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소개팅을 겪었던 남녀의 하소연. 그리고 소개팅에 도움 되는 약간의 조언들. 당신의 소개팅은 어떠셨나요?
소개팅이라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과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신다는 게. 어지간히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고서야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 결혼정보 회사 가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8%가 소개팅 주선을 거절하거나 만남에 피로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한다. 소개팅 주선을 피할 때 쓰는 단골 멘트 1위는 ‘네가 아까워서 소개를 못해주겠어(42%)’라고(휴, 그래서 내 주변에 날 아껴주는 친구들이 많았구나). 성공적인 소개팅을 위해서 돼지머리를 두고 고사라도 지내야 할까? 아니다. 아주 작은 센스가 사랑을 부르는 법이다.
“소개팅 장소에 전혀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포토샵을 한 게 아니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아예 다른 사람 말이다. 그래서 “OO 씨 맞으세요?” 물으니까 맞다고 했다. 왜 프로필 사진이 다르냐고 하니까 인스타그램에서 퍼왔다며 당당했다. 어이가 없고 표정관리도 안 돼서 20분 정도 이야기 하다가 일어났다.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 인성이 못된 사람이었다.“_김하연(패션 전공 대학생)
“밤샘 비행을 다녀온 날이었다.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는데 마침 햇살도 따사롭고 마시는 티가 따뜻해서 노곤노곤해졌다. 자꾸 눈이 감기는 걸 억지로 참으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소개팅이 끝난 뒤, 주선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소개팅에서 자는 사람이 어디 있니? 그동안 만났던 여자 중에 최악이라더라. 기본 예의가 없는 거라며.” 휴. 그분 참 괜찮았는데 보기 좋게 까였다. 내가 애프터를 못 받은 유일한 날이다.“_김슬기(승무원)
“무척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만나기 전부터 카카오톡으로 자기 셀카를 보내거나 밥 먹는 메뉴 사진, 자신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자꾸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아직 만나지도 않은 상태였고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이라 거부감이 들었다. 어찌어찌 만나긴 했는데 “저는 몇 번째예요?” 예의 없이 과거 연애사를 묻는 걸 보고 정이 확 떨어졌다.“_김효인(디자이너)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제발 저 사람은 아니길. 제발. 제발. 제발!’ 속으로 외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평소에 안 입던 치마를 두르고 구두까지 신고 갔는데 그는 대학생처럼 청바지에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 운동화에 백팩을 메고 나왔다. 자기가 잘 아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따라갔다. 이게 웬걸. 4000원짜리 제육볶음에 순두부찌개가 나오는 학생들이 자주가는 백반집이었다. 속으로 ‘아, 학생들만 아는 맛집이구나’며 위안했다. 근데 자기도 천호동 쪽에 살아서 신촌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니 그럼 왜 신촌에서 만나자고 한 거지? 그 자리에서 그만 연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_박가림(회사원)
소개팅에 도움 되는 몇 가지 Tip
첫 만남은 카페에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좋은 약속 장소로는 ‘카페(31.2%)’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49.2%가 주말 오후를 선호한다고. 시간은 대략 4시 즈음으로 정하자. 한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고 느낌이 괜찮다면 저녁을 먹으러 가기에 적절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아 시끄럽거나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 보는 눈이 많은 프랜차이즈 카페는 피하자.
만남 전 연락은 약속 장소 정도만
알지 못하는 상대와 대화를 나누길 꺼려 하는 이들이 많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상황이라면 메시지로 약속시간과 장소만 정하고 대화는 나중을 위해 아껴두는 편이 좋다. 쓸데없는 말장난이나 아재개그도 피할 것. 소개팅 전에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통화하다가도 막상 만났을 때 별로라 연락이 뚝 끊기는 상황도 허다하다.
양자택일로 질문하기
데이트 코스를 정할 때 꼭 두 개 이상의 선택권을 준다. “근처에 유명한 일식집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는데 어떤 것을 드시겠어요?”라고 질문하자. ‘아무거나’라고 성의 없이 말하는 것보다 주관이 들어가고 준비를 한 것처럼 보인다.
Manner Makes Man
소개팅 남녀의 상당수(43.7%)가 상대방의 대화 매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거슬리는 대화 내용으로는 외모 지적, 과거 연애사 질문, 사회생활 대한 훈계, 허세, 자기자랑, 설레발, 험담, 종업원에게 함부로 하는 행위 등으로 나타났다. 제발, 묻지도 않은 앞으로의 다짐이나 꿈, 목표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말 것. 백해무익하다.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첫 만남부터 “연예인 OO 닮으신 것 같아요.” 칭찬하는 건 좋지 않다. 상대방이 살면서 수백 번 들어봤을 말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하는 칭찬보다는 그 사람이 오늘 신경 쓴 부분, 대화 내용에서 칭찬거리를 찾아라. 이를테면 “오늘 그 옷에 스니커즈가 정말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운동을 좋아하신다고요? 직장인이 그렇게 시간 내서 자기관리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세요.” 같은 칭찬이 좋다.
가벼운 초콜릿이나 캔디 사기
가벼운 선물은 호감을 높일 수 있다. 5천원 미만의 작은 향초나 디퓨져가 적당하다.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면 편의점에서 초콜릿이나 캔디를 사도 괜찮다. 커피와 같이 먹으라고 살며시 내민다면 상대방도 부담 없고 분위기도 밝아진다. 실제로 정말 유용한 꿀팁.
다음 만남의 복선 깔기
보통은 맛집이나 영화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벤져스> 같은 히어로 영화 좋아하세요? 괜찮으시다면 며칠 뒤에 <앤트맨과 와스프> 개봉하는 데 같이 보러 가실까요?” 식의 질문을 넌지시 던지자.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는 동시에 다음 약속도 잡을 수 있다.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박한빛누리
- 사진
- giph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