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 나은 (에이프릴 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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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은 피어난다. 진짜 자신을 알아가고, 진짜 행복을 찾아간다. 만개하는 봄꽃처럼, 에이프릴 이나은의 오늘이 펼쳐지고 있다.

구조적 디자인의 검정 드레스는 토니 마티체브스키 by 아데쿠베, 반지는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사이하이 부츠는 에디터 소장품.

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라 들었다. 촬영하러 오기 전의 일과가 문득 궁금해진다.

이나은 집에서 샐러드 만들어 먹고 밀린 빨래도 해치웠다. 마침 딱 빨래하기 좋은 날씨라.

4월 방영하는 SBS 드라마 <모범택시>는 잘 촬영하고 있나? 캐스팅을 보고 왠지 즐겁게 촬영에 임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당신이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고백한 배우 이제훈이 주연이더라.

모두가 궁금해한다. 이제훈 선배님과 함께 촬영하는 소감을(웃음). 선배님의 모든 작품을 챙겨 봤을 정도로 팬이다. 그래서 가끔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보면서 연기할 때 내가 지금 TV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순간이 있다. 뭐랄까, 꿈 같아서.

모름지기 진짜 팬일수록 당사자 앞에서 ‘팬심’을 섣불리 드러내지 않는 법인데, 어떻게 당신은 성공했나?

그런 완급 조절이랄 게 없었다.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감독님이 아주 공개적으로 내가 선배님의 팬임을 폭로하신 바람에(웃음). 근데 그게 오히려 속 편하기도 했다. 어쨌든 훨씬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웹툰 <모범택시>가 원작으로, 공권력에 대항하는 비밀스러운 택시회사가 정의의 복수극을 펼친다. 지금까지 공개된 드라마에 관한 정보다. 어쩐지 작품에 다가가기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게다가 해커 역할이니까.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딱 하나 목표를 세웠다. 튀지 말자. 일단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진 막연히 나를 내려놓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부딪치고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가진 밝고 통통 튀는 느낌을 가져가도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실컷 놀아야겠다, 이런 방향으로. 극의 중반부를 촬영할 즈음부터는 ‘놀아볼까?’ 하는 느낌으로 현장에 갔던 것 같다.

이제훈, 이솜이 주연으로 출연하고 사회 고발적 드라마 SBS <닥터탐정>을 연출한 박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벌써부터 사람들이 기대작으로 꼽는 눈치더라.

정말 예고편이 영화에 버금가게 완성됐더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대행하는 줄거리를 갖고 있는데, 마냥 어둡거나 무겁지만은 않다. 긴장감 넘치는 복수극을 보면서 통쾌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극의 중간중간 쉼표처럼 재미 요소도 자리하고.

연기에 도전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모습이 있나?

정말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연기는 어쨌든 나로부터 출발하는 건데 정작 내 경험에서 길어올 만한 게 거의 없었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자책도 많이 했다. 나는 왜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빨리 습득하지 못할까 하면서. 연예인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삶을 좀 충만하게 채워야겠다, 요즘 이 생각을 진짜 많이 한다.

벌룬 소매의 실크 원피스는 완다링 by 아데쿠베, 헤드피스는 앤드뮐미스터 by 아데쿠베, 이어링은 mm6 by 아데쿠베 제품.

지금 가치관이 바뀌는 지점에 서 있다고 보나?

너무나. 여태까진 타인이 이끌어주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아온 것 같다. 내 삶이 어딘가 틀에 박힌 느낌이랄까. 일을 할 때도 즐겁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컸다. 그래서 충분히 반짝거렸던 순간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쳐버린 때가 많았다. 지금은 내가 진짜 원하고, 내가 직접 나서고 움직여서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들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런 생각들을 글로 옮겨 적기도 했나? 그날그날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고 들어서. 문득 가장 최근 휴대폰에 남긴 메모가 궁금해진다.

잠깐 휴대폰 좀 보겠다. 가장 최근에 남긴 거라면 이건데, 어….

지나치게 새벽 감성이구나.

맞다(웃음). 그나마 이게 좋을 거 같다. 작년 12월 29일에 마지막으로 수정된 메모다. ‘누구에게 의지하려 들지 않을 것. 남에게 상처 주지 말고 받지도 않을 것.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을 것. 어른스러워질 것. 그렇다고 너무 혼자 구속하지 말 것. 세 번 생각할 것. 애처럼 굴지 말 것.’

서둘러 어른이 되려는 마음이 보인다.

아직 한 인간으로서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비치지 않으려고 고민하는 때인 것 같다. 딱 작년부터 지금이. 어쩌면 억지로 노력해서라도. 다행히 좋은 영향을 빨리 흡수하는 편이라 누군가를 보고 ‘나도 저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싶은 건 잘 기억해둔다.

동경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나?

너무 한 상황에 몰입해서 자기 감정을 힘들게 하지 않고 빨리 잊고 벗어나는 사람. 그런 ‘쿨’한 사람을 보면 알게 모르게 따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좋아 보인다. 나는 생각이 많아서 주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타입이라.

그럼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 아닌, 지극히 당신다운 구석은 뭔가?

은근한 위트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한테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솔직하다는 것.

예전 인터뷰를 찾아보면 스스로를 솔직한 사람이라고 자주 표현하던데.

한때는 솔직하다는 말을 들으면 혼자 생각했다. ‘설마 내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나?’ 스스로 솔직하다고 생각해도 이상하게 남에게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말이라(웃음).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끊임없이 대화하고 서로 마음이 통했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끼는데, 언젠가 솔직함을 주제로 대화를 한 적도 있다. 결론은 솔직함이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라는 거였는데, 그때부터 당당히 말하고 다닌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고 그게 내 매력이라고.

매듭 장식이 독특한 부드러운 실루엣의 투피스는 로에베 제품.

중학교 1학년 때 혼자 상경해 오디션을 보고 다녔다고 들었다. 대단한 의지 아닌가?

아마 혼자였으면 못했을 거다. 친언니가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고향이 대전이다. 주말에는 연습생 숙소에서 지낼 수 있었는데 평일에는 대전과 서울을 오가야 했다. 대전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면 꼬박 2시간이 걸리는데 그때 진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그것보다 정말 저기 멀리 보이는 가수의 문 앞까지 가려면 대체 무슨 노력을 해야 하나.

그때 기억이 당신에게 기분 좋게 남아 있나, 아니면 조금은 아릿하게 다가오나?

오히려 그때가 좋았다.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고.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내가 잘하는 걸 찾아 나갈 때였으니까. 그땐 경쟁이란 것도 몰랐다.

지금은 그때로부터 시간이 훌쩍 지났다. 달라진 점이 있나?

주어진 걸 능숙하게 해내고, 뭐든 성숙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지금 마인드도 너무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요즘 같았으면 좋겠다.

꽃 자수 패치워크의 재킷은 모스키노 제품.

어느덧 에이프릴로 발매한 싱글·미니 앨범도 거의 10장에 달한다. 본인들만의 색깔을 확실히 찾은 느낌인가?

확실히 통통 튀는 밝음이 에이프릴만의 매력인 것 같다. 동화적인 면도 우리에게 잘 녹아 있는 것 같고. 여태 보여준 매력을 이젠 굳히기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요즘 자신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있나?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걸 해볼까? 예전엔 행복을 억지로 추구했던 것 같다. 어떤 행위들을 하면 행복해질 거야, 그러니까 나는 이런 행위들을 해야 해.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행복이 아니라 내 의지로 만들어낸 행복에 가까웠다.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순해지기로 했다. 정말 즐거워서 할 수 있는 것, 이제는 그것만 생각한다.

베이지색 톱과 맥시스커트와 벨트, 네크리스, 이어링은 모두 디올 제품.

당신을 지탱하는 모토는 뭔가?

밝지만 단단한 자아를 갖자.

그 모토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있나?

친언니.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한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면 많은 걸 느낀다. 언니는 자기 할 일을 잘 챙기면서 인생도 충만하게 즐기는 똑순이다. 언니가 살아가는 걸 보면 왠지 ‘저게 맞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세상에서 아무런 벽 없이 바라볼 수 있고, 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이 언니다.

오늘도 일기를 쓸 건가? 만약 그렇다면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 건가?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촬영장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컨트리뷰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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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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