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더블유 6월호 커버 화보 풀 스토리 (One Sunn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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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색은 짙어지고 하늘은 눈부시게 변하는 여름의 시작. ‘블루 드 샤넬’의 투명한 향이 가득한 정원에서 배우 이동욱과 함께 했다.

파운데이션을 바르기 전,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젤 텍스처로 산뜻하고 가볍게 스며드는 Chanel ‘블루 드 샤넬 2-IN-1 모이스처라이저’를 충분히 발라 촉촉한 바탕을 완성했다. 니트는 Ann Demeulemeester by BoontheShop, 네이비 색 줄무늬 팬츠는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제품.

깨끗하고 따뜻한 톤의 피부는 ‘보이 드 샤넬 파운데이션’을 전체적으로 얇게 펴 발라 완성했다. 눈썹의 빈 곳은 ‘보이 드 샤넬 아이브로우 펜슬’로 부드럽게 채운 뒤, 스크루 브러시로 빗어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손에 든 제품은 아로마틱 우디 향조의 ‘블루 드 샤넬 빠르펭’ 향수. 모두 Chanel 제품. Chanel 블루 드 샤넬 빠르펭 50ml 13만3천원. 화이트 포켓 셔츠는 Lemaire 제품.

아이보리 니트는 Rick Owens, 팬츠는 Beaker by Beaker, 슈즈는 Salvatore Ferragamo 제품.

Chanel 블루 드 샤넬 빠르펭
풍부하고 부드러운 샌들우드 향을 메인으로 제스트, 라벤더와 제라늄의 신선하고 상쾌한 톱 노트가 시더우드와 어우러지면서 우아하고 깊이 있는 향을 선사한다. 기존 ‘블루 드 샤넬’ 라인의 ‘오 드 뚜왈렛’과 ‘오 드 빠르펭’에 이은 ‘빠르펭’은 샌들우드의 변주가 밀크처럼 크리미하게 펼쳐지며, 섬세하고 세련된 향을 선사한다. 자신감 넘치고 우아한 애티튜드의 남자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나 곁에 두고 사용하기 좋은 향. 100ml 18만8천원, 50ml 13만3천원.

Chanel 보이 드 샤넬
남자를 위한 메이크업 라인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한 ‘보이 드 샤넬’ 트리오. 결점을 자연스럽게 보정해주면서 가볍게 발리는 ‘보이 드 샤넬 파운데이션’, 부담스러운 윤기는 빼고 촉촉함만 남기는 ‘보이 드 샤넬 립 밤’, 정돈된 눈썹을 연출해주면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보이 드 샤넬 아이브로우 펜슬’이 바로 그것. 남자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으로만 구성해 메이크업에 익숙지 않은 이들도 손쉽게 자연스럽고 단정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보이 드 샤넬 파운데이션 30ml, 9만7천원, 보이 드 샤넬 립 밤 3g, 4만6천원, 보이 드 샤넬 아이브로우 펜슬 0.27g, 5만9천원.

당신이 물에 젖어 촬영할 동안 나는 구석에서 샤넬 향수를 공중에 몇 번 뿌려봤다. 오늘 햇살이 환상적인데 좋은 향까지 나니까 인터뷰 자리가 호사스러운 기분이다. 그 향을 어떻게 느꼈나?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향 같다. 처음엔 좀 강하게 다가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은은한 잔향이 남는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나는 향이 오래 지속되는 향수를 좋아하거든. ‘블루 드 샤넬’의 향은 오래 가는 편이다.

어떤 냄새를 좋아하나? 코튼 향. 빨래를 잘 말렸을 때 날 법한 냄새. 내가 빨래할 때 섬유유연제를 안 쓰는데, 코튼 향을 맡으면 원래 나의 냄새 같은 안정감이 든다.

섬유유연제를 안 쓰는 이유가 있나? 그게 옷감을 상하게 한다더라. 그리고 자칫 향이 잘못 배면 오히려 안 좋은 냄새가 날 때도 있어서 겨울철에도 사용하지 않는다.

살림 좀 잘할 것 같은 내공이 느껴지는데? 가장 자신 있는 집안일이 빨래인가? 아니, 나 다 잘한다. 빨래, 청소, 설거지, 요리….

이동욱이 들고 있는 제품은 Chanel ‘블루 드 샤넬 오 드 빠르펭 트위스트 앤 스프레이’. 상쾌한 시트러스, 아로마틱 허브, 마른 시더 노트가 관능적인 향수 ‘블루 드 샤넬 오 드 빠르펭’이
휴대가 편한 패키지에 담겨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향기를 즐길 수 있다. Chanel 블루 드 샤넬 오 드 빠르펭 트위스트 앤 스프레이 20mlx3, 13만6천원. 스트라이프 셔츠는 Juun.J, 데님 팬츠는 Raey by Matchesfashion 제품.

얼마 전부터 tvN <구미호뎐> 촬영 중이라고 들었다. 현재는 9월 초 방송 예정인데, 사전 제작 작품인가? 완전히 사전 제작이라고 할 수는 없고, 첫 방송 전에 어느 정도까지는 촬영했으면 좋겠다는 모두의 바람이 있다. CG 작업할 부분이 많으니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라서 마냥 여유롭지는 않다.

이동욱이 구미호 역할이라니 흥미롭다. 당신은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이고, 조보아가 도시 괴담을 좆는 방송 프로그램 피디 역할이라는 설정만 봐도 지금껏 우리가 봐온 구미호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색깔인가 보다. ‘어반 판타지 멜로’라는 장르다. 단순히 판타지나 멜로 어느 한쪽의 느낌만은 아니고 복합적이다. ‘남자 구미호’ 설정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독특하다. 통념을 비튼 감독님과 작가님의 의도도 흥미롭고.

그러니까 이동욱의 커리어에는 저승사자도 있고, 구미호도 있는 건가? 그렇지(웃음). 재밌는 경험이다.

작년이 배우 데뷔 20주년을 맞는 해였다. 2000년대 중반이었나, 당신이 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안녕하세요, 만년 라이징 스타입니다” 같은 말을 한 게 기억나는데 시간이 훌쩍 흘렀다. 와, 그걸 기억 한다고? 듣고 보니까 언젠가 내가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원래 학창 시절부터 암기 과목에 능하고 기억력이 남달랐나? 그 옛날 일을 이렇게 들으니 신기하네.

그 멘트에 좌중이 유쾌하게 웃어서 기억한다. 그 때문에 tvN <도깨비>가 히트했을 때 당신의 솔직한 심정이 궁금했다.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 드디어 나에게 이런 보상이!’ 하는 뿌듯함과 회한이 밀려오진 않았나? 이후 샤넬이라는 상징적 브랜드의 앰배서더까지 됐고 말이다. 우선 그즈음을 얘기하자면, 진심으로, <도깨비>의 인기가 많다는 걸 체감할 수가 없었다. 작품 방영 중에는 촬영하는 것만으로 너무 바빴으니까. 그건 나뿐 아니라 많은 배우가 그랬을 거다.

어느 시점까지는 제대로 실감할 수가 없었다는 말을 공유도 하더라. 그런데 작품을 끝내놓고 보니 광고와 화보 등 여러 스케줄이 엄청나게 쌓여 있는 거다. 그제야 ‘내가 이제 바빠지겠구나’, ‘작품이 잘돼서 이렇게 좋은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쁨에 취하는 걸 상당히 경계했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에게나 공유 형에게 ‘<도깨비>는 공유의 드라마이고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라는 말을 한다. 좋은 분위기를 잘 이어가는 건 중요하지만, ‘이 결과는 오롯이 내 것이다’ 같은 생각은 전혀 안 했다.

일이 잘 풀린다 싶으면 그 상황을 누리기보다 애써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되는 유형인가?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도깨비>를 했을 때는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지 16년쯤 지났을 때다. 잘되는 건 물론 좋은 일이지만, 잘 안 된다고 해서 내 인생이 고꾸라지는 것도 아님을 이미 알아버린 나이였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파란 셔츠와 잘 어울리는 향수, Chanel ‘블루 드 샤넬 빠르펭 ’을 전체적으로 뿌렸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파란 셔츠와 잘 어울리는 향수, Chanel ‘블루 드 샤넬 빠르펭 ’을 전체적으로 뿌렸다.

배우의 세월과 작품 수가 꼭 비례하진 않을 텐데, 당신의 활동 목록을 보면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과 라디오 출연 횟수마저 상당하다. 그만큼 대중이 이동욱을 관찰할 기회도 많았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 내가 당신에게서 받은 큰 느낌은 ‘자아도취가 없다’는 점이었다. <도깨비>이후 조금은 도취라는 게 생기지 않았을까 기대했는데…(웃음) <도깨비> 이야기를 여전히 많이 나누게 된다는 사실 자체가 그만큼 그 드라마가 재밌고 훌륭한 작품이라는 의미겠다. 그것에서 어서 벗어나는 것도 내 의무고 숙제다. 어쨌든 지나간 일이고, 과거의 영광이고, 심지어 그건 공유의 드라마였고(웃음).

환경과 속성이 화려한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허영심이라는 게 너무 없어도 힘들 때가 있다. 연예인이라면, 약간의 자아도취나 적당한 착각이 동력이자 매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텐데. 자아도취 되는 면이 이 직업에 필요하다고 나도 생각한다. 늘 선택받고 평가 받는 처지다 보니 ‘나는 잘하는 사람이야, 남들보다 뛰어난 뭔가가 있어’라는 생각을 안 하면 버티기 힘들다. 그 도취의 정도가 지나치다면 그건 뭐 개인의 문제일 것이고. 이 일을 하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100 50만 만족시켜도 훌륭할 텐데, 나를 싫어하거나 나에게 관심이 없는 50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곧잘 생기잖아. 그 점 때문에라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되뇔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어느 인터뷰에서 ‘일하면서 만족한 적이 거의 없다’고 했더라. 스스로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나? 그렇다. ‘잘했다’는 건 사실 남들이 그렇게 평가해줄 때 의미 있는 거고, 나는 나 자신을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성격 때문에 힘들기도 하다. 자기애가 필요한 순간이 있는데 나는 그런 걸 의도적으로 경계하는 스타일이니. 회사 대표님이 자신을 너무 비하하지 말라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야,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해. 주제 파악을 해야 해.’ 그런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기 평가에 엄격한 그 성격은 자존감과는 별개의 문제인가? 아니, 연결되지. 그러니까 힘들기도 하다는 거다. 슬럼프가 심하게 와서 두세 달 집 밖에 안 나간 적도 있고. JTBC 드라마 <라이프> 끝나고 그랬다.

2018년 하반기인데. 그 정도로 힘들었단 말인가? 집 밖에 나가기가 무섭기도 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 손가락질할 것만 같고, 내 편은 아무도 없는 듯한 느낌에 빠져서 저 밑바닥으로 꺼져 들어갔다.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 있거나 운동만 했다.

시간이 해결해주던가? 그런 면도 있고, 나는 왜 이렇게 못났나 싶은 생각에 빠져들 때 괜찮은 사람이라고 용기를 북돋워준 이들의 도움이 컸다. 공유 형도 그런 사람 중 하나고. 위기를 겪고 힘들 때 그래도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입술엔 호호바 오일과 시어버터, 비타민 E가 함유된 ‘보이 드 샤넬 립 밤’을 발라 본연의 입술색은 그대로 살리면서 촉촉하게 연출했다. 벤치에 놓인 향수는 두 가지 사이즈로 선보이는 ‘블루 드 샤넬 빠르펭’ 향수. 모두 Chanel 제품. Chanel 블루 드 샤넬 빠르펭 100ml 18만8천원, 50ml 13만3천원. 시스루 니트는 Rick Owens 제품.

나이가 들고 일하는 연차가 쌓이면, 나의 생겨먹은 특성이란 웬만해서 바뀌지 않는다는 걸 자기가 안다. 그 성격과 함께 가면서 괴로움의 횟수를 줄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 일단 내가 잘해야지. 내 연기에 내가 만족을 해야겠지.

직장인도 그 누구도 다 지금보다 잘하고 싶어 한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그럭저럭 버티는 걸 넘어 더 발전하려면 구체성이 필요하지 않던가? 그런 고민 끝에 작년 OCN <타인은 지옥이다> 때부터 조금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연기를 많이 준비해 가는 편이었다. 그 작품 때부터는 어느 정도 ‘그냥 해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준비를 꼼꼼하게 해서 현장에 나간다 해도 준비한 대로만 풀리는 건 아니니까. 배우로서 유연성을 키우는 게 연기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감독님과 상대 배우들과 협의한 큰 범위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그들과 부대끼며 풀어가자는 생각이다.

자신만 아는 변화를 시도했을 때 결과가 안 좋았다면 모를까, <타인은 지옥이다>의 서문조로 인상적인 연기를 해냈으니 기분이 괜찮았겠는데? 이게 말이다, 두 가지 감정이 있다. 직업인으로서는 ‘이동욱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같은 좋은 반응을 들어서 성취감이 있었다. 탄력을 받아서 <구미호뎐>에서도 그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고. 그런데 또 한 가지 감정은 괴로움이 크다는 거다. 애초 작품 들어갈 때부터 서문조에게 너무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은 했다. 악역은 많지만, 그 인물은 타인을 조종하는 데다 여느 악인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존재하면 안 되잖아! 적당히 파고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전 준비를 덜 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필이면 연기법의 분기점이 될지도 모를 캐릭터가 ‘탐미주의 살인마’여서… 작품이 끝나고서 내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나 주변 사람과 술을 마시다 나는 그냥 슥 한번 쳐다봤을 뿐인데 ‘왜 그렇게 쳐다봐’ 할 때가 종종 있더라. 어느 날 거울을 보면 내가 나를 보는 것 같지가 않고 묘하게 낯선 느낌이 들곤 했다. 아, 내가 완전히 괜찮지는 않구나 싶었다.

아무리 역할에 빠져들어도 정신이 나가버려서 살인 충동을 느끼는 일은 안 벌어진다는 것 정도는 자신도 알지 않나? 알지만, 그 인물에서 빠져나올 때가 괴로우니까. 그 고통은 또 당사자만 안다. 12년 전 드라마 <달콤한 인생>을 할 때도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러다 정말 죽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가 바짝 마른 낙엽 같았다. 불에 타버리거나 누군가 툭 치면 바스러져버릴 것만 같은. 사회 경험도 많지 않고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상태에서 그런 감정에 휩싸이니까 무서웠다.

‘자아도취 하는 예술가’의 기질이 있었다면 그 고통도 훈장처럼 느꼈을지 모른다. ‘괴로움을 느끼는 나’를 느끼는 일에 익숙해지면 고통에 대한 역치가 달라 질 수도 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성취감이라는 것도 분명 존재하고. 나중에 연기하다 또 힘든 일이 생기면 이렇게 털어놓고 그러면 되겠지? 한번 가보자 싶다.

햇살에 은은하게 반짝이는 입술은 Chanel ‘보이 드 샤넬 립 밤’을 바른 것. 니트는 Ann Demeulemeester by BoontheShop 제품.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의 고통에 시달린 어느 중견 배우 말로는,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는 게 원상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 공감되는 말이네. 내 학창 시절 동창들은 결혼해서 각자 살고 워낙 일하는 분야가 달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끔 연락 나눈다. 식품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신메뉴를 챙겨서 보내주기도 하고. 그 친구가 낚시를 잘한다. 내가 작년부터 낚시에 취미가 좀 생겨서 그 친구 도움을 종종 받는다.

한번 빠지면 돌아올 수 없다는 그 길에 결국 들어섰나? 낚시의 매력은 뭔가? 아무 생각도 안 든다는 점. 보통 낚시 하면 머릿속 정리도 하면서 자기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그냥 ‘물고기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잡생각이 없어지고 단순하게 눈앞의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나는 배 낚시를 즐기는데, 배 위에서 균형 잡고 서 있는 것부터 이미 낚시의 시작이다. 파도가 치는 와중에 자칫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위험하니까 다른 생각이 들 수가 없다. 파도 없이 잔잔한 날도 마찬가지다. 선장님이 ‘오늘의 대상 어종’은 뭐고, ‘그 어종을 잡으려면 몇 미터까지 줄을 던진 다음 다시 줄을 몇 번 감고…’ 기타 등등을 이렇게 저렇게 알려주신다. 그걸 따라잡고 반복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아침 6~7시에 나와 배 위에서 균형 잡고 물고기 잡는 일만 했는데도 금방 점심 먹을 시간이 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괜히 명작이 아닌 거다 (웃음). 낚시를 매개로 한 실존적 투쟁이 그려진다. 낚시 종류와 레벨이 무척 많더라. 그걸 하나씩 경험해보기만 해도 70대가 돼 있을 것 같다.

지금은 40대에 진입한 시점이다. 나이에 대해 별생각이 없다가도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 좀 뒤숭숭해지진 않나? 이렇게 말하면 나를 철이 없다고 볼지도 모르겠는데… 정말 별다른 기분이 들지 않는다. 아,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서 신체 나이를 측정해봤더니 서른두 살 나왔다. 그때 기분이 확 좋아지는 걸 보면서 나도 이제 나이가 좀 들긴 들었구나 싶었다(웃음).

나이에 따른 연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20대 남자 배우 중에는 무르익어야 연기를 알 수 있을 거라면서 중후해지길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판타지나 로맨틱 코미디물을 내가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 싶긴 하다. 경험상 로맨틱 장르는 남자 배우의 귀여움이 동반돼야 하는 경우가 많더라. 내가 연기 면에서 조금 귀여운 짓을 했을 때 ‘시청자가 언제까지 귀엽게 봐줄까’ 싶을 때면 문득 나이듦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어떤 대상을 보면 질투나 부러움을 느끼곤 하나? 신체 능력이 뛰어난 사람. 요즘 예능 <뭉쳐야 찬다>를 종종 보면서도 느낀다. 각자 다른 종목을 하던 선수들이 모여 축구에 도전하는데, 기본 신체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이라 결국 체득하고 성장하는 속도가 남다르다. 프로 선수는 이미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흥민이 혼자 드리블하며 장거리를 달려 골을 넣는 장면 같은 걸 보면 ‘저게 말이 돼?’ 싶다. 우리 회사의 가수 연습생들을 봐도 춤을 한 번에 외우고 습득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저게 가능하다고?’(웃음).

피부를 답답하게 막지 않으면서 SPF 25/PA++ 로 자외선 차단 효과까지 겸비해 야외 활동 시에도 사용하기 좋은 Chanel ‘보이 드 샤넬 파운데이션’을 발랐다. 땀과 피지에 강한 폴리머를 함유해 더운 날씨에도 오래 지속되는 것이 장점. 카키색 재킷은 Maison Margiela, 니트는 Jil Sander 제품.

피부를 답답하게 막지 않으면서 SPF 25/PA++ 로 자외선 차단 효과까지 겸비해 야외 활동 시에도 사용하기 좋은 Chanel ‘보이 드 샤넬 파운데이션’을 발랐다. 땀과 피지에 강한 폴리머를 함유해 더운 날씨에도 오래 지속되는 것이 장점. 카키색 재킷은 Maison Margiela, 니트는 Jil Sander 제품.

20년이 넘는 성실한 시간과 커리어의 시행착오 끝에 이동욱의 마음의 중심에 남아 있는 건 뭔가? ‘나’가 남더라. 20대에도 그랬고, 꽤 오랫동안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과 기타 책임감 같은 게 쌓여서 정작 나 자신을 챙기지 못하며 일했다. 3~4년 전부터 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나를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졌다.

자신 외부의 것이나 타인에게 할 만큼 했기 때문에 비로소 ‘나’에 눈 돌리는 순간을 맞는 것 같다. 자신에 대해 무슨 발견을 했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뭔지 나도 잘 모르겠는 거다. ‘날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뭘 할 때 즐겁지?’ 하는 생각을 꾸준히 했다. 그 결과, 일단 나는 운동하는 시간이 좋더라. 낚시랑 비슷하게 운동을 하면 2~3시간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나에게 쓸 수 있다. 세상 살다 보면 하는 만큼 결과가 다 돌아오진 않는데, 운동은 하는 만큼 돌아온다. 그게 너무 좋다. 어떤 형태로든 내 몸에 새겨진다는 것.

또 무슨 일이 즐겁고 하고 싶던가? 혼자 영화 보기. 집중력 있게 혼자 보고, 혼자 느끼고, 다른 사람은 또 어떻게 느꼈는지 검색도 해보고 그런 소소한 일이 즐겁더라.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도 그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다. 공중파에서 이름 걸고 하는 토크쇼인데 왜 압박감이 없었을까? 그런데 무엇보다 ‘하고 싶어서’ 했다.

올해 2월 말까지 12부작으로 선보였다. 배우 공유, 국회의원 박지원, 법의학자 유성호, 정관 스님, 가수 보아 등등 게스트 진의 스펙트럼이 넓었다. 토크쇼 진행해보니 어땠나? 재밌다. 그리고 어렵다. 일주일에 게스트 한 명 만나는데 4일 정도를 투자해야 했다. 자료 조사로 받는 서류만 매번 200~250페이지에 달했고, 제작진과 회의하면서 내가 던지고픈 질문도 뽑고. 하루는 스튜디오 녹화, 또 하루는 야외 촬영으로 보내고. ‘좋은 제작진’과 ‘좋은 장도연’을 만나 즐거운 경험을 했다.

히트작을 남기는 스타는 많아도, 스타가 자기 이름을 내세운 토크쇼를 남기는 경우는 앞으로도 희귀할 것이다. 현재 이동욱에게는 어떤 욕구가 남아 있나? 대중에게, 그리고 업계 사람들에게, 더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그 여부가 곧 성공으로 연결될 테지. 언젠가 내가 나에게 만족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것들이 다 별로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스스로도 뿌듯함을 느끼며 하루하루가 더 편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은 <구미호뎐>이 잘돼야 하겠지?(웃음)

뷰티 에디터
이현정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신선혜
스타일리스트
남주희
헤어
임정호(블로우)
메이크업
김지영(블로우)
김지영(블로우)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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