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ter Act
‘환불원정대’가 가는 길에 <더블유>가 함께했다. 만옥, 천옥, 은비, 실비, 이 전무후무할 여자들의 조합이 일으키는 에너지는 짐작 가능한 그 수준보다도 한참 위다.
시작은 이효리의 한마디였다 . 혼성 그룹 싹쓰리의 데뷔곡을 선정하기 위한 블라인드 테스트 자리에서 상큼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 노래는 싹쓰리보다 걸그룹이 부르기 적합하니까 킵해두고, 내가 여자 친구들 몇 명 모아서…’라고 뱉은 이효리에게 유재석이 물었다. “누구누구 모으려고요?” 큰 주제 외에는 모든 게 흘러가는 대로 채워지는 MBC <놀면 뭐하니?>의 구성, 이곳에서는 대사도 리액션도 뭐 하나 약속된 것은 없다. 이효리는 답했다. “제시랑. 저랑. 정화 언니 가고, 화사 가고.” 토요일 저녁 방송이 나가자 엄정화와 제시가 SNS에서 그 부름에 응답했다. 며칠 후 화사도 어느 인터뷰를 통해 막내 노릇 열심히 하겠다고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한마디가 씨앗이 되어 환불원정대가 탄생했다. 팀명은 ‘그런 멤버 구성이면 어디를 가도 환불 요구하러 가는 각’이라는 네티즌들의 반응에 따라 자연스레 부여된 이름이다. 모든 게 그냥 운명처럼 흘러갔다. ‘말하는 대로’ 실현되고 수습되는 예능의 세계. 물론 작은 물방울이 강물 같은 물줄기로 확장되는 흐름에는 공중에 흩어질 단서 하나를 낚아채 땅에 정착시키고 마는, 우연도 필연으로 만들어내는 성실한 인력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환불원정대가 결성된 한여름을 지나 어느 날, ㈜신박기획의 정봉원이라는 자가 <더블유> 편집장에게 만남을 요청해왔다. 기획사까지 결정된 환불원정대는 그사이 꽤 기반을 다져놓은 상태였다. 맏언니 만옥, 그룹의 씨앗이 된 리더 천옥, 솔로로서 ‘눈누난나’라는 히트곡을 내고 그룹에 합류한 은비, 역시 ‘마리아’라는 솔로곡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환불원정대의 막내가 된 실비. 신박기획의 비주얼 디렉터 정봉원이 <더블유> 편집부를 찾은 이유는 네 멤버의 화보 및 뮤직비디오 스타일링 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분명 1년 전까지 <더블유>의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자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공연한 아티스트 정재형이었던 그는, 이봉원을 닮은 정봉원이 되어 명함을 건넸다. 명함 뒷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홍보 및 스타일링 담당’, ‘Ecole Normale de Musique de Paris 졸업’, ‘파리 가정식 8첩 반상 조리 가능’, ‘환불원정대 잘 부탁드립니다’…. <더블유> 화보와 환불원정대의 ‘Don’t Touch Me’ 뮤직비디오 촬영이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에디터들은 설레면서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패션 에디터는 뮤직비디오 스타일링을 위해 멤버들에게 줄 컬러 포인트를 떠올렸다. 만옥은 레드, 천옥은 오렌지, 은비는 핑크, 실비는 퍼플. 만옥이 ‘포이즌’을 부르던 때처럼 단발머리 가발을 착용해보면 어떨까? 화보 촬영 시 그들 각자에게 입혀보고 싶은 보디슈트가 있는데, 그 차림으로 뮤직비디오에 등장한다면 멤버들이 몸을 동적으로 움직이기에도 용이할 것이다. 편집장과의 미팅 와중에 정봉원은 여느 매니지먼트 직원처럼 챙길 것을 챙겼다. “환불원정대 화보, 페이지 많이 주실 거죠?”
그러나 자기 소임을 다한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난 정봉원이 모르는 게 있었다. 남다른 정보력의 <더블유>는 환불원정대 멤버들이 첫 회동을 했다는 보도기사가 나기 직전, 밝힐 수 없는 모종의 루트를 통해 이미 그룹 결성 소식을 입수한 상태였다. 우리는 멤버들 각각의 주변으로 접근해 진작부터 스펙터클한 화보를 타진했다. 신박기획이라는 정체불명의 매니지먼트가 버티고 있어선지 추진이 더뎠을 뿐이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일이 가시화할 무렵, 이제는 먼저 만남을 청하며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환불원정대 측의 태도를 우리는 반기고 있었다. 파리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프랑스식 8첩 반상을 차리던 비주얼 디렉터 정봉원은 패션에 대해 뭘 좀 아는 듯했지만, 그 예술적 감성만으로 차가운 쇼비즈의 세계를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을까?
환불원정대와의 만남은 <더블유>가 비밀리에 그룹 결성 소식을 입수하고부터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 이루어졌다. 아침 9시가 되기 전, 인천의 한 폐공장에 장비와 의상들이 착착 자리 잡기 시작했다. 넓은 공터 한가운데에는 높이 8미터쯤으로 가늠되는 초대형 드레스가 ‘설치’됐다. 1993년 엄정화가 ‘눈동자’를 부를 때 어느 무대에서 선보인, 전위적이고도 문제적인 드레스를 오마주한 것이다. 뮤직비디오 촬영팀이 준비한 그 드레스의 위용은 ‘Don’t Touch Me’ 뮤직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드레스를 입었던 때, 아직도 기억나요. 당시 피디님은 특별한 그림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저는 잘 이해를 못 했어요. 높은 데 올라서 있으니까 무섭기도 했죠. 오늘은 그 드레스가 놓인 장소도, 상황도 그때와는 다르니까 제 기분 역시 좀 달라요. 요즘에는 시간 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우리 활동이 즐겁거든요. 이 시간이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만옥은 환불원정대가 잘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큰 호응을 얻으며 잘될 줄은 몰랐다. 처음 그룹 결성 제안을 받았을 때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컸지만, 얼마 안 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후배들과 함께하는 그 모습이 혹시 민망해 보이진 않을까 싶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잖아요. 즐거운 건 즐거운 건데 ‘뭐 어때’라고 마음먹었어요.”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이 쓴 ‘Don’t Touch Me’는 10월 10일 음원 공개 후, 24시간 동안의 이용량을 집계하는 각종 음악 차트에서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두루 1위에 올랐다. 공개 후 일주일 가까이 지난 현재 시점까지 멜론, 벅스, 네이버 바이브, 지니뮤직 등 일간 차트를 보유한 곳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주간과 월간 등의 단위로 순위를 매기는 가온차트를 제외하면, 장기간 매일 정상을 지킨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제치는 결과다. ‘Don’t Touch Me’가 공개되기 전, <더블유> 에디터 몇은 스타일링에 참고하기 위해 음원을 미리 들어 볼 수 있었다. 강렬한 도입부가 인상적인 이 곡은 언제 어디서든 조금 지치려하면 도입부의 사이렌 소리와 함께 파이팅을 불어넣는 신호로 작동했다.
지난여름 음원 차트를 점령한 경험자는 이런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싹쓰리로 활동했던 여름철의 린다G(‘지린다’를 거꾸로 한 이름이다)는 사라지고, 어느새 진한 메이크업이 눈에 익은 천옥이 앞에 있다. 콘셉트가 있는 이 놀이를 가장 능란하고 노련하게 즐기는 천옥. 천옥이는 대체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한마디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환불원정대가 신박기획의 대표 지미 유와 처음 만나던 날 “저 미혼인데요? 동거 중인 남자친구는 있어요.”, “매니저로 소지섭 가능해요?”라는 식으로 역시 노련한 지미 유 보다 의제를 선점한 순간을 떠올리면 천옥은 지기 싫어하는 게 확실하다. “싹쓰리 활동을 재밌게 하고 마쳤는데, 제 안에 있는 야수 같은 본능을 다 풀지 못 한 것 같다는 찜찜함이 조금 남아 있었어요. 제 나이도 있고 하니 그 정도만 하라는 흐름이구나 했죠. 그런데 이렇게 또 환불원정대 활동을 하는 걸 보면 아직 뭔가를 더 하라는 흐름이 있나 봐요. 풀지 못한 거 싹 풀고 나서 후련하게 떠나야지.” 천옥은 흐름, 기운 같은 걸 중요하게 여긴다. 그녀는 감이 좋은 사람이니까 보이지 않는 흐름이 이끄는 대로, 우주의 기운이 향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예능의 판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보통 때와 공기가 좀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 음원을 녹음할 때나 오늘처럼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가 그렇다. 멤버들 각자가 프로페셔널한 뮤지션의 모드로 스위치를 켜야 한다. 천옥 역시 오늘만큼은 멤버들이 좀 더 긴장하고 모드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갑상선암 수술로 성대 신경이 일부 마비되고, 꽤 오랜 시간 노래를 부를 수 없었던 만옥은 오랜만에 녹음하면서 긴장한 표정이나 속상해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그런 건 역사가 긴 아티스트의 다큐적 순간이기도 하다. 언젠가 보컬 트레이너를 붙여 달라고 한 만옥의 한마디를 기억하고 녹음 현장에 자신이 아는 보컬 코치를 대동한 지미 유의 판단은 녹음 당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저는 이번 활동을 하면서 지미 유를 다시 봤어요. 원래도 아는 사이였지만, 그에 관한 미담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어요. 상대방의 속을 다 헤아리는 따뜻함과 진심이 놀라워요.” 만옥이 지미 유에 관해 한 말이다. 지미 유가 ‘Don’t Touch Me’ 음원 녹음 때 모셔온 보컬 코치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울음이 터지려던 만옥을 원 포인트 레슨으로 일으켰다. 지미 유는 그날 만옥을 위해 레슨 수강권 10회를 결제했고, 만옥은 요즘 시간이 나면 그 코치에게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비밀이 많은 제작자, 지미 유. 미국에서 건너온 것처럼 말하지만 미국 이야기를 할 때면 늘 말끝을 흐리기 때문에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알 ‘지’에 아름다울 ‘미’를 쓴다고 방송에서 본인 입으로 말한 적은 있다. 밤까지 지속된 촬영장에서 그는 <더블유> 화보 현장과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을 바삐 오가는 멤버들을 격려하면서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에나멜 소재의 검정 가죽 코트, 검정 팬츠와 검정 구두 차림. 바람에 흐트러지는 일 없이 단정한 각을 유지하는 검정 단발머리까지, 올 블랙의 지미 유가 지나간 자리마다 예상치 못한 카리스마가 그림자처럼 뒤따랐다.
지미 유가 정말 제작자 내지 매니지먼트 대표다운 역할을 하고 있는지 멤버들을 슬쩍 떠봤을 때, 목소리 톤까지 달라진 멤버는 은비다. “노, 진짜 대표보다 그가 나한테 더 잘해. 아이 러브 지미 유! 우리 지미 유 지금 어딨어요? 그가 일하는 거는 뭐, 낫 배드. 그런데 그는 케어를 특히 잘해요. 맨날 저한테 ‘은비스, 컴온’ 하면서 문자를 보내줘요. 건강 잘 챙기고, 안무 연습 힘들어도 밥 잘 챙겨 먹고 비타민도 꼭 챙겨 먹으라고.” 미국에서 주로 자란 은비에게 랩은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며 자연스럽게 몸에 익숙한 문화다. 노래와 랩의 구분이 무의미하게 그 모두를 음악으로 체화한 그녀는 ‘Don’t Touch Me’에서 노래뿐 아니라 유일하게 랩을 맡았다. “제 목소리가 크고 거친 데, 카디 비나 니키 미나즈 같은 아티스트의 목소리도 거칠고 시끄럽고 소리 자체가 커요. 우리 같은 목소리가 랩을 하면 더 귀에 팍팍 꽂히게 들리는 면이 있어요. 성량은 타고난 거라, 엄마한테 고맙죠. 엄마 성량이 기가 막히거든요. 우리 가족이 다 그래, 모여서 얘기하면 진짜 시끄러워.” 은비는 자신과 천옥이 비슷한 데가 있고, 둘 사이가 워낙 가까워서 기 싸움도 잘하며, 자기가 생각보다 언니들 말을 잘 듣는다고 했다.
은비가 요즘을 즐기면서도 가끔 정체성을 헷갈린 나머지 다른 예능에 나가서도 스스로를 은비라고 여기는 사이, 실비는 환불원정대와 함께 ‘토크’를 하는 거의 모든 순간에 은은했다. 실비가 첫 화보 컷을 찍기 위해 메이크업 중인 분장차에 들어서니 왠지 공기와 향기마저 다른 곳보다 은은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알고 보면 은은해서’ 실버를 연상시키는 실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전에 저는 춤도, 창법도 과했어요. 성격도 늘 하이 텐션 상태였고요. 어릴 때부터 끼와 열정이 어마어마해서 ‘내가 다 엎어버릴 거야’ 식의 불같은 사람이었어요. 어느 순간 저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심야의 디제이처럼 힘을 덜어낸 목소리로 실비가 말을 이어갔다. 일찍이 화려한 걸 갈망한 여자 아이. 그녀는 아마 예전 자기 집이 무척 가난해서, 엄마의 화장품을 몰래 쓰거나 엄마의 구두를 신어보고, 평상복보다 특별한 한복을 입은 채 돌아다니는 식으로 화려한 걸 취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스스로 돌아봤다. 실비는 이제야 비로소 화려한 것만이 멋진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오히려 수수한 게 좋아지고 있다. 워낙 선망하던 이효리가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더욱 바라보게 된 이유다. “언니들과 같이 있는 순간순간을 놓치기가 아까울 정도로 그들의 에너지와 관록을 제가 받아 가는 느낌이에요. 사실 만옥 언니와 천옥 언니한테는 마냥 편하게 대하지 못하겠어요. 더 안기고 응석도 부리고 싶은데 자꾸 깍듯해져요. 제가 어디 가서 이러지 않은 사람인데… 그런데 왠지 ‘아, 너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상처가 있었겠구나’ 하고 감싸주는 눈빛이 느껴져요.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제가 가고 있으니까요. 그런 걸 느끼는 순간이면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환불원정대 멤버 네 명이 첫 회동을 한 7월 어느 날, 말수를 아낀 채 ‘먹방’에 치중한 실비가 사실 너무 긴장한 상태였다는 걸 누가 알까? 실비는 자신이 긴장해서 말을 별로 하지 않았고, 무의식적으로 열심히 먹기만 한 것 같다고 그 날을 기억했다. 만옥은 은비와 실비에 대해 ‘알고 보면 마음이 여리고, 하지만 마음이 잘 서 있고, 후배지만 큰 사람 같다’고 표현했다. 천옥은 천옥다운 메이크업을 뚫고 얼굴에 배어 나오는,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가는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전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우리 넷이 걸어 나오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냥 걷기만 하는데도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실비가 딱 그러더라고요, 너무 가슴이 뛴다고. 음악이 울리고 큐 사인이 들어오는 순간 밀려든 그 감정을 나만 느낀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지향하는 바라고 해야 하나 취향이라고 해야 하나, 말로 그걸 콕 집어 설명하긴 힘든데 우리 넷은 참 잘 통하는 데가 있어요. 뭐가 즐거운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사람끼리 모여서 같이 활동한다는 게 너무 좋아요.
환불원정대가 ‘센 여자’라고들 한다. 그러나 인천의 드넓은 폐공장을 본거지 삼아 하루의 절반을 함께 머무는 동안, 아무도 ‘걸 크러쉬’ 같은 표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여자 넷이 모임으로 해서 분위기가 다른 게 있는지 물었을 때, 은비는 어느 순간보다 유창하고 정확한 한국말로, 랩을 하듯이 귀에 꽂히는 딕션으로 말해줬다. “예쁘장하고 귀여운 아이돌 그룹은 그들의 매력이 있는 거고, 하지만 그런 것만이 매력은 아니잖아요. 우리 각자 다 매력이 있어요. 천옥 언니가 뭔가를 깬 것 같아요. 조금 다른 기회를 만들어 준 거죠. 이건 내 짐작인데 그 언니는 환불원정대 같은 그룹 활동을 언젠가 꼭 하고 싶다고 바라지 않았을까…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활동하고 있다는 게 뿌듯해요.” 천옥은 요즘 후배 가수들의 메시지를 자주 받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한마디로 ‘후배들의 등불이고 희망입니다!’ 같은 내용도 있다. “우리를 재밌게 보면서, 어쩌면 자신들에게도 또 한 번의 즐거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나 봐요. 그런 문자를 볼 때면 앞으로도 어떤 기회를 잘 만들어서 모범 사례가 되는 그룹으로 남고 싶기도 해요. 환불원정대의 이미지와 모범이라니, 참 안 어울리지만.”
촘촘하게 나열된 이날의 타임 테이블 속에서 멤버들은 돌아가며 애초 목표대로 화보 촬영을 마쳤다. 블록버스터급으로 완성될 모양새인 뮤직비디오 촬영은 하이라이트가 될 순간을 앞두고 있었다. 먼지 자욱한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Don’t Touch Me’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몇 살을 먹는 대도 절대로 난 안 꿀리는걸, 따라 하고 싶지 않아, 남의 눈치 보지 않아, 자꾸 건드리네, Don’t Touch Me.’ 다시 구두를 신고 촬영 현장으로 나서기 전, 머리를 가다듬던 만옥이 말했다. “솔로 활동을 할 때는 무대 위에서 틀려도 혼자 마무리할 수 있어요. 하지만 팀으로 할 때는 하나가 틀리면 다 틀어질 수 있으니까 연습 때부터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그것도 저에겐 특별한 경험이었죠. 영화계에도 남자들이나 여자들 여럿이 모여 찍는 단체 영화가 있잖아요. 그런 작품을 하면서 배우끼리 ‘우리가 뭉친다’는 마음으로 일할 때가 있거든요. 음악계에서도 선후배 상관없이, 색이 맞는 이들끼리 모여 얼마든지 콜라보하거나 유닛 활동을 벌이는 일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방송 여부를 떠나, 서로 벽이 없이 재밌게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요.”
- 패션 에디터
- 김신, 김민지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장덕화
- 스타일리스트
- 김지수, 김선영(ES), 이지혜, 박진아, 김보나
- 헤어
- 조미연, 한지선, 김민종(스타일플로어), 박민주
- 메이크업
- 정수연, 홍성희, 테미(스타일플로어), 김선숙
- 네일
- 유니스텔라(이효리, 엄정화)
- 주니어 에디터
- 허예은, 이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