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춤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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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만 연기는 안타까운’ 배우의 대명사 같던 이연희가 <미스코리아>에서 확 달라졌다.

WHO – 그녀는 누구인가?
배우 이연희, 드라마 <미스코리아>의 오지영, ‘학춤’과 ‘니냐니뇨’의 연관 검색어

WHAT – 예전과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
종이 인형처럼 생기 없는 청순가련형도, 백치처럼 착하기만 한 캔디도 아닌 오지영은 배우가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게다가 권석장 감독과 서숙향 작가는 이연희에게 많은 분량의 대사 대신 긴 호흡의 클로즈업을 할애한다. 단점이 드러날 여지를 줄이고 나자 연기자의 매력이 더욱 잘 보이게 됐다. 고양이보다 강아지에 가까운 미인인 이연희는 시청자가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주인공이다. 엘리베이터 안내원인 오지영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CCTV 카메라의 사각에 숨어 삶은 계란을 삼키는 롱테이크는 단지 웃기는 먹방 이상의 정서적 힘을 갖는 장면이었다. 물론 감정 표현이 섬세해지고 늘 지적을 받았던 대사 전달 역시 한결 편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연출이 기여한 바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WHEN – 그렇다면, 본격적인 연기력 논란이 시작된 건 언제부터였나?
<에덴의 동쪽>의 구영란은 학춤을 추면서 사랑 고백을 하고 “날 벌써 사랑하게 된 거니?”같은 민망한 대사를 읊고 다녔다. 이연희에게도 문제는 있었지만 솔직히 이런 역할이라면 젊은 시절의 메릴 스트립이라 한들 구제하기 어려웠을 거다. 연기가 여물지 못한 배우와 나쁜 캐릭터가 만났으니 결과는 당연히 최악. 이후로는 뭘 해도 사람들의 편견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파라다이스 목장>의 ‘니냐니뇨’ 장면은 꽤 귀여웠는데(잔뜩 신이 난 캐릭터가 정체불명의 감탄사를 흥얼댄다), 어쩌다 보니 이것 역시 놀림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예쁘지만 연기는 못하는 여배우’는 대중이 가책 없이 공격하는 과녁이 될 때가 많다. <미스코리아>를 통해 이연희는 학춤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WHERE –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이연희의 위치는?
<미스코리아>의 동료 배우들과 함께 출연한 <라디오 스타>에서 진행자들은 이연희를 SM 3대 미녀 중 한 명으로 소개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두 명은? 소녀시대의 윤아와 <응답하라 1994>로 재발견된 고아라라고. 어디까지나 방송에서 언급된 내용이니 f(x) 팬들은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WHY – <미스코리아> 시청률 부진의 이유는 뭘까?
연출도 좋고, 캐릭터들의 매력도 충분하며, 연기도 고루 만족스러운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미스코리아>의 시청률은 현재 7%대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대진운이다. 전지현, 김수현의 스타 파워를 앞세운 <별에서 온 그대>가 로맨스 시청자들을 모조리 흡수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선 굵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남성 시청자들은? 막 방송을 시작한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쪽으로 몰려가는 분위기다. 이제는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한 미스코리아라는 소재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 눈치. 하지만 적거나 많거나 간에 이 드라마의 시청자들이 이연희라는 배우를 새로 보게 된 것만은 명백하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아트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션 / 홍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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