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와인 생각이 나는, 와인을 더욱 그립게 만드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세 곳.
THE KITCHEN SALVATORE CUOMO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테라스, 접시 가득 담겨 있는 맛있는 요리, 그리고 주방에선 이탈리아 남자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폴리에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이 정도 분위기라면 ‘여기가 나폴리겠거니’믿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는 이미 세계 곳곳에 나폴리 정통 피자맛을 전파하고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셰프 살바토레 쿠오모가 처음으로 한국에 문을 연 곳이다.
사실 피자는 이미 지구를 한 바퀴 돌며 본래의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된 음식이다. 도우 위에 얹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토핑의 향연 때문에 아무리‘정통’을 주장한다 해도 ‘피자가 거기서 거기지 뭐’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얻기 일쑤다. 셰프 쿠오모는 이런 냉담한 피자 신도들에게 나폴리에서 먹던 진짜 이탈리아의 맛을 보여주고자 한다. 나폴리와 가장 비슷한 염분과 해수면 온도를 가진한국의 바다를 찾아 최대치의 맛을 끌어내기 위한 그의 노력은 ‘장금이’를 연상시킬 정도다. 피자는 물론 파스타와 스테이크, 달콤한 디저트와 와인까지 고루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도산공원 뒤쪽 골목 온 프라이데이 맞은편.
SALT+PEPPER
정처 없이 걷다 보면 발길이 닿아서 들어서게 되는 곳이 있고, 굳이 마음을 먹고 찾아가야지만 들어설 수 있는 곳이 있다. ‘솔트+페퍼’는 후자에 해당하는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한적하고 조용한 버티고개역에 위치해서 떠들썩함이나 분주함과는 일단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셰프가 정성껏 구워낸 스테이크는“맛있다”는 호들갑을 떨지 않고 조용히 씹어 넘기기 힘들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육식동물’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스테이크와 파스타가 메인 요리로 나오지만, 오너가 직접 선별한 1백여 종의 와인과 맛있는 디저트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좋은 재료를 풍부하게 넣어서 맛있게 만들자는 오너의 소박한 생각과 달리 한 번 찾으면 또 오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손님들이 아낌없이 한 그릇을 싹싹 비워내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오너의 말대로, 한 접시 뚝딱 비워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점심 12시부터 2시 30분까지,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1년 중 364일을 열어놓는다.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 2번 출구.
BLOOMING GARDEN
가로수길 초입에 새로 들어선 ‘블루밍 가든’2호점은, 그 이름만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서게 한다. 꽃이 소담스럽게 핀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네이밍 때문이기도 하지만 압구정 1호점이 많이 알려진 탓도 있다. 압구정점이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언니 오빠’들을 위한 곳이라면 가로수길에 문을 연 이곳은 모던하고 캐주얼한 느낌이 강하다.
메뉴는 주로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친근한 이탈리아 요리들로 구성되는데, 특히 가니 미소와 갑오징어를 곁들인 먹물 파스타,갈릭 크랩 오일 파스타, 매콤한 와규 리조또 등이 사랑받고 있다. 포크에 돌돌만 파스타를 조신하게 먹기보다, 입가에 크림을 잔뜩 묻히고 먹어도 신경 쓰이지 않는 편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뉴욕의 고든 렘지 레스토랑에서 온 베이커리 셰프 덕분에 초코 수플레나 에스프레소 티라미수 같은 달콤한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1백30여 종의 와인리스트를 갖추고 있다. 가로수길 올리브 영 2층
- 에디터
- 서동현
- 포토그래퍼
- 박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