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히 한 시대였다. 세상을 흔들었고 기준을 바꿨고 역사를 썼던 소녀시대의 지난 10년, 그리고 미래.
윤아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방영을 앞두고 있다. 사전 제작이라 촬영이 끝났는데도 출연 배우들과 자주 만나더라.
출석률이 하도 좋아서 서로 대학 생활 하는 거 같다고 얘기할 정도다. 작가님이 캐릭터 설정에 내 성격을 담아주신 부분도 있고, 현장 가서 딱히 뭘 하려고 하지 말고 너대로 놀고 오면 된다고 하셨다. 편안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다.
멤버들 가운데 가장 꾸준히 연기를 해왔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어떤 면에서 느꼈고, 또 어떻게 뛰어넘었나?
내 경우 소시 데뷔 한두 달 전에 드라마 데뷔를 먼저 했다. 물론 부족한 면이 많았겠지만, 열심히 하는 신인이라고 잘 봐주신 편이었다. 그러다 촬영 중간에 앨범이 나오면서 소녀시대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었는데, 그 후 평가에 있어 더 냉정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대 위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다 보니 그 이미지가 먼저 인식되어서 연기하는 내가 어색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연기는 아직도 어렵다. 아이돌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요즘엔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기보다 연기 자체를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계속 드는 거 같다. 아이돌 출신으로 뛰어난 배우도 많아서 이제 편견이 예전보다는 덜한 것 같다.
첫 영화였던 <공조>의 김성훈 감독이 ‘똑똑한 배우, 물 흐르듯 타고난 감각이 있다’고 평했던데. 스스로는 배우로서의 강점이 어떤 면이라고 생각하나?
배우로서의 강점까지는 너무 거창한 이야기 같지만, 감성적인 걸 좋아한다.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고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배우가 어떻게 느끼는가와 느끼는 만큼 보여주는가는 다른 문제긴 하다.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점도 화면으로는 훨씬 안 보이기도 한다. 강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에게서 좋아하는 개성 중 하나는 목소리다. 발랄한 음성일 거라 예상하는 분들도 막상 듣고 중저음이라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 톤이 늘 마음에 들었다. 다른 배우들 가운데서도 낮은 톤을 가진 분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김지원 배우가 그렇다.
소녀시대 10주년을 맞는 감흥이 어떤가?
7년 정도로 느껴지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갔나 싶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다른 선배님들은 멋지고 대단해 보였는데 정작 나에게 가장 크게 와닿는 건 시간이 빨리 지났다는 거다. 약간은 으쓱한 기분도 든다.
지난 10년 동안 멤버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경험이 쌓이면서 다들 실력도 늘고 성장했다. 긴장하거나 어색했던 점들이 편안해졌고. 성격적으로 가장 변화한 건 막내 서현인 것 같다. 내성적이었는데 지금은 좀 더 활발해지고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성격이 되었다. 그건 본인의 노력이기도, 멤버들의 영향이기도 할 거다. 티파니 언니 경우는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어서 이제 웬만한 인터뷰는 단어 선택을 적절히 해가면서 잘 해낸다.
써니
데뷔 10주년을 맞는 감회가 어떤가?
원래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뭔가를 꾸준히 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10년 이상 하고 있는 건 일이 유일하다. 살다 보면 허무한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마다 소녀시대를 10년 해왔다는 게 버팀목이 되는 거 같다. 게다가 나 혼자 10년을 해왔다면 외로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경험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게. 멤버들, 팬들, 가족, 오래 함께 일해온 스태프들. 지난 시간이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 같다. 10년째인데도 또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행운인 거 같고.
얼마 전 생일 팬미팅 때 팬들에게 줄 선물을 일일이 고르고 포장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생일 날짜에 맞추어서 515명을 초대하고 준비했는데, 막상 선물을 주고 나니까 그동안 받은 것에 비하면 너무 적어서 미안했다. 팬들은 어떻게 매번 뚝딱뚝딱 준비해서 줬을까 대단하게 느껴졌다. 역지사지의 입장을 가져볼 수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멤버들이 어떻게 달라진 것 같나?
물론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던 친구들이긴 하지만 데뷔 때는 어리고 처음이기 때문에 수동적인 여자아이들이었다면 이제 더 주도적이 되었고 경험에서 오는 안정감도 있다. 다들 자기가 잘하는 게 뭔지 잘 알고, 그걸 위해 여전히 노력한다. 지금은 멤버 각자가 어디 가서 뭘 한다고 해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활동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나?
몸이나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에도 그 안에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고, 지나오니 도움 된 부분이 있었다는 느낌이다. 각자 사춘기처럼 개인적인 슬럼프도 있었고, 팀의 어려움을 함께 겪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결국 도움이 되는 건 서로였던 거 같다. 같은 경험을 하는, 해왔던 사이가 주는 위로가 있었다.
아이돌이나 연습생 후배가 많아졌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의 나이에 맞게,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하고 싶은 건 뭐든 시도해보면 좋을 거 같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정말 잘하는 것,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을 알게 된다. 환상이 아니라 실재에 다가가면서 그 일과 나 자신과의 케미도 알게 되고. 다만 성공도 실패도 자기가 떠안아야 하는 거니까 너무 쉽게 봐서는 안 되겠지만. 또 하나 실질적인 조언이라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웃음).
티파니
오늘 촬영은 어땠나?
이번 더블유 커버에 대해 가장 의욕적인 사람이 나였을 거다. 소녀시대 10주년을 기념하면서, 패션적으로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남기고 싶었다. 나 혼자의 화보 촬영은 간간이 있었지만 여덟 다 함께는 오랜만이기도 해서 같이 예쁘게 기록을 남긴다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우리가 모여 있을 때 아주 근사한 그림이 나오니까.
다른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성격인 것 같다.
연습생으로서는 내가 준비 기간이 짧았다. 7년간 연습한 멤버가 있는데 나는 3년 정도 했으니까. 우리 멤버들을 내 롤모델로 삼기도 했고, 최고라는 걸 계속 확인해왔다. 멤버의 맥시멈을 늘 상상하고 꿈꾼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은 관계의 비결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사뭇 다른 태도다.
출발 자체가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중3 때 이미 집과 가족을 다 떠나서 여기 왔으니까. 처음부터 멤버들을 사랑한 거 같다(웃음). 10년 내내 가망 없는 로맨티스트였다. 뭘 봐도 생각이 나고, 내 모든 걸 알고 있어서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가족 같은 존재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도 부끄럽지 않게 잘하고 싶어지고.
당신에게 소녀시대란 어떤 의미인가?
소녀시대는 내가 좋은 것만 배워가는 공간 같다.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명예이고 운명이다. 다시 태어나도 소녀시대 멤버 중 한 명이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이 공간을 사랑한다. 이번에 컴백을 준비하면서 데뷔했을 때의 처음 영상부터 다시 돌려봤다. 10주년이란 관계에서나 우정으로나 팀으로서나 굉장한 이정표니까. 내 동료들이지만 대단한 게, 음반을 내지 않을 때는 쉬지 않고 연기나 예능이나 뭔가를 항상 해왔다. 우리 모두 참 콘텐츠가 많더라.
얘기한 것처럼 낭만주의자인 당신이기 때문에, 데뷔 10년을 맞는 감격이 클 것 같다.
90년대를 떠올리면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영화 <클루리스>가 생각나듯 2007년을 회상할 때 자연스럽게 우리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 촬영한 더블유 커버도 그 그림의 일부가 됐으면 좋겠다. 세월이 흘러서 소녀라는 단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린 이렇게 존재하고 어디도 안 가는데(웃음)? 각자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또 뭉치고 싶을때 뭉치는 게 우리 아닌가. 따로 또 같이, 그게 소녀시대다.
유리
이전 인터뷰에서 ‘소녀시대라는 이름에 거는 기대치가 있으니 부담스러웠다’고 한 적이 있다. 여전히 그런가? 당신에게 소시라는 타이틀은 어떤 이름인가?
소녀시대라는 이름으로 늘 과하게 큰 사랑과 기대를 받는다고 느껴왔다. 그래서 감사하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여기에 누가 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충분히 즐기고 행복한 반면에 부담감도 들고 애틋함도 생겼다. 앞으로 내가 어떤 도전을 하든 소녀시대라는 이름이 큰 힘을 줄 거 같고 동시에 무겁기도 할 거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감흥은 어떤가?
한 해 한 해의 일상이 쌓여 10년이 된 것 같다. 2년 만의 컴백인 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마치 생일을 덤덤하게 맞는 것처럼 크게 특별하진 않았다. 매 순간 감사하긴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유는 한 번도 이게 끝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인 거 같다.
데뷔 때와 비교해보면 어떻게 달라졌나?
내 경우 원대한 꿈을 꾸며 소시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와 춤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 수학여행 다니듯이 재미있게 지냈다. 치열한 순간이 많았지만 즐기면서 하다 보니까 지금 여기까지 온 거 같다.
10년 동안 팀을 함께하면서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었나?
여전히 어렵고 조심스럽다. 어떤 면에서는 10년 전보다 더. 내 경우는 멤버들이나 소녀시대라는 그룹에 대해서 소중함을 느끼는 만큼 거리를 두려고 한다. 여럿의 단체 생활이고, 서로 원치 않아도 비교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는 그게 더 오랫동안 무던하게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인 거 같다. 이제는 가족처럼, 부대끼는 시기를 다 지나서 서로를 귀여워하는 시기인 거 같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걸그룹들이 차례로 공식 해체하는 과정을 보면서 어떤 감회가 들었나?
그들의 선택과 결정이 충분히 이해됐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 한 가지밖에 없다고 하니까. 열심히 활동했고 좋은 곡을 남겨줬다는 게 고마웠다.
그동안의 활동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했던 곡이나 퍼포먼스는 언제였나?
성취감 있는 어떤 걸 해냈을 때 가장 살아있는 것 같고 행복을 느낀다. 대중의 반응과 별개로 그런 무대들이 나에게는 흥미로운 시이었다. 안무의 난이도도 높고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캐치미 이프 유 캔’ 같은 경우 그런 면에서 내 마음속에서 특별하다. ‘키싱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다시는 할 수 없는 어떤 곡 같다. 그 당시 활동할 때 우리의 바이브가, 에너지가 떠오르기에 나에게 순수하고 기념비적인 곡이다.
데뷔 곡인 ‘다시 만난 세계’는 지난해 광장에서 널리 불리면서 젊은 세대의 ‘아침 이슬’이 되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촛불 집회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봤나?
영상을 몇 번이나 봤고, 가슴이 벅차서 울기도 했다. 가수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 순간이었다. 내가 이 일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고 음악이나 퍼포먼스로 전달했던 영감이 실현된 거니까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데뷔 당시에는 가사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채 맑은 눈으로 흉내 내는 거였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들이 더 와닿더라. 에디터 | 황선우
수영
작년 말 미국 더블유닷컴과 함께한 K-POP 월드 특집으로 만났을 때, 20대 후반이 되니 싱숭생숭 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요즘은 어떤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여전히 싱숭생숭한 편이었다. 앨범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까진 시간이 좀 남아 있던 때, 마침 9월부터 방송할 주말 드라마 섭외가 들어와서 대본도 안보고 하기로 결정했다. 충분히 쉰 상태라 다시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웹 드라마도 촬영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젠 시청률이나 개런티, 분량, 방송사 등을 떠나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구나 깨달았달까? 좋은 사람들과 한 과정을 공유하는 일 자체가 즐겁더라.
‘소녀시대 10주년’이라고 하면 어떤 감회가 드나?
우선 ‘벌써 10년이나 됐나?’ 싶다. 나이 들었다는 느낌이 날까봐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소녀시대가 내 삶 자체였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됐다는 생각도 안 든다. 얼마 전 우리가 어릴 때 했던 무대를 멤버들과 같이 봤는데 귀여운 척하는 모습이 참 대책 없더라(웃음). 예쁘게 보이려고 애쓴 그 어린 멤버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정말 예뻐 보이기도 해서 한 명씩 ‘쓰담쓰담’ 해주고 싶었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어떤 부분을 가장 고민했나?
10주년이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하는 시선이 클 텐데, 사실 그 기대를 너무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음악을 고르기 전까지는 나도 고민이 컸지만, 음악을 딱 듣는 순간 ‘그래 이게 소녀시대지’ 느낌이 왔다. 결과적으로, 10주년을 맞은 우리에게 대중이 바라는 바로 그 모습일 것 같다.
팀이 위태로운 순간에 수영은 주로 어떤 행동을 하거나 태도를 취했나? 그리고 그런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던 데는 어떤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나?
때로는 가만히 있었고, 때로는 나서서 해결하기도 했다. 어떤 일이건 모두 같은 상황을 겪어본 사이기 때문에 위기가 올 때마다 ‘너는 왜 그래?’보다 ‘나도 그랬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다. 가만히 있다가 누가 ‘아!’ 하기만 해도 그게 어떤 감정 때문에 나온 탄식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단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희생과 인내 아닐까? 내가 희생할 때가 있다면, 내가 제멋대로일 때 뒤에서 희생하는 멤버도 있는 법이다.
데뷔 후 지금까지,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낄 만한 부분은 어떤 점인가?
말했다시피, 인내할 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우리 중 누군가는 아침 6시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나머지 멤버들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또 누군가는 똑같이 새벽에 일을 마친 상황에서 차를 타고 다른 멤버들이 차례로 내린 후에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건 그룹 활동을 하면 당연히 겪어야 할 일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생활을 10년 동안 해온 우리에겐 당연하지만은 않은 부분이었다. 물론 우리끼리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상대할 때나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아도 인내하는 편이다.
소녀시대를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한 가지씩 꼽아본다면?
얻은 것은 경험과 추억, 잃은 게 있다면 시간이다. 추억과 시간을 다른 쓰임새로 언급하니 모순 같기도 한데, 정말로 추억은 얻었지만 시간을 잃었다. 얻은 게 훨씬 많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다.
효연
바로 얼마 전 ‘워너비’라는 솔로곡을 발표했다. 귀여움과 멋짐이 공존하기 쉽지 않은데 두 인상이 다 있었다.
예전에 ‘미스터리’라는 곡으로 처음 솔로 활동을 했을 때는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나고 보니 그건 나만의 색깔을 잃었다는 뜻 같더라. 이번에는 멋진 퍼포먼스를 살리고자 했다. 최근 자닛 잭슨과 마돈나의 영상에 자꾸 손이 간다. 자닛 잭슨이 군무, 팝핀, 로킹 등의 춤을 추는 걸 보면서 그런 안무에 대한 관심도 되살아났다.
효연은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이 뭔가?
내가 칭찬에 목말라 있는 편이라 칭찬은 웬만하면 다 좋은데(웃음). 솔직히 예전에는 예쁘다, 예뻐졌다는 말이 좋았다. 이젠 매력 있다는 말이 가장 좋다. 내 색깔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럼 예뻐 보이고 싶던 시절에 어떤 노력을 했나?
모니터링을 열심히 했다. 특히 멤버들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면서 그들의 좋은 점을 찾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보통은 모니터링하면 자기 것만 본다던데. 자신이 아닌 멤버들을 더 모니터링했다니, 이거 흔치 않은 종류의 발언이다(웃음).
그때는 연습실 거울 속의 나와 화면에 비치는 내가 어떻게 다른지도 잘 몰랐다. 다만 화면에 비치는 날 보면 내 모습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노력이 부족한가?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 여러 생각을 했는데,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예쁜 게 아니었다. 멤버들을 모니터링한 건 우리 멤버들이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대중이 한목소리를 낼 때는 그 말이 맞는 것 같거든.
그런 이야기를 다 하는 것 보니 지금은 그때와 다른 마인드가 이미 자리 잡았다는 의미 같다. 이렇게 솔직한 효연이라면, 당시 멤버들에게도 그 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을 텐데?
‘소원을 말해봐’를 할 때 쇼트 팬츠 밑으로 드러난 유리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모든 스타일이 내 눈엔 다 예뻤다. 그래서 유리에게 ‘이 곡은 너를 위한 곡이야’라는 말도 했다. 그럼 유리가 쑥스러워했지.
태연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뭔가?
일단 짧은 파트 안에서 포인트를 나타내는 게 좀 어렵게 느껴졌다. 솔로 활동을 한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최근까지만 해도 혼자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길게 한 곡을 이끌어갔으니까.
여럿이 나눠 짧은 파트 안에 매력을 녹여내는 일이라면 베테랑 아닌가?
내가 독특한 음색을 가진 편은 아니다. 그래서 짧은 파트를 임팩트 있게 표현해내는 일이 지금껏 쉽진 않았다. 녹음하면서 어떻게 하면 멤버들과 흐름을 잘 맞출지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멤버들 중 처음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솔로곡인 ‘I’가 곡이 좋았고, 곡을 낼 때마다 반응도 뜨거웠다. 솔로 활동을 통해 얻은 자산은 뭔가?
좀 더 디테일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다 나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소녀시대로 있을 때는 딱히 정한 건 아니어도 각자가 자연스레 맡고 있는 역할이나 매력이 있는데, 그런 걸 나 혼자 다 보여줘야 했다.
음악적 주도권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면 좀 해소됐을 텐데.
난 오히려 주도권을 내려놓고 최대한 맞추거나 응하는 편이다. 솔로 때는 내가 편해야 표현이 잘되더라. 팀에서는 나 혼자 편할 수가 없으니 최대한 맞춘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내가 큰 의견을 내기보다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도와줄 때 그들 생각을 잘 듣는 것도 편하고 좋다. 이번에도 그들이 생각하는 소녀시대 10주년은 어떤지 들어보는 게 좋았고.
앨범에 참여한 스태프들과 소녀시대 10주년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나눴나?
힘을 주기보다는 팬들과 오랜 시간 함께 흘러온 것을 축하하고 즐기는 분위기로 가보자, 기념일처럼 치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언젠가 속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어려워 작사를 잘 안 한다는 말을 했다. 아티스트로 활동한 기간이 늘어날수록 자신을 더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게 일반적인데, 좀 의외였다.
나도 내가 왜 그럴까 고민을 좀 해봤다. 다른 것보다 특히 가사에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아마 사람들의 오해를 신경 쓴 탓에 자기 방어적인 면이 생긴 게 아닐까 한다. 같은 말을 두고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 해석하는 일이 생긴다. 만약 내가 상상해서 어떤 이야기를 쓴다 해도 누군가는 그게 내 실화라고 여길 수 있다. 솔직히 말해, 그런 상황이 좀 겁나기도 한다.
그럼 태연은 어떤 식으로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음, 그저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말을 했다가 ‘태연, 작사 안 해’ 식으로 해석되는 일이 생길까봐 또 조심스럽다. 지금 시점이 꼭 가사를 적극적으로 쓸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일 뿐, 앞으로 어떤 계기나 영감이 생겨 죽죽 쓰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서현
MBC 주말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지현우, 김지훈과 주연으로 임하고 있다. 무려 50부작짜리 장기전인데 소화할 만한가?
생각보다 아주 재밌다. 처음 시작할 땐 50부작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이만큼 왔구나 싶고. 늘 두세 가지 일을 병행하고 살았기 때문에 스케줄 소화하는 데 웬만큼 단련이 됐다. 운동할 시간은 따로 없어서 비타민이나 음식을 잘 챙겨 먹으려고 한다. 안무 연습이 곧 운동이겠지?
그런데 드라마에서 ‘보통 여자 사람의 전형’이고, ‘딱히 예쁘지도 않고 특출난 재능이 있지도 않다’고 설정돼 있다. 소녀시대 서현을 두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하하. 드라마 한 번이라도 보면 그 말이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걸? 원래 내 캐릭터와 비슷해서 좋았다. 사실 그동안 여전히 나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것 같아서 답답할 때도 있었다. 연기를 하면서 그런 편견을 조금이라도 깰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해소되는 마음도 있다.
‘참한 처자’일 것 같다는 편견 말인가?
내가 교과서 같고, 재미없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는 분이 많다. 그런데 먼저 씩씩한 톤으로 털털하게 인사하면 그 별것 아닌 점에도 정말 화들짝 놀란다. ‘스물셋?’ ‘아니요, 스물일곱이에요’ 하면 나이에 또 놀라고.
서현이라고 하면 바른생활 이미지가 크게 자리 잡고 있긴 하다. ‘저렇게 고지식한 친구가 연예 활동을 하는구나’ 싶은 때가 있었다.
바른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 내 인생이 자칫 잘못 흘러갈 것 같아서였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바빴다. 어제 한 일조차 다 기억나지 않는 생활을 하다 보니, ‘와 이거 잘못하다간 시간에 휩쓸려가기만 하겠구나’ 싶었다.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연습생으로 산 것도 다 내 선택 아닌가. 오직 내 의지로 건강하게 살아야 10년 뒤가 온전할 것 같았다.
그걸 진작 깨달아서 10년이 흐른 지금 이렇게 잘 커 있나 보다. 스스로에게 엄격하던 시기를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가?
어쨌든 다소 고지식하게 살아봤기 때문에 이젠 원하면 내 자신을 좀 풀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조금만 나를 풀어놔도 좋았을 텐데 싶기도 하다. ‘몇 시까진 꼭 집에 들어갈 거야’ ‘누구는 안 만날 거야’ 같은 나만의 룰을 늘 세웠다. 그래도 그렇게 산 게 잘한 거라고 생각해서 후회는 없다.
소녀시대는 국내 활동 시엔 주로 귀여운 여동생, 일본에선 다소 알파걸 같은 이미지를 부각한 걸로 안다. 두 나라에서 조금 달랐던 전략을 통해 팀이나 스스로에 대한 관점이 바뀐 부분도 있나?
관점이 달라졌다기보다, 일본에서도 통한 뒤 우리에게 하나의 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은 것 같아서 자신감이 좀 생겼다. 일본 활동을 할 때 인위적으로 당당하거나 성숙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건 아니다. ‘소원을 말해봐’를 할 때쯤 일본에 진출했으니, 좀 더 무르익은 상태에서 우리가 그때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린 셈이다. 에디터 | 권은경
더 많은 화보 컷과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8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포토그래퍼
- 유영규
- 패션 에디터
- 박연경
- 피처 에디터
- 황선우, 권은경
- 디지털 에디터
- 사공효은, 배그림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이경은
- 스타일리스트
- 오주연, 정희인
- 헤어
- 김귀애(수영, 써니, 태연, 티파니), 강현진(서현, 유리, 윤아, 효연)
- 메이크업
- 이숙경(써니, 유리, 윤아, 티파니), 이영(서현, 수영, 태연, 효연)
- 세트 스타일리스트
- 김민선(트레비소)
- 플로리스트
- 이은영
- 어시스턴트
- 홍수민, 오지은, 조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