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청춘 (김영광)

이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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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은 개봉을 앞둔 영화 속에서 첫사랑을 처음 만나던 고등학생 때처럼, 한참 어려진 듯한 모습으로 화보 촬영장에 나타났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바이커 재킷이나 슈트를 벗고, 미소도 지운 채.

노란색 후디는 구찌, 집업 점퍼와 팬츠는 발렌시아가, 벨트는 디올 옴므 by 존 화이트, 신발은 반스 코스튬 by 프리모 조단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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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의 얼굴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언제 활짝 웃을지 모르는 입꼬리다. 그가 표정을 지워야 하는 모델로서 런웨이에 섰을 땐 듬직한 풍채와 나이보다 성숙한 카리스마가 먼저 다가왔겠지만, 미소라고 하기엔 시원한 웃음 덕에 연기자 김영광은 확실한 표정 하나를 이미 지니고 있었다. 그 입매는 지난해 방영한 MBC 드라마 <파수꾼>에선 복수심에 찬 검사의 냉소로, 친구인 성준과 나란히 훌륭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선 나쁜 남자의 알 듯 말 듯 한 미소로 변주되기도 했다. 한편 튼튼하게 긴 그의 몸은 길지만 여린 여느 젊은 남자 모델의 몸보다 든든해서, KBS <우리 집에 사는 남자>에서 수애에게 그랬듯 누군가를 우산처럼 지켜주는 역할에 잘 어울린다. 김영광이 연기자로 데뷔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전직’한 후 촬영장이라는 무대가 충분히 몸에 익었을 터. 이제 <너의 결혼식(가제)>이라는 영화 개봉을 앞둔 그는 처음으로 한 작품 안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에 도전한다. 지고지순한 첫사랑이란 다분히 영화적 소재이지만, 김영광이 보여줄 순정은 우리가 한때 겪었을 리얼하고 복작거리는 청춘의 시기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는 영화 속에서 첫사랑을 처음 만난 고등학생 때처럼 한참 어려진 듯한 모습으로 화보 촬영장에 나타났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바이커 재킷이나 슈트를 벗고, 미소도 지운 채. 혼자만의 꿈을 꾸는 듯이 <더블유> 카메라 앞에 누운 김영광이지만, 말수 적은 그가 작품 얘기를 할 때면 이번엔 좋은 꿈을 꾸는 듯이 시종일관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보라색 후디는 오프 화이트 X 챔피온 by 존 화이트, 체크무늬 재킷은 오프 화이트 제품, 안경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보라색 후디는 오프 화이트 X 챔피온 by 존 화이트, 체크무늬 재킷은 오프 화이트 제품, 안경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 korea〉지난해 말 영화 촬영이 끝난 뒤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김영광
최근 SBS <정글의 법칙> 촬영차 남극에 다녀왔다. 출국날이 내 생일이었다. 그전에는 일본에서 팬미팅을 했다. 해외 팬미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바로 얼마 전 일본에서 드라마 <우리 집에 사는 남자>를 방영해 일본 팬들은 그 작품이나 예전 드라마인 tvN의 <아홉수 소년>을 많이 언급한다.

남극은 어떤 곳이었나?
온통 하얀 세상이다. 세종기지는 대륙의 끝쪽에 있고 우리 촬영 팀은 대륙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국 예능팀이 대륙 내부로 들어간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1년의 반은 밤, 또 절반은 낮인 곳인데 백야 기간에만 대륙으로 진입할 수 있다. 보이는 모든 게 워낙 하얗고 햇빛도 강해서 눈 주위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그런데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니 서울이 더 춥더라.

상반기에 개봉 예정인 <너의 결혼식>에서 박보영과 함께했다. 멜로&로맨스물이라는 장르 외에 아직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어떤 분위기의 작품인가?
10대 소년 소녀가 주인공인 대만 영화 <나의 소녀 시대>처럼 아련한 느낌을 품고 있지만, 우리 영화는 전반적으로 더 쾌활하다. 로맨스를 예쁘게 포장하기보다 청춘의 리얼한 이야기로 묘사한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학생을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10년에 걸쳐 사랑하는 연대기다. 따라서 한편의 성장물 느낌도 난다. 나와 함께 대학 시절 4인방으로 나오는 배우 강기영 형, 고규필 형, 장성범이라는 친구와 웃기는 신도 많이 찍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와 <부라더>를 각색한 이석근 감독님의 데뷔작이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와서 다시 해보라면 똑같이 할 수 없었던 장면도 몇 개 있는데, 그런 연기 경험을 하면 기분이 좋다.

커다란 피케 셔츠와 점퍼는 발렌시아가, 체크무늬 팬츠는 오프 화이트 제품. 오른쪽 페이지 | 커다란 피케 셔츠는 발렌시아가, 체크무늬 팬츠는 오프 화이트, 신발은 반스 코스튬 by 프리모 조단 제품.

커다란 피케 셔츠와 점퍼는 발렌시아가, 체크무늬 팬츠는 오프 화이트 제품.

교복 입은 모습이라면, 1980년대가 배경인 영화 <피 끓는 청춘>에서 머리카락 한 가닥만 내린 채 올백한 싸움짱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실제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엄청 장난꾸러기는 아니었고, 흔히 볼 수 있는 조용한 남학생. 조용한데 매일 방방 뛰어다녔지(웃음). 그렇게 잘 뛰어서 키가 컸나? 그래도 나, 12년 동안 개근한 학생이다. <너의 결혼식 >에서는 정말 있을 법한 현실의 고등학생 정도인데, 어릴 때는 아주 지질한 모습도 보이다가 성인이 되며 좀 더 성숙해진다. 한 작품 안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면을 보여준 건 처음이다.

극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랑을 바치는 그녀는 어떤 여자길래?
고등학생 때 전학 온 그 여학생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한마디로 첫사랑을 오래도록 못 잊는 거지. 극 전개상 사랑을 어떻게 지켜가고자 하는지를 많이 다룬다. 그 아이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어 하지만 아무래도 어릴 땐 세상사를 잘 모르고 실수도 한다. 사람이 성장한다는 건 실수를 줄여나간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나? 내가 맡은 역할 역시 점점 실수를 줄여나가면서 성장하고, 한 여자 때문에 인생에 이런저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 성인이 되어 돌아보니 그 첫사랑 덕에 그래도 행복하고 풍부한 삶이었다 싶은 감상이 들게끔 말이다.

‘첫사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뭔가?
‘힘들다’ 정도? 아, 역시 쉽지 않구나 하는 것. 영화에서도 그런 느낌이 배어난다.

김영광의 실제 첫사랑은 어땠나?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 지만, 아주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면서부터 더욱 조심스러워졌지.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그 감정에 푹 빠져 지낸 듯하다. 그렇다고 따뜻했다는 한 가지 감정으로만 기억하기엔 많은 과정이 있었고.

커다란 피케 셔츠는 발렌시아가, 체크무늬 팬츠는 오프 화이트, 신발은 반스 코스튬 by 프리모 조단 제품.

커다란 피케 셔츠는 발렌시아가, 체크무늬 팬츠는 오프 화이트, 신발은 반스 코스튬 by 프리모 조단 제품.

쉽게 사랑에 빠지는 편인가,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야 사랑을 느끼나?
후자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바로 다가가지 못한다. 상호작용할 기회가 필요하다기보다는 나 스스로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대화를 통해 상대만의 특별한 뭔가를 발견하고 그게 마음에 들면 매력을 느끼는데, 그런 부분을 정형화된 특징으로 콕 집어 설명하긴 힘들다. 꽤 오랫동안 일에만 집중하고 살아서 누군가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는 일이 최근엔 없었던 듯 하다.

어떤 배우는 현실에서 잘 못 느끼는 설레는 감정을 연기에 심취하며 대리 만족하는 경향도 있다고 하더라.
내 경우 연기하면서 그런 유의 대리 만족을 한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뭔가가 실제로 해소되기에는, 연기할 땐 현장성이 더 강한 것 같아서다. 하지만 시청자나 관객으로 작품을 감상할 땐 당연히 대리 만족감을느낀다.

어느덧 배우 11년 차다. 연기하면서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건 뭔가?
작품을 하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하지만 그건 연기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감정 같다. 그 두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게 준비를 열심히 하는 일이고, 또 내가 좀 더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가는 일일 것이다. 이젠 나이도 그리 어리지만은 않으니 성인다운 느낌으로 가야 할지, 원래 성격에 가깝게 장난기 있는 쪽으로 가야 할지도 고민된다.

최근의 관심사는?
요즘 냉장고 채우는 일이 부쩍 즐겁다. 냉장고 맨 위쪽 칸엔 맥주, 맨 밑에는 음료수 종류로 쫙 채워둔다. 원래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혼자 10년 정도 살다 보니 잘할 수밖에 없게 되더라. 먹을 것을 인터넷 쇼핑으로 박스째 사서 비치해 두면 뭔가 집이 부해지는 기분도 들고 재밌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컨트리뷰팅 에디터
최진우
포토그래퍼
서준교
헤어
김영주 (by 아쥬레 청담)
메이크업
혜진 (by 아쥬레 청담)
장소 협찬
라탈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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