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열풍을 일으킨 올리브 오일의 자리에 새로이 오른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코코넛 오일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쓰임새와 효능이 광대한 코코넛 오일을 소개한다.
몇 년 전 뜨겁게 분 웰빙 바람은 그저 ‘식용유’라고 통칭하며 사용되던 콩기름의 못된 성질에 제동을 걸고 건강하고 질 좋은 기름을 찾게 만들었다. 석유에서 추출한 용매제를 이용해 기름을 분리 추출하고, 해외에서 짠 기름을 선박으로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냉장 유통 따위는 꿈도 꿀 수 없어 산패 정도를 장담할 수도 없다는 것이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저온 압착식 오일의 대표 주자로 올리브 오일이 떠오르면서 그 위세는 꽤 오래갔고, 다양한 종류의 오일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각각의 오일은 단점이 있었고, 그렇게 오일의 인기가 한풀 꺾이나 싶었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 코코넛 오일이 뜨고 있는 소식과 함께(미란다 커의 몸매 유지 비결은 하루 4티스푼의 코코넛 오일이며, 앤젤리나 졸리는 매일 아침 시리얼에 코코넛 오일을 넣어 먹고, 귀네스 팰트로는 목욕 후 온몸에 버진 코코넛 오일을 바른단다) 지난 마감 중에는 사무실로 <코코넛 오일의 기적>이란 신간이 도착하기에 이르렀다. 솔직히 말하자면 피부를 위해 다양한 오일 찾기에 빠진 지인이 코코넛 오일에 대해 얘기할 때는 시큰둥했다. 제일 먼저 태닝할 때면 열이면 열, 모든 여자들의 필수품인 달달한 코코넛 향이 가득한 ‘하와이언 태닝 오일’이 떠올랐고, 덕분에 그렇게 좋다고 떠들어대는 올리브 오일보다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음을 고백하겠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관련 자료를 찾는 동안 코코넛 오일과 사랑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코코넛 오일 추종자가 되어버렸다.
코코넛 오일의 귀환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혈관을 막는 주범인 포화지방 덩어리라고 천대받으면서 불포화지방의 대표 주자인 콩기름에 밀리기 시작해 설 자리를 잃은 코코넛 오일이 기적의 오일로 대접받게 된 데는 포화지방의 성질이 남다르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코코넛 오일의 기적>의 저자이자 의학박사인 브루스 파이프는 “코코넛 오일이 콜레스테롤 수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이유는 중사슬 지방산으로 이뤄졌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지방은 기다란 장사슬 지방산으로 이뤄져 대사 과정을 거치며 지방단백질로 변하면서 체지방이나 혈전으로 쌓이거든요. 사실 오메가3 지방산(아마인유와 생선 기름)과 중사슬 지방산을 제외한 모든 오일은 포화, 불포화의 구분 없이 혈소판의 점성을 증가시키죠. 올리브 오일도 예외는 아니랍니다”라고 설명한다. 단순한 구조는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천연 식욕 억제제일 뿐 아니라 “중사슬 지방산은 우리 몸에 들어가는 순간 간으로 보내져 바로 연소되어 에너지를 생산, 신진대사율을 높이죠. 또, 침과 위액의 효소만으로도 충분히 분해가 되기 때문에 다른 지방들과 달리 췌장의 지방 소화 효소가 필요 없어 쌓일 틈도 거의 없고요. 쉽게 흡수되고 빨리 타버리는 거지요.” 다시 말해 흡수된 칼로리의 연소 효과가 적어도 24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말씀. 하지만 코코넛 오일이 기적이란 얘기까지 듣게 된 데에는 특유의 치유력 덕분이다. 인도 아유르베다의 전통 약제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인데 코코넛 오일에 들어 있는 지방산 중 하나인 라우르산 때문. 다른 식물성 오일에는 없는 라우르산은 유해한 미생물과 박테리아를 물리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모유에도 함유된 성분으로 신생아의 면역을 돕는다 하면 이해가 빠를 듯싶다. 그야말로 초강력 천연 항생제인 것. 이 기능은 섭취했을 때만이 아니라 발랐을 때도 유효한데 성인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가라앉히고, 천연 보습 효과도 탁월해 가벼운 아토피를 잡는 데도 그만이라고. 멍들거나 상처 난 곳에 바른 뒤 마사지해줘도 효과 만점이다. 이런 일련의 치유 과정은 역시 중사슬 지방산의 신진대사 효과에서 찾을 수 있는데 세포 활동을 가속화해 손상된 조직의 독소와 염증을 새로운 세포가 빠르게 대체해 제거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면역 체계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줘 백혈구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코코넛 오일 체크 포인트
이쯤 되면 그야말로 기적의 오일, 만병통치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하지만 코코넛 오일 역시 깐깐히 체크해야 할 포인트가 있으니 기억할 것.
좋은 오일을 얻는 기본인 저온 압착 추출법을 사용했는지, 정제되지 않은 것(이는 ‘가열하지 않은’이란 말과 일맥 상통 한다)인지를 확인하자. 비정제 저온 압착 추출법으로 얻은 코코넛 오일은 ‘버진’이란 표기가 붙는데 이는 먹어도 좋고, 몸에 발라도 좋다. 간혹 엑스트라 버진이란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원래 코코넛 오일에는 ‘엑스트라’라는 표현이 없었다고 한다. 팔기 위한 상술이라 하겠다.
단순한 분자구조 덕분에 고도 불포화지방산 구조인 오일(대부분의 식물성 기름)과 달리 열에 강해 가열하는 요리에 쓰이는 데도 문제가 없다. 발연점이 버터와 같아 볶음 요리에 쓰거나, 반죽 속 수분이 내부 온도를 100도로 유지해주니 베이킹에 활용해도 좋다.
과유불급이란 말을 기억하자. 코코넛 오일을 섭취할 때는 하루 3스푼(약 45g)이면 충분하며 공복에 먹어도 좋고, 음료나 시리얼 등에 섞어 먹어도 좋다. 피부에 바를 때는 약간 모자란 듯 발라야 흡수력도 높고, 피부에 불필요한 막을 생성하지 않는다. 얇게 두세 번에 걸쳐 바르는 것이 효과적.
예전엔 이태원 하이스트리트 마켓이나 아이허브같은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구입해야 했지만 인기에 힘입어 갤러리아, SSG 마켓 등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코코넛 오일 레시피
머리부터 발끝까지, 먹고 바르는 데 유용한 몇 가지 방법들.
헤어 마스크 : 버진 코코넛 오일 2~3스푼을 두피와 모발에 꼼꼼히 바르고 15분 정도 지난 후 미온수로 헹구거나 유분감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다음 날 샴푸해도 좋다. 비듬과 두피의 뾰루지를 다스리고, 모발은 윤기를 되찾을 거다. 일주일에 2회면 적당하다.
천연 선크림 : 자외선 차단제의 성분이 미덥지 않거나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코코넛 오일로 대체하자. 물론 일반 선크림과 달리 자외선을 완벽히 차단하진 못해도 피부가 햇빛에 자연스럽게 적응해 오랜 시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각질 제거제 : 코나 이마 주변이 발갛고 주기적으로 스크럽을 해줘도 자잘한 각질이 생긴다면 지루성 피부염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천연 코코넛 오일로 마사지해 염증과 각질을 잡자. 브라운 슈가와 1:1로 섞어주면 얼굴은 물론 보디 스크럽으로도 그만이다.
요구르트 스무디 : 요구르트 1컵과 원하는 과일 2컵을 믹서로 곱게 간 뒤 코코넛 오일 2스푼을 천천히 부으면서 30초 정도 더 갈아준다.
코코넛 마요네즈 : 달걀 1개, 사과 식초 1스푼, 겨자 소스 1/2스푼, 소금 1/4티스푼, 코코넛 오일 1/4컵, 파프리카 약간을 준비해 믹서에 1분간 돌린다. 그런 뒤 코코넛 오일 1컵을 천천히 부으면서 마요네즈가 굳을 때까지 믹서를 더 돌려준다. 샐러드 드레싱으로 활용하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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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 디렉터 / 송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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