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차지 않는다.
시계를 차지 않는다. 째깍째깍 초침의 소리가 내 하루를 재단하고 독촉하는 것만 같아서, 시간을 볼 거라면 흐르는 물 앞을 서성이는 편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러다 어느날 스켈레톤워치의 무브먼트를 보았다. 수백 개의 나사와 태엽들이 모여 쉴 새 없이 움직이는데, 그건 시계라기보다 또 하나의 우주로 불려야 마땅할 것 같았다. 투르비용 워치의 비밀은 거기에 있다. 1분마다 일정하게 회전하며 중력의 영향을 균일하게 받도록 도와주는 역할. 제각각 만들어내는 그 완벽한 움직임과 흐름 속에서 시간은 오차를 잃는 것이다. 그걸 처음 만든 사람은 브레게. 그리고 그기술은 끝간데 없이 진화해, 초박형 무브먼트로 재탄생했다. 가녀린 여자 손목 위에서도 홀연히 빛날 시간으로 되돌아왔다는 얘기다.
- 에디터
- 최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