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연인의 심장만큼이나 뜨거운 태양 아래, 우리는 떠나야 한다. 모든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시곗바늘의 흐름조차 잊은 채. 여기 한여름의 달콤황홀한 휴가를 앞둔 더블유 에디터들이 눈앞에 펼쳐질 찬란한 여름 풍경을 꿈꿨다.
#산토리니 #누가잠옷이래 #그리스남신워너비 #그저꿈만꾸지요
‘라라라~ 라라라라라~’ 이온음료 광고 속 산토리니의 풍경은 십수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산토리니는 그런 곳이다. 현실 세계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든 것이 눈부시다. 코발트블루의 에게해와 이어진 새파란 하늘, 새하얀 건물과 파란 지붕의 교회들이 그렇고,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이 그렇다. 산토리니는 더없이 선명한 모습으로 세상에 지친 영혼을 맞이한다. 맞다, 휴식을 갈망 하는 내 영혼을 정화시켜주기에 신들의 땅 그리스만큼 적절한 곳은 없다. 한가로이 책을 읽고, 정처 없이 걷고, 시선을 두는 곳 하나하나 그림인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고대 그리스 신전에 서 볼 수 있을 법한 자수가 장식된 드리스 반 노튼의 로브를 걸치고 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하고 치명 적인 남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보고 싶다. 마성의 매력남 믹 재거와 애드리언 브로디처럼 말이다. 로브는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옷이 아니다. 멋 낼 줄 아는 남자에게 잘 어울리는 ‘고렙용’ 아이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토리니라면 가능할 것 같다. 상상은 자유니까.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로브를 휘 날리며 하얀 마을 이아의 좁은 골목길, 검은 모래가 매력적인 페리사 비치를 거닐다 보면 마치 신화 속 인물이 된 듯한 환상에 젖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공식은 없다. 그저 편안하게 입고 가벼운 액세서 리와 함께 스트랩 샌들을 신어주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산토리니라도 컬렉션처럼 맨몸에 입고 돌아 다니면 재수 없을 것 같으니 웬만하면 안에 상의는 꼭 입는 걸로.
– 에디터 정환욱
1. 골드와 어우러진 붉은색 프레임의 선글라스는 루이 비통 제품. 가격 미정.
2. 뱀 모티프가 관능적인 보아 브레이슬릿은 생로랑 제품. 가격 미정.
3. 붉은색 스트로 소재 카플린 모자는 뮬바우어 제품. 가격 미정.
4. 염소가죽 소재의 꽃무늬가 경쾌한 70년대 무드를 자아내는 베티 백은 생로랑 제품. 가격 미정.
5. 스터드 장식의 검정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스튜어트 와이츠먼 제품. 79만원.
#베니스비치 #낮에는_해변 #밤에는_공연장 #휴양지에서도_로큰롤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휴양지와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휴가, 두 개 중 하나만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후자다. LA는 내게 눈과 귀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호사를 제공해주는 도시다. 이루지 못할, 아직 이루지 못한 한량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 좋아하는 모든 것이 한데 모여 있는 꿈의 도시랄까. 눈을 감고 그곳에서의 하루를 그려보면 한결같다. 느지막이 일어나 하이웨이스트 비키니 위에 생로랑의 오프 숄더 꽃무늬 원피스를 챙겨 입는다.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그러했듯 머리는 헝클어트린 채 말이다. 베니스 비치에 도착하면 원피스를 옆에 곱게 개어두고 모래사장에 누워 바다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든다. 바닷물에는 들어가진 않을 생각이다. 잠에서 깨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다시 누워 책을 읽다 지루해지면 비치 옆 스케이트보드 파크 한구석으로 자리를 옮긴다. 불쑥불쑥 날아오르는 보더들의 모습에 감탄을 내지르며 또다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귀여운 보더에게 저벅저벅 걸어가 아무렇게나 말을 걸 수도 있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면 자전거를 타고 달려 단돈 5달러에 인디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다운타운의 작은 공연장으로 향한다. 스카이 페레이라처럼 마스카라를 쾡하게 칠한 채. 콜라 하나 시원하게 마시고, 아침이 올 때까지 춤추다 돌아온다.
– 에디터 김신
1. 주얼 장식의 가죽 버킷백은 토즈 제품. 2백만원대.
2. 레이어링해 70년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다채로운 가죽 소재 뱅글은 생로랑 제품. 가격 미정.
3. 이니셜 V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메탈 이어커프는 루이 비통 제품. 가격 미정.
4. 레트로 무드의 스웨이드 소재 글래디에이터 슈즈는 끌로에 제품. 1백78만원.
5. 시원한 그린 렌즈와 빈티지한 프레임이 돋보이는 선글라스는 젠틀 몬스터 제품. 23만원.
#메노르카 #훌렁훌렁 #격렬하게_유유자적 #몸이_새까매질_때까지
1년 전 그날, 햇살은 상투적으로 ‘눈부시게 따가웠다’. 그리고 우리는 한적한 비포장도로에 차를 주차한 뒤 표지판을 따라 무작정 산길을 걸었다. 평탄한 길을 걷다 내리막을 달리다 또 경사진 길을 오르고. 얼마나 걸었을까? 땀이 뚝뚝 떨어질 즈음, 갑작스레 새하얀 모래사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눈을 들어 보니 어느새 다다른 그곳은 푸른 수풀로 호젓하게 둘러싸인, 요새처럼 은밀해 더욱 흥분됐 던 내 생애 최고의 해변 ‘칼라 미차나(Cala Mitjana)’. 옥색 물빛과 백사장, 밝은 빛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그곳은 스페인 메노르카(Menorca) 섬에 위치한 움푹 파인 만 모양의 해변이다. 지난해 여행 지로 스페인의 작은 섬 메르카를 택한 건, 환락의 이비사나 대중적인 마요르카와 달리 여전히 사람 손을 덜 타 천혜의 환경이 보존되고 있으며(1993년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보다 아기자기하고 한적하다는 해외 여행 사이트의 코멘트 때문. 소도시답게 깔끔하고 사랑스 러운 시내,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펼쳐지는 드넓은 평원, 또 곳곳에 숨어 있는 해변은 지금까지 내게 가장 완벽한 휴식을 선사한 여행지로 기억된다. 굳이 차려입을 필요도 없고, 언제든 달리던 차를 세우고 해변에 몸을 누일 궁리나 하고, 매일 어떤 술을 무슨 음식과 마실지, 뭘 하며 깔깔거릴지만 생각하면 되는 그곳. 그래서 메노르카엔 헐렁한 선드레스가 제격이다. 수영복 위에 입고 다니다 언제든 훌렁 벗어 던지고 바다에 뛰어들기 제격이니까. 게다가 푹 젖어도 햇살 아래 어찌나 빨리 마르는지! 그날의 기분에 따라 70년대 알리 맥그로처럼 보헤미안스럽게 입어도 좋고, 2000년대 애슐리 올슨처럼 좀 더 심플하게 입어도 좋겠다. 자랑 하나 할까? 7월호가 서점에 막 꽂힐 때면, 난 다시 그 곳에 있을 예정이다.
1. 가죽 태슬 장식 목걸이는 디디에 두보 제품. 47만8천원.
2. 투톤의 스트로 소재 카플린 모자는 헬렌 카민스키 제품. 49만원.
3. 오키드 모티프의 새틴 스카프 소재 헤드밴드는 펜디 제품.
41만원. 4. 페이즐리에서 영감을 받은 독창적인 형태의 이그조틱 가죽 클러치는 에트로 제품. 1백36만원.
5. 화사한 색감과 폼폼 장식이 돋보이는 스카프는 에트로 제품. 40만원.
6. 별 모티프의 황금빛 니트 팔찌는 크루치아니 제품. 2만4천원.
7. 메탈릭한 별 모티프의 누 피에 패치스타 샌들은 생로랑 제품. 가격 미정.
#이비사 #보헤미안걸 #프린트_프린트 _프린트 #끝자락_휘날리며
늘 조여 있던 일상의 나사를 슬쩍 풀러 마냥 정신줄 놓고 싶은 여름휴가. 마음껏 먹고, 마시고, 흔들어야 하는 이때는 잠재된 흥을 증폭시켜 줄 열정적인 장소가 필요하다. 그러기에 24시간 내내 잠들지 않는 파티의 섬, 이비사만 한 곳이 있을까. 이미 이곳에 왔다면 작정하고 놀자고 마음먹은 사람들일 테니 그들과 공유하는 폭발적인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될 터이다. 게다가 유럽의 전라도라고 불리는 스페인이니 입에 척척 붙는 짭조름한 음식과 넘치는 술도 한몫할 듯. 아침에 눈을 뜨면 느릿느릿 해변으로 걸어가 카바와 샹그리아를 들이켜며 지중해의 햇빛을 맘껏 끌어안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벅차오른다. 수영과 태닝, 알코올로 몽롱해진 한낮을 보내고 나면 저녁을 위해 몸을 다시 재 가동하기 시작. 몸을 흔들 때마다 실루엣이 예쁘게 드러나는, 편안하 면서도 멋스러운 원피스를 입고 파티를 즐기러 가야 할 때다. 언밸런스 소매가 특징인 발렌티노의 원피스는 자연적인 꽃무늬와 이국적인 색상 조합으로 자신감을 상승시켜줄 무기.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는 글래디 에이터 슈즈와도 찰떡궁합을 이루고 플립플롭이나 슬라이드를 질질 끌 고 나와도 전혀 기죽지 않게 적당히 드레시한 무드도 지녔다. 이와 같은 옷차림을 가장 잘 소화하는 뮤즈를 꼽자니 1950년대 보헤미안의 상징 케이트 부시와 자유분방한 청춘, 클로에 세비니가 떠오른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싶지만 매번 틀에 갇혀 좌절하고야 마는 나의 낭만을 충족 시켜주는 그들이기에.
- 에디터
- 최유경, 정진아, 박연경, 정환욱, 김신, 이경은, 이예진
- 포토그래퍼
- 엄삼철
- PHOTOS
- INDIGITAL, GETTY IMAGES/MULTIBITS, ISTOCK, REX FEATURES COURTESY OF BALENCIAGA, DIOR, LOEWE, LOUIS 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