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열릴 무렵 세상에 나올, 불로 쓴 앨범. (여자)아이들은 마침내 커다란 불을 지필 준비를 마쳤다.
소연
“연습생 시절 엠넷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면서 세상에 보석이 굉장히 많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만난 101명 중 단 한 명도 별로인 사람은 없었거든요. 저마다 개성을 지녔기 때문에 모두가 특별할 수밖에 없죠. 초등학생 때부터 가슴에 새기고 사는 좌우명도 ‘특별하게 살자’예요. 세상에 태어난 이상 그 누구와도 똑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멤버들을 만난 건 너무 큰 행운이었어요. 여섯 명의 개성이 천차만별이고 그런 저희가 뭉쳐 직접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어요. 어떤 그룹과 비교해 단 한 번도 부끄러운 적이 없을 정도로요. 특히 엠넷 <컴백전쟁: 퀸덤>에 출연한 이후 서로가 더욱 단단해졌음을 느껴요. <프로듀스 101>, <언프리티 랩스타 3>와 같이 치열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겪었기에 체득할 수 있었던 저만의 장점을 <컴백전쟁: 퀸덤>을 통해 멤버 전원이 공유할 수 있었으니까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치른 사람에게선 눈에 불이 켜졌다는 게 엿보여요. 말하자면 투지 같은 거죠. 가수란 직업에 막 발을 디뎠을 때부터 가진 꿈이 있어요. 놀면서 돈 버는 사람이 되자는 것. 저는 직업도 음악가고, 취미도 음악이에요. 음악이 계속해서 저에게 일이 되지 않도록 순수함을 간직하고 싶어요. 확실한 건, 지금 멤버들과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거죠. 살면서 친구는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을 정도로 지금 멤버들이 든든하고 소중해요. 그런 멤버들이기에 제게서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와도 그걸 아끼지 않고 주고 싶고요. 1월에 나올 앨범에선 여섯 명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주제를 생각했어요. 지금 유행하는 음악에서 한 발 나아간 음악이라고 자부해요. 이 음악을 들고 이제 (여자)아이들만이 낼 수 있는 색깔 굳히기에 나서야죠.”
우기
“원래 목소리가 콤플렉스였어요. 어린 시절, 고열에 심하게 시달린 어느 날 엄마를 찾느라 고함을 지르다 목소리가 상했거든요. 그 일 이후 허스키한 저음의 목소리를 갖게 됐어요. 겉으로 봐선 아기 같은데 목소리를 들으면 꼭 남자 같다고 친구들이 놀렸죠. 오디션에 붙고 나서도 목소리 때문에 과연 내가 가수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망설여졌어요. 이후 본격적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제 목소리가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죠. 점점 자신감이 붙었고 이제는 목소리가 저의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해요. 지난 11월 MBC <복면가왕> 무대에 선 것도 정말 큰 기회였어요. 가면을 쓴 채 오로지 제 목소리로만 평가받는 자리였으니까요. 언젠가 제 음색을 제대로 담아낸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서 작곡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연습생 시절부터 작곡에 관심이 많았지만 본격적으로 시도한 건 <컴백전쟁: 퀸덤> 때부터예요. 프로그램 참가를 기점으로 확 어른이 된 기분이랄까요. 연습생 시절보다 더 치열하게 연습했고, 내가 가수로서 되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각성하게 됐어요. 비로소 제가, 저희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죠. 점점 (여자)아이들이란 장르를 만들어가는 느낌이어서 뿌듯해요. ‘이건 (여자)아이들밖에 못 하는 음악이다’는 평가를 들을 땐 그렇게 짜릿할 수 없어요. 저희의 색깔은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닌 멤버 여섯 명이 직접 찾은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지금처럼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 전부 하면서 음악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라는 건 없어요. 이대로 변치 않고, 언제나 밝고 에너지 넘치게 사는 사람이고 싶어요.”
수진
“저도 몰랐어요. 제가 지금처럼 많은 여성에게 인기를 얻게 될 줄은(웃음). 느릿하고 끈적한 제 춤을 보고 사람들은 섹시하다고 말해요. 정작 저는 다음 동작을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분주할 뿐인데 말이죠. 다만 춤을 출 땐 ‘선’에 집중하려고 해요. 처음 춤을 재즈 댄스로 배워서인지 어릴 때부터 선을 우아하게 지키는 게 습관이 됐어요. 저는 무대 마다 깃든 분위기가 있다고 믿어요. 엄정화, 가인 선배님의 무대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유독 아끼고요. 두 선배님의 무대를 보며 언젠가 저만의 섹시함을 보여줄 날을 꿈꿨어요.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보는 사람이 살짝살짝 웃음 지을 수 있는 섹시함 같은 것을요. 무대에 설 때면 짙은 레드 립을 즐겨 해요. 그냥 끌려요.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색 같아서요. 훗날 작사를 한다면 이별의 감정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요. <컴백전쟁: 퀸덤>에서 선보인 ‘싫다고 말해’ 무대 당시에도 이별하는 순간의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렸어요.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데 상대가 나를 버리고 떠날 때 느껴지는 분노, 그를 잡고 싶은데 잡을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떠올렸죠. 비참함으로 가득 차 레드 립을 손등으로 뭉개며 지우는 장면도 그런 상상 끝에 탄생했어요. 한겨울을 통과하고 있을 즈음엔 저희의 새 앨범이 나올 예정이에요. 시린 겨울의 계절감을 담은 노래라 기대하고 있어요. 매년 겨울이 찾아올 때면 저희의 신곡을 듣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요.”
미연
“최근 촬영을 마친 웹 드라마 <리플레이>에서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어요. 뭐든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캐릭터를 통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경험을 했죠. 저는 무의식중에 늘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생각하고 저 자신을 감춰온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연습생 시절을 오래 겪으면서 아무리 힘들 때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버릇이 자리 잡은 탓이겠죠. 나를 숨기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연기는 제게 처방전처럼 느껴져요. 어느 날엔 헤매고, 어느 날엔 깨달으며 자연스럽게 나를 표출하는 연기를 배웠거든요. 아직 서툴지만 저를 꺼내는 작업이 재미있게 느껴져요. 가수를 꿈꾸던 때를 돌이키면 그때도 전 부끄럼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집에서 녹음을 하며 가수를 꿈꾸다 어느 날 문득 ‘이젠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에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갑자기 왜 그랬는지는 저도 몰라요. 오디션에 붙은 그날을 제 안에서 무언가가 ‘터진’ 날이라고 기억할 뿐이에요. 회사에 들어가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무렵 지금 멤버들을 만났어요. 굉장히 빠르게 가까워졌고, 다시는 이런 친구들을 만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하나부터 열까지를 공유하며 지내요. 또 음악 하는 것에 있어서 철저히 서로를 인정하고 믿고요. 여섯 명 모두 고집도 세고 호불호가 강한 성격이지만 이상하리만큼 뜻이 잘 맞아요. 그렇기에 저희가 하는 선택을 믿고, 지금보다 더 과감해져도 되겠다고 생각해요. 새 앨범의 마무리를 지을 무렵 누군가는 ‘좀 약하지 않아?’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저희는 너무 자신 있어요. 우리가 좋아해서 준비한 곡이고, 우리가 좋아해야 잘할 수 있으니까요. 데뷔를 기점으로 꾸준히 저 자신을 발견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훗날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싶어요. 저는 멈춰 있고 싶지 않거든요.”
슈화
“편함을 뜻하는 슈(舒), 화려함을 뜻하는 화(華)가 합쳐져 제 이름 슈화가 돼요. 온순하게 일상을 지내다가 무대 위에선 화려하게 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름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자연스러운 것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SNS를 통해 자연스러움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에요. 평소 저에게 왜 화장을 하지 않는지, 머리를 염색하지 않는지, 네일 장식을 하지 않는지 묻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좋고 소중하다고 느껴요. 하나로 정의된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모두가 추구하는 것이 다르고, 그렇기에 모두의 취향을 존중하며 살아가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늘 마음속에서만 품고 있던 생각이었는데, 어느 날 아침 일어났을 때 문득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단 마음이 들었죠. 저희 팀이 자랑스러운 것도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다르다는 점 때문이에요. 저는 무대 위에서 차가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소연 언니는 카리스마, 수진 언니는 섹시함이란 무기를 가졌잖아요. 평소 요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좋아해요. 서로 다른 풍미의 재료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 상상 못한 맛이 탄생하니까요. 곧 컴백을 통해선 완전히 다른 저를 보여주고 싶어요. 여태 슈화 하면 차가운 이미지가 떠올랐다면 이번 무대를 통해선 불태우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요. 어느 때보다 자신 있어요.”
민니
“한창 넷플릭스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촬영하고 있어요. 케이팝을 비롯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서울에서 대학교에 다니는 태국인 유학생 민니라는 캐릭터를 맡았어요. 극 중 민니는 실제 저와 닮은 구석이 많아요. 저도 중학생 시절 슈퍼주니어에 열광한 ‘엘프’였거든요. 슈퍼주니어가 태국에서 콘서트를 열었을 때 현장에 있던 엘프로서 해외 팬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요.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월드 투어를 하면서 하루빨리 해외 팬을 만나고 싶어요. 과거 제가 선망하던 아티스트를 만나며 행복감을 느꼈다면, 이젠 제가 그 기분을 안겨드리고 싶죠. 케이팝을 좋아하기 전부터 작곡에 관심이 많았어요. 슬프고 잔잔한 발라드 음악을 주로 만들어왔지만 위켄드, 트로이 시반, 샬럿 로런스, 코난 그레이 등을 들으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해요. 워낙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스타일이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작업실에서 건반을 두드리다 갑자기 영감을 얻곤 해요. 올해 공개한 ‘Tung-Tung (Empty)’도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한 곡이에요. 휘몰아치듯 바빴던 <컴백전쟁: 퀸덤>의 촬영이 끝나고 제목 그대로 가슴이 텅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을 느껴 작업하기 시작한 곡이거든요. 개인적으로 텅텅이란 한국어를 굉장히 좋아해요. 태국어로도,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함이 텅텅이라는 말에 담겨 있으니까요. (여자)아이들의 여정은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어요. 단 한 번도 ‘어나더 레벨’을 추구하지 않은 적이 없거든요. 이번에 나올 신곡도 배포 크게, 빌보드까지 가야죠. 꿈은 언제나 크게 꿔야 하는 법이니까요.”
- 패션 에디터
- 김민지
- 피처 에디터
- 전여울
- 포토그래퍼
- 조기석
- 헤어
- 천아람, 김소현(알루)
- 메이크업
- 해민(알루)
- 네일
- 유니스텔라(민니, 슈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