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력 프레스와 바이어 유치, 더블유가 참여한 뷰티 & 패션위크의 신설, 서울시의 적극적인 마케팅 지원에 힘입어 아시아의 패션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는 서울 패션위크. 더블유 취재팀은 쇼를 며칠 앞두고 마지막 터치에 여념이 없는 17개 브랜드의 아틀리에를 찾았고, 디자이너들은 각자 컬렉션의 키 룩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이들의 결과물은 곧 대한민국 패션의 현재이자 미래다.
Jardin de Chouette 김재현
20th OCT 17:00 SETEC 1 Hall
디자이너 김재현의 손끝에서는 여자를 단숨에 매혹시키는 판타지가 탄생한다. 이번에 그녀가 가꾸고 있는 올빼미의 정원에서는 어떤 향기와 자태를 가진 꽃들이 피어날까? “일단 메인 컬러는 오렌지와 레드예요. 블랙&화이트는 기본이고요.” 플리츠 장식의 드레스 가봉 작업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지 룩을 구상 중이에요. 그런지라고 해서 거추장스럽거나 지저분한 건 아니에요. 스타일은 모던하고 실루엣은 심플하죠. 다만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그런지적인 요소를 가미할 거예요.” 턱시도를 변형해 도시와 리조트에서 모두 입을 수 있는 룩을 바탕으로 쟈뎅 드 슈에뜨의 DNA인 스모킹 수트와 글래머러스한 롱 드레스의 향연이 펼쳐진다. 쟈뎅 드 슈에뜨의 마스코트 올빼미는 픽셀라이즈 작업을 거쳐 사이키델릭한 프린트로 화려하게 등장한다고!
Jehee Sheen 신재희
21st OCT 16:30 SETEC 3 Hall
유달리 말간 피부와 한국 남자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주근깨, 옅은 머리색 때문에 종종 혼혈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는 모델 김원중이 디자이너 신재희의 룩을 입고 나오자 촬영을 함께한 여자 스태프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신재희의 동양적인 무드의 의상과 서양적인 외모를 가진 김원중의 조합이 무척 새로운 느낌을 주었던 것. 신재희의 이번 컬렉션 테마는 ‘사두(Sadhu)’. 인도어로 ‘고행자’를 뜻하는 단어다. 동양적인 느낌과 한국 전통 복식을 아우르는 새로운 실루엣을 제안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하는 디자이너 신재희는 이 느낌을 제대로 내기 위해 기존 패턴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패턴을 개발해 일일이 새로 떴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재킷 한 벌을 피팅하는 데만 4~5번씩 수정을 거쳐야 했다. 이 노력의 결실은 흐르는 듯 여유 있어 보이는 맥시 배기팬츠와 독특한 숄 칼라 재킷 등으로 나타났다. 젠 스타일과 엄격한 테일러링의 조합, 그리고 쇼적인 요소를 동원해 컬렉션에서는 좀 더 미래적인 분위기가 연출될 예정이다.
Hexa By Kuho 정구호
17th OCT 11: 00 SETEC 1 Hall
구호(KUHO)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디자이너 패션 레이블이지만, 서울 패션위크에는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고 그간 단독으로 컬렉션을 열어왔다. 2012 S/S 서울 컬렉션 스케줄이 공개되자, 첫날 첫 쇼의 자리에서 ‘정구호’의 이름을 발견하고 모두가 눈을 의심한 것도 놀랄 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 결정에는 한국 대표 디자이너로서 서울 패션위크의 성장과 발전에 동참하고자 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다만, 이번 쇼는 구호가 아닌 컬렉션 라인인 ‘헥사 바이 구호’ 쇼로 이루어지며 뉴욕에서 선보인 33착에 11벌을 더하여 총 44착이 선보일 예정이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를 테마로 한 이번 컬렉션에서는 터키 블루, 짙은 버건디 등의 포인트 색상과 메달을 정교하게 그린 일러스트 프린트 등 그간 헥사 바이 구호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비주얼 요소가 대거 등장한다. 모델 박세라에게 피팅한 드레스는 러시안 메달 일러스트가 가득 프린트된 롱 테일 드레스로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의상이다.
Andy & Debb 김석원 & 윤원정
19th OCT 17:00 SETEC 1 Hall
“온통 붉은빛으로 물드는 휴양지의 아름다운 석양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생트로페의 로맨스 소설을 읽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그 결과 세련되고 여유로우며 고혹적인 분위기를 가진 연상의 여인과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어린 서핑 보이 사이에서 피어나는 로맨스가 탄생했다. 드레이핑이 가미된 흐르는 실루엣의 옷을 입은 우아한 여성과 달리 어린 소년들은 60년대 서퍼들의 룩에서 영감을 얻은 그래픽적인 프린트와 빈티지한 색감이 돋보이는 활동적인 옷을 입는다. 이번 시즌 앤디 & 뎁에서 선보이는 연상연하의 낭만적인 커플 룩 외에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바로 분위기의 변화다. 지난 10년간 고집스럽게 이어온 앤디 & 뎁 특유의 절제되고 미니멀하고 딱딱했던 선 대신 부드럽고 섬세하며 흐르는 듯한 가늘고 긴 실루엣이 등장한다. 이는 보기에 이상적인 옷보다, 입었을 때 여자를 더욱 아름다워 보이게 만드는 옷을 만들고자 한 그들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Mvio 한상혁
21st OCT 11:00 SETEC 1 Hall
디자이너 한상혁이 준비하고 있는 엠비오 컬렉션의 테마는 ‘플라스틱 맨’이다. ‘타인에게 기억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했고, 그 물음은 역으로 ‘타인에게 나는 이렇게 기억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졌다. 플라스틱 맨은 타인에게 기억되길 바라는 것만을 구성해 창조해놓은 새로운 자신을 의미한다. “모던하고 미니멀한 트렌드를 배우며 처음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딘 97년 무렵 즐겨 듣던 델리 스파이스의 1집 앨범을 떠올리면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 소재, 길이가 긴 재킷, 모던 록, 헬무트 랭과 질 샌더, 흑백 필름 등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나요. 그 시기의 정서가 이번 컬렉션에 투영됐습니다.” 그렇다면 엠비오의 쇼가 끝난 후 관객들은 어떤 모습을 가슴에 품은 채 쇼장을 빠져나갈까? 아마도 우리는 이제 이번 엠비오 쇼의 배경 음악이 될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를 들으면 엠비오의 컬렉션에 등장한, 아버지의 클래식을 동경하면서도 소년의 모습을 잃지 않은 청년을 떠올리지 않을까?
KwakHyunJoo Collection 곽현주
18th OCT 17:00 SETEC 1 Hall
이번 컬렉션은 디자이너 곽현주에게는 개인적으로 가슴에 아로새겨둘 만한, 지극히 사적인 컬렉션이다. 곽현주와 10년을 함께 동고동락해온 인생의 파트너, 고양이 나디아에게 바치는 쇼이기 때문이다. “패션에 미쳐서 살아오는 동안 나디아가 늘 옆에 있어줬어요. 나디아가 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처럼 안타까워 보이더군요. 그 내용을 한 편의 컬렉션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런 이유로 하여, 컬렉션의 주요 룩에는 모두 새하얀 털을 곱게 기른 푸른 눈의 고양이 ‘나디아’의 프린트가 등장한다. 쇼 초반부는 사랑을 막 시작하는 소녀다운 분위기의 파스텔 색조를, 후반부로 갈수록 깊은 애정을 의미하는 디지털 프린트와 강렬한 색의 드레스를 선보일 예정. 물론 곽현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허리가 강조된 섹시한 실루엣의 미니드레스도 여럿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은 금물.
Roliat 홍승완
22nd OCT 15:00 SETEC 1 Hall
디자이너 홍승완은 로리엣을 통해 테일러링의 전통적인 가치를 위트와 모던한 감성으로 표현한다. 1920년대의 영국 문화에 호기심을 느끼고 몇 권의 책을 찾아보던 중 잭 브레스퍼드(Jack Beresford)란 인물을 발견했다. 영국 사립학교의 촉망받는 럭비 선수였지만 전쟁 시 부상을 당해 조정 선수로 전향했고 베를린 올림픽 때 독일의 방해와 히틀러의 감시 속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영국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로 그를 통해서 당시 젊은 세대들이 선호한 문화를 보여줄 계획이다. 기계화, 산업화되는 세상에 대한 도피처로 자연과 전원을 탐닉했던 세대로 그들의 순수한 감성과 자유분방한 호기심을 다양한 표정의 블루 톤과 캐주얼한 테일러링에 기초한 전원적인 느낌의 아웃도어에 담았다.
Steve J & Yoni P 정혁서 & 배승연
19th OCT 18:00 SETEC 2 Hall
“어느 날 갑자기 남편에게 메시지만 남겨두고 자유를 찾아 훌쩍 떠나버린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델마처럼 여행을 떠나는 거예요.”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자유를 공상할 수 있고, 세계 어느 곳에라도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도시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전체 컬렉션을 이끌어가는 풍부한 컬러의 찬란한 꽃 프린트와 바다를 머금은 듯한 물결 프린트는 직접 그려 컴퓨터라이징 작업을 거쳤고, 파인 아트를 기반으로 하는 두 디자이너의 실력을 증명하는 대목. 이들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 건 꿈꾸고, 갖고 싶고, 옷장에 넣고 싶은 옷을 만드는, 진심을 담은 디자인을 하기 때문일 거다. 지금 전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멀티숍 오프닝 세리머니도 이들의 진가를 알아봤다. 삭스와 바니스 백화점에서도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오프닝 세리머니와의 독점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옷을 선보이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 에디터
-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패션 에디터 / 정진아
- 포토그래퍼
- 엄삼철
- 모델
- 김원중, 이금영, 박세라
- 스탭
- 헤어 / 김선희(Kim Sun Hee), 헤어/ 손혜진, 메이크업 / 박혜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