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여왕, 김연아의 귀환!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역사를 함께 써가는 오메가와 인연을 맺은 김연아. 뷰파인더 너머로 영원히 기억될 그녀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W Korea>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대사로 종종 얼굴을 보게 되어 반갑다. 이제 곧 개막인데 기분이 어떤가?
유치 확정이 된 이후로 계속 홍보 활동을 해오면서도 그날이 언제 올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 잘 치러져야 할 텐데 하는 걱정도 생긴다. 긴장과 기대가 뒤섞여 있다.
현역 선수로 겪은 지난 두 차례 올림픽도 여러모로 떠오를 것 같다.
선수 시절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나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해보지 못한 귀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점도 있겠지만 더 긴장하고 부담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든다.
지난달 인터뷰한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동계 스포츠 종목들의 현장감에 대해 강조하더라.
모든 스포츠가 실제로 보는 것과 TV 중계가 많이 다를 거다. 그중에서도 피겨를 포함한 동계 스포츠 종목들은 현장에서 느껴지는 스피드와 박진감이 아주 강렬하다. 화면으로 볼 때와는 확실히 다른 짜릿함이 있을 거다. 직접 와서 본다면 경기 내용을 떠나서도, 함께 응원하는 관중석의 분위기만으로도 흥분되지 않을까 싶다.
관중석에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을 때, 혹은 그 반대일 때 선수로서 의 사기도 달라질까?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 나라 선수를 응원한다고 내가 위축되거나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그들일 뿐이다. 나 역시 나대로 교민들이나 한국에서부터 응원 와주신 분들이 있어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힘을 얻었다. 하지만 국제 대회, 특히 올림픽에서 다수의 관중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 그 속에서 경기를 펼친다는 건 아주 색다른 경험일 것 같다.
요즘은 뭘 하면서 지내고 있나? 근황이 궁금하다.
특별한 건 없고, 대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거의 전부다. 쉬는 시간에는 지인들과 만나기도 하면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 활동 위주로 공식 석상에 참여하거나 이런 촬영을 하기도 하고.
브랜드 앰배서더가 되기 전에는 오메가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었나?
오래전부터 알긴 했지만 밴쿠버와 소치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탑, 그리고 ‘오피셜 타임키퍼’ 라는 문구가 특히 인상에 남았다.
기록 경기가 아닌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타임키핑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쇼트 프로그램은 2분 30초에서 50초,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은 3분 50초에서 4분 10초의 길이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야 한다. 또 쇼트는 1분 30초, 프리 프로그램은 2분 등 중반 이후에 뛰는 점프는 가산점이 있다. 프로그램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의 체력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프나 다른 기술의 구성을 어디에 배치할지 선수들마다 시간을 면밀하게 고려하면서 전략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UN 총회 연단에 서서 평화와 인류애를 언급하는 스피치를 하는 건 운동 선수로서는 하기 힘든 경험이다. 경기할 때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대담했던 당신이지만, 자신의 분야가 아닌 과업을 해내야 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 가운데 나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은 편이라 그런 국제 기구의 공식석상에 서기에는 사실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어쨌거나 나에게 주어진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실수 없이 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긴장하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편하게 했다.
워낙 멘탈이 강한 당신이니 어떤 역할이나 임무가 주어져도 긴장은 안 할 것 같다.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나?
확실히 좀 무덤덤한 면이 있다. 성격적으로 외부의 무언가,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동요되는 부분이 없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웃음). 선수로서 좋은 성격을 가지고 세상에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스스로도 할 정도라 운동하면서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나도 사람이니까 큰 경기에 나가거나 하면 긴장이 안 될 수는 없는데 많은 경기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힌 것 같다.
시간의 숙성을 거치고 나면 다른 기억을 남기는 경험이 있는 것 같다. 첫 우승을 했던 2009년 월드 챔피언십, 그리고 두 번의 올림픽 때를 두고 눈물이 났던 순간이라고 은퇴 직후에 회고한 걸 봤는데, 지금은 또 다른 의미가 생겼나?
선수 시절에나 은퇴 직후에는 내 경기 영상을 많이 봤다. 그때의 기분을 더 생생하게 느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안 보게 되더라. 지금 내가 누리는 명예나 성취는 물론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얻은 거지만 과거에 너무 기대서 계속 그걸 추억하는 건 성격상 안 맞다. 그 시절은 소중하지만 그냥 지난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상실감을 느끼거나 은퇴 이후에 허전해하는 분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 시절을 자꾸 돌아보거나 그러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었고 나에게 없어선 안 될 고마운 시간이었지만 과거일 뿐이라 생각한다.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 바로 그 무덤덤한 성격이, 은퇴 이후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면 앞일은 어떤가? 당신이 기대하는 나이나 마음에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있나?
글쎄, 먼 미래를 잘 생각하지 않아서… 당장 가까운 미래만 보기 때문에 특별히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앞으로를 꼼꼼하게 계획하면서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계획을 세우고 지키기보다 그저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잘 늙으면 되지 않을까.
피겨 여자 싱글 대표가 곧 결정된다. 후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후보 선수들과 가끔 연락도 하며 가까이 지내지만, 최대한 지켜만 보는 입장이다. 선배라고 조언한들 그 선수들에게 얼마나 와닿을까? 특히 중요한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안 그래도 긴장 상태이고 예민해 있는 선수들을 믿고 멀찌감치 한 발 떨어져서 지켜봐줄 필요가 있다. 다만 해주고 싶은 말은, 부상을 당하거나 슬럼프가 와도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게 정말 부담될 수 있을 거다. 혹시 긴장하거나 실수해서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 순간을 즐기면 좋겠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오래 해야 할 테니까.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고, 추억으로 남길 만한 일임에 분명하다.
더 많은 화보 컷과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2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피처 에디터
- 황선우
-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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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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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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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영(정샘물 인스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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