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여배우 탕웨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가 Obzéé의 뮤즈가 되어 눈부신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어제 <황금시대>의 부산국제영화제 첫 공식 상영이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샤오홍은 다른 대륙 작가들에 비해 그리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중국 사람들에게는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
중국에서도 작품 세계까지 깊게 이해하는 독자는 많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대부분 이름은 익히 알고 있는 작가다. 우리가 한창 촬영을 하고 있던 재작년에 또 한 편의 샤오홍 전기 영화가 개봉됐을 정도다. 하지만 제작에 돌입한 건 <황금시대>가 먼저였다.
1930~40년대 중국의 상황과 한 예술가의 삶이 맞물리면서 전개되는 드라마다. 다른 나라의 관객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
충분히 전달될까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만드는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디테일은 그녀의 책으로부터 채집했으며, 그로부터 재구성한 삶을 고스란히 담으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이 투자됐다. 관객들이 샤오홍의 책을 먼저 읽은 뒤 영화를 봐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지나친 요구라는 걸 잘 알지만.
배우 탕웨이는 샤오홍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1930~40년대 중국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무척 심한 사회였다. 물론 작가가 될 기회도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자유를 찾아 나설 만큼 용감했음에도 샤오홍이 계속 남자들에게 의지해야 했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할 만큼 절박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남달랐던 연애사에만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녀의 작품이야말로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프로파간다가 난무하던 시대에 샤오홍은 일기처럼 솔직한 글을 썼다. 그녀는 계산이나 목적 없이 자신의 펜에만 의지해 생각과 감정을 쏟아냈다. 아름다운 문장을 쓰도록 타고난 사람이었다.
독자로서 가장 좋아하는 샤오홍의 작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상시가(商市街)>라는 산문집이다. 샤오홍이 인생의 바닥까지 내몰렸을 때 손을 내밀고 글을 쓰도록 도와준 게 작가 샤오쥔이다. 그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찾지만 관계가 오래가진 못한다. 결국 변심한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샤오홍은 또 한 번의 짧은 결혼을 거친 뒤 병으로 외로운 죽음을 맞는다. <상시가>는 샤오쥔을 따라 상하이에 와서 루쉰을 비롯한 문인들과 교류하던 무렵에 쓴 작품이다. 둘이 함께 머물던 거리의 이름을 따서 책 제목으로 붙였다. 슬프고 고단한 그녀의 인생에서 드물게 로맨틱하고 평화로웠던 시절이다. 너무나 어렵게 얻은, 그리고 가혹하리만큼 짧았던 행복인데 그래서 더욱 소중했을 것이다.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다. 과연 일생을 통틀어 나는 그만큼의 행복을 누려봤을까? 아닌 것 같다.
작가로서 예술적 성취를 쌓아가는 동안에도 샤오홍의 삶은 점점 피폐해진다. 그래서 <황금시대>라는 영화의 제목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한다면 개인적인 삶과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절대 아니다. 그로 인해 더 행복해질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직업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일은 삶의 일부일 뿐이다. 물론 상당히 중요한 일부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연기를 통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알게 됐다. 더 나아가 내 주변 사람, 그리고 삶 자체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게 됐다. 샤오홍의 목표가 성공이나 명성은 아니었을 거다. 그저 글을 쓰는 일이 그녀에게 무척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믿을 수 있는 건 펜뿐이었으니까. 일생 동안 펜만이 샤오홍을 배신하지 않았다.
일상 중에서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
최근 어머니께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셨다. 개강 전 태용(배우자인 김태용 감독)과 함께 방문해서 학비를 치르고 기숙사를 살폈다. “이제 갈 거예요”라고 인사했더니 “그래, 난 괜찮다”라며 씩씩하게 배웅을 하셨다. 그렇게 이별을 한 뒤 우리 둘은 내 예전 스승님 댁으로 향했다. 거기서 정말 달고 맛있는 감을 네 알 얻은 거다. 태용과 나누어 먹고도 두 개가 남았는데 마침 하나는 예쁘게 붉었고, 나머지 하나에는 아직 푸른빛이 돌았다. 문득 어머니가 생각났다. 익은 건 바로 드시고 덜 익은 건 뒀다 천천히 맛보시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두유와 도시락을 준비해서 차를 몰고 다시 어머니를 찾아갔다. “아니, 왜 또 왔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뻐하셨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급하고 어수선해 보이셨다. 처음으로 수업을 받는 날이라 지각하고 싶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여느 때와 달리 마치 어린 소녀 같았다. 음식을 받아 들고 학교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이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떠나가는 건 내 쪽이었고 어머니는 뒤에 남아 배웅하는 입장이셨는데 그날 서로의 자리가 뒤바뀌었으니까. “엄마, 안녕!” 인사를 하는데 글쎄, 돌아보지도 않으시더라.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멈춰 세울 겨를도 없이 사라지셨다. 믿을 수가 없었다. 뒤돌아보지도 않으시다니! 그날 차를 타고 오는 길이 어쩐지 너무 행복했다. 딸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낸 기분이었다. 행복 그 이상의 감정 같았다.
<황금시대>는 여성 감독과 함께 완성한 여성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프로젝트가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나?
그렇지는 않다. 특별한 건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상업적이라고는 보기 힘든 이런 작품에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것이야말로 특별한 사건 같다. <황금시대>는 적지 않은 인원이 노 개런티로 참여한 영화다. 작가와 감독에 대한 신뢰만으로 그렇게 한 거다. 그러고 보면 특별한 점이 무척 많은 작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게 될 거라 믿는다.
허안화 감독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중국을 대표하는 연출자 중 한 명인 그녀와의 작업은 어떤 경험이었나?
무척 흥미로운 창작자다. 어딘가 태용과 비슷한 면이 있다. 무척 예민하고 수줍음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모험적이다. 그녀는 배우, 캐릭터, 심지어는 이야기로부터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해석의 여지를 더욱 넓게 확보하는 듯하다. 사실 난 허안화 감독과 샤오홍 사이에 공통점이 꽤 많다고 봤다. 그 이야기를 하자 그녀의 반응은 이랬다. “아냐, 우린 완전히 다르다고!”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내 의견에 동의하는 눈치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국제적인 사이버 범죄를 소재로 한 액션 스릴러 <블랙햇> 역시 내년 초 공개될 예정이다. 감독인 마이클 만은 거칠고 무뚝뚝한 남자들의 이야기에 꾸준히 집중해온 작가다. 그의 작품이 여배우들에게는 비집고 들기가 쉽지 않은 세계라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기분으로 참여했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든, 승부의 세계를 다룬 스포츠 영화든, 남장 여자가 아니라 진짜 남자를 연기하는 영화든 해보지 않은 것이라면 뭐든 해보고 싶다. 다행히 아직까지 내겐 하고 싶은 게 무척 많다.
한국 관객에게 탕웨이는 특별하다. 국내외를 통틀어 이 정도로 고른 사랑을 누리는 배우는 드물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글쎄, 내가 한국 감독과 결혼해서 그런 걸까?
그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난 오히려 한국에 뛰어난 배우가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종종 질투를 느낄 정도다. 어제는 김태용 감독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다. 한국은 무척 훌륭한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영화를 예술로서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에게 변치 않고 그 마음을 지켜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필름메이커들에게 영화에 대한 애정은 너무나 중요하다.
며칠 뒤가 생일이다. 특별한 계획이 있나?
일을 하면서 보낼 거다. 베이징에서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있다. 사실 오랫동안 내 생일 같은 건 챙기질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쭉 그랬다.
이유가 있나?
난 어른이니까! 생일은 아이들에게나 중요한 것 아닌가? 물론 부모님께서 곁에 계신다면 신경을 써주시겠지만 이제는 그분들도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냥 이대로가 좋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정준화
- 포토그래퍼
- 조선희
- 비주얼 디렉터
- 홍연(Amber Planit)
- 스타일리스트
- 최유림
- 메이크업
- 정샘물(정샘물 인스퍼레이션)
- 헤어
- 박선호
- 어시스턴트
- 임현상
- 문의
- Obzéé 1544-3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