스 칵테일, 생맥주, 사케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김혜자 선생님도 울고 갈 정도로 착한 가격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606 파크 하얏트서울 더 팀버 하우스
옥반상
기력이 달리고 더위에 헉헉거릴 때면 어머니가 푹 고아준 곰탕 생각이 간절하다. 뽀얀 국물에 도가니와 수육을 듬성듬성 썰어 넣고 갓 지은 쌀밥에 깍두기를 얹어먹으면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곰탕이 서민음식이라지만 막상 먹으려고 보면 부담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나 곰탕 먹고 왔어!’라고 자랑하듯 짙게 배는 고기 냄새, ‘이 가격 주고 먹을 음식인가’ 싶을 정도로 애매한 가격. 결국 발길을 돌려 다른 음식을 먹곤 했다. 경복궁역 근처에 생긴 ‘옥반상’은 그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고급스러운 카페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 심지어 곰탕에 싱글 몰트 위스키를 엮었다. 이름하여 ‘곰스키’. 소주가 아닌 위스키라니(물론 전국 각지의 소주와 맥주도 있다). 비와 태진아가 만나 ‘비진아’라는 이름으로 ‘LA SONG’을 부를 때만큼이나 신선하다. 바야흐로 곰탕도 우아하게 먹는 시대다. 메인 메뉴 나주곰탕에는 숟가락이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수육과 벌집양이 가득하다. 국물은 깔끔하고 깊은 맛이 난다. 고기는 치아에 낄 틈도 없이 사르르 녹는다. 간단히 점심 먹으러 갔다가 얼큰하게 취해서 나왔다. 보양식이 아니라 완전 위스키 도둑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 101 필운빌딩 1층 옥반상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박한빛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