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의 문학

이채민

가즈오 이시구로를 읽기에 좋을 때다. 노벨 문학상이라는 건 새 책을 고를 때 좋은 핑계가 되어주니까.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인이지만 영국에서 성장해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다. SF부터 판타지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불완전한 기억 혹은 회한을 돌아보는 섬세한 시선을 가졌다.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인이지만 영국에서 성장해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다. SF부터 판타지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불완전한 기억 혹은 회한을 돌아보는 섬세한 시선을 가졌다.


<남아 있는 나날>을 영화로 먼저 접했을 때, 이 단정하고 품위 있는 이야기의 원작자는 E.M 포스터일 거라고 생각했다. 머천트 & 아이보리 프로덕션의 다른 영화들인 <하워즈엔드> <전망 좋은 방>과 같은 영국 역사물이라고 무의식중에 연관 지은 것이다. 귀족에 대한 의무와 봉사로 채워진 집사의 삶을 우아하게 그리는 이 소설의 작가가 일본 출신의 작가라는 걸 머잖아 알게 되었지만, 소재나 문체에서 느껴지는 영국적인 인상이 영 틀린 것은 아니었다. 가즈오가 나가사키에 산 건 다섯 살까지로, 이민 후에 영국인으로 살아가며 영어로 소설을 썼으니까. <남아 있는 나날>과 더불어 가장 널리 알려진 이시구로의 작품은 <나를 보내지 마>일 것이다. SF이고 기숙학교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의 이야기이지만,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미세한 균열들을 심어놓고 묵직한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서술 방식이 닮았다. 지난 시간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선과 인간의 존엄에 대해 던지는 질문 또한. 뮤지션이 될 뻔했으며, 재즈 가수 스테이시 켄트의 작사가로도 활약한 이 작가가 음악을 소재로 쓴 단편집 <녹턴>도 종종 언급되는 작품. 작가의 데뷔 초창기인 1980년대에 쓴 <창백한 언덕 풍경>, 그리고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제2차 세계대전, 특히 원폭 이후의 황량한 일본이 배경이다. 무엇을 고르건, 가즈오는 현존하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중 전작주의를 시도할 만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장편 소설 7권, 단편집 1권이란 한 작가를 알아가기에 적절한 분량이다.

에디터
황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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