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섯 번째 시즌에 접어든 온스타일의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최종 파이널리스트 3명이 그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도수코’ 이상의 슈퍼모델
TOP3 이 철 우
Profile 1992년 4월 15일생 | 캐나다 마운트 더글라스 스쿨 졸업, 경기대 입학 예정 | 189cm, 72kg
여자 모델만을 대상으로 할 때도 <도수코>는 재미있었다. 연예계에서 요구하는 일반적인 미적 기준과는 다른 모델들만의 개성 넘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이들이 날 선 태도로 대립하는 신경질적인 갈등과 기싸움도 짜릿한 볼거리였다. 젊은 여성이 주된 시청자층인 이 성공적인 프로그램의 사이클 안에 멋진 남자라는 소재를 대거 투입한다면? 이런 프로그램 취지에 가장 잘 맞는 도전자는 바로 이철우다. 같은 도전자가 “제 주변에도 철우 오빠 팬 진짜 많아요”라는 증언을 인터뷰 중에 할 정도로 그는 이미 꽤 두터운 지지층을 갖춘(도수코 전부터 팬클럽도 존재했다) 전도유망한 신인 모델이었다. 조각처럼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으며 드라마에서 주연, 조연으로 자리 잡은 이종석, 김우빈, 성준, 홍종현 등 남자 모델 출신 연기자들의 맥을 잇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일단 시작한 만큼 모델로 끝을 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제일 궁금한 거 물어볼게요. <도수코> 왜 지원했어요? 그대로 나가도 좋은 모델로 있었을 텐데.
이철우 사실 소속사에서 추천했어요. 한번 나가보라고. 망설여지더라고요. 제가 말을 되게 못하는데 그 프로는 인터뷰 많이 따잖아요. 그것도 걱정되고, 또 아주 유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모델 활동을 하긴 했는데 결과나 과정이 잘못 비춰질까봐 그 프로에 제가 적합한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신인치고 쇼를 많이 하긴 했는데 화보 쪽으로는 잘 안 풀렸어요. <도수코>는 미션 자체가 화보 위주라서 연습이나 경험할 기회가 더 주어질 것 같아서 나가게 됐어요.
쇼에서 꽤 본 것 같아요. 디자이너 스티브와 요니도 부드럽게 워킹을 잘하는 모델로 이철우 씨를 기억하고 있더군요. 데뷔는 언제 했나요?
2013년 5월요. 처음에 캐나다로 유학갈 때는 공부를 하러 간 거였어요. 공부도 열심히 할 만큼 했어요. 캐나다에서 대학도 좋은데 붙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파고들려 하니까 공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생에서 제가 평생 하는 일이 이왕이면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거든요. 그래서 찾아보니 모델이라는 일이 있더라고요. 나이도 어리니 한번 해보자, 대학은 붙어놨으니까 나중에 가면 되는 거고. 한국으로 가자고 결심했죠. 저는 모델은 장윤주밖에 몰랐어요. 그래서 인터넷에 장윤주를 검색했더니 에스팀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아카데미에 왔죠. 부모님은 반대하셨는데 제가 알바를 하면서 한국 갈 돈을 모으는 열의를 보이니까 결국 보내주시더라고요.
아카데미 수료하고 1년 만에 서울 컬렉션 최다 쇼를 한 모델로 갑자기 떠올랐어요.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어떤 쇼를 했는지 얘기해줄래요?
다 기억 안 나는데… 도미닉스 웨이, 푸시버튼, 카이, 제너럴 아이디어, 권문수, 디그낙, 스튜디오K, 스티브&요니, 아르케, 자렛, 오디너리 피플…많네요. 잘 모르는 신인들과 경쟁해야 하는 <도수코>가 부담이었다는 말이 이해가 되네요. 처음에는 경쟁에 대한 치열한 뭐 그런 게 없었어요. 그런데 참 사람이 웃긴 게, 하다 보니까 승부욕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친했던 사람들, 태은이 형, 종훈이가 생각보다 빨리 탈락하면서 파이팅하는 계기가 됐어요.
경력자라 더 잘 알겠지만 사실 진짜 패션계는 남녀 모델이 경쟁 관계는 아니잖아요. 이것에 대해 실제 참가자들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처음엔 남자든 여자든 별 생각 없었는데, 들어가서 촬영하다 보니까 남자랑 여자들은 표현하는 것이 확연히 다르잖아요. 메이크업이나 헤어, 콘셉트 표현에서 여자들과 남자의 적용 범위가 아예 다르니까… 그런 게 좀 걱정은 됐는데 촬영 중에는 사람들이 다 정신없고 항상 피곤한 상태여서 결국엔 남자고 여자고 뭐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어요. 숙소에서 저희끼리만 있을 때도 경쟁이나 심사에 대해 불만 같은 게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으니까요. 아마 도수코 사상 이렇게 아무 탈 없이 진행된 시즌은 처음일 거예요. 저흰 숙소에서조차도 뭐가 없었어요. 숨길 만한 일도 없었고, 그냥 생활 자체는 재밌었어요. 음식 해먹고 장난치고 얘기도 하고, 다들 함께 잘 지낸 것 같아요.
좀 더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까요? 경력이나 해온 것으로 따지면 가장 많이 이뤘지만, 결국 도수코 우승은 본인의 것이 아니었어요. 결과에 수긍을 하나요?
(망설이지 않고 담담히) 네, 저는 수긍해요. 그냥 놓은 거 같아요. 마지막 심사 받기 전에 ‘안 되면 어때’라고, 실망감이 클까봐 그냥 놓아버렸어요. 발표 전에 왠지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을 계속 했고, 끝까지 ‘아니야, 이철우, 아니야, 아니야’라고 되뇌었는데 막상 정말 우승이 아니고 보니까 되게 꿈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역시 아무리 놓으려고 해도 기대는 하게 되던데요.
과정 내내 화보보다는 쇼에 강한 모델로 비춰졌어요. 동의하나요?
일단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델 얼굴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건 확실히 기쁨이나 승수 쪽에 더 가깝긴 해요. 기쁨이는 얼굴 생김새나 각이 사진에 정말 최적화됐다고 할 정도로 제가 봐도 멋져요. 그런데 저도 모델 얼굴 아니라고 하지만 다양한 느낌을 표현할 때나, 여러 옷을 소화해야 한다는 면에서는 제가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쇼 모델이냐 화보 모델이냐를 가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쟁자로 딱 점찍어둔 무서운 참가자는 누구였어요?
구조물에 올라가서 프로필 찍은 거 심사할 때 기쁨이가 심사위원들에게 칭찬 많이 받았거든요. 여자 중에서는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사실 남자 중에선 없었어요. 굳이 뽑자면 태은이 형? 워낙 경력도 있고 잘하니까 우리 둘이 남게 된다거나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기는 했죠. 승수는 오히려 처음엔 견제할 만한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메이크오버 하고 나서 갑자기 눈에 띄더라고요. 그렇잖아도 센 이미지인데 머리까지 밀어 더 세지더니 갑자기 올라와서 잘했어요.
그러고 보면 메이크오버가 본인에게 딱 맞는 옷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머리 바꾸고 엉엉 울었던 지안이도 있지만…. 그 다음으로는 승수를 제외한 남자들이 전원 피해를 본 것 같아요. 다 아이돌을 만들어놨어요. 탈색을 안 한 사람이 없어요. 아, 태은이 형 빼고요. 그래서 저는 탑3 결정되고 숙소를 나오자마자 다시 염색을 했어요.
모델보다는 ‘아이돌 외모’, ‘연기자 외모’라는 이야기를 심사때 많이 들었어요. 섭섭하진 않나요?
싫진 않아요. 방송, 나중에 하긴 하겠죠. 방송이 힘이 진짜 큰 건 맞아요. 제가 <무한도전> 칠공주 편에 턱시도 입고 서버로 등장한 적이 있는데, 그러고 얼마 안 되어서 팬카페가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도수코에 방송하려고 나간 건 아니니까 일단은 모델 일을 우선으로 열심히 하려고 해요. 그런 말이 섭섭하지도 않고요. 한쪽으로 흘리면서 한쪽으로 다른 생각을 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 같기는 해요.
모델로서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나요?
‘누구처럼’이라기보다 이 정도 위치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차승원, 강동원 선배님요. 모델로 정상을 딱 찍고 또 다른 도전을 한 거잖아요. 멋있는 것 같아요.
남자 모델들의 해외 진출도 굉장히 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여자 모델들보다 단시간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요. 철우 씨도 욕심이 있나요?
지금 당장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 하지만, 기회 되면 해외로 나가보고 싶긴 해요. 태환이(작년 해외 진출해 파리와 밀라노의 톱 쇼에 섰던 모델 김태환-에디터 주)랑 얘기해보니까 해외 유명 쇼는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걸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어요. 태환이를 보니까 동양 모델이라서 기 죽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쓰려면 써라, 아님 말고’식의 여유 있는 자신감이 있더라고요. 그런 건 좀 배우려고 해요.
쇼보다는 화보에 대한 갈망이 커 보여요. 어떤 콘셉트 화보 찍어보고 싶어요?
저는 로케이션 촬영이 훨씬 좋아요. 그냥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보다 바람 쐬면서 하는 게 더 재밌어요. 엄청 넓은 공간에서 혼자 툭 서 있는, 그런 거 좋아하고, 물에 들어가는 것도 좋아요. 에서 보니까 형섭이 형이 바다에 들어가 있고, 그런 콘셉트가 많더라고요. 저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걸 잡지 섭외가 더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남성지로 가야 하니까, 제가 남성지처럼 인상 쓰고 그러면 괜찮을 거 같지 않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아무거나, 제발, 다 좋아요. 시켜만 주시면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후회 안 하실 거예요.
- 에디터
- 패션 디렉터 / 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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