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들의 날카로운 순간 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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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꺼내놓은 14년간의 인터뷰.

<더블유 코리아>는 창간 이래 서울과 세계 곳곳에서 쟁쟁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14년의 유산이 쌓였고, 이따금 들춰보는 인터뷰 아카이브는 고이 묻어두긴 아까운 언어로 가득하다. 인터뷰의 한 대목이 한 사람의 인생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지만, 여기 다시 꺼내놓은 그들의 말에서 통찰과 재치를, 긍지와 아픔을, 그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엿본다.

박찬욱 20133월호

“난 언제나 우리 와이프가 어떻게 보는지가 제일 중요해!”

영화 <스토커> 개봉을 앞두고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함께 진행한 인터뷰 도중 미아가 “미국과 한국에서의 반응, 흥행 중 뭐가 더 중요해요?” 라고 묻자 박찬욱의 대답.

임권택 20136월호

“이 나이까지 100편이 넘는 작품을 만들고도 나는 자기 완성과 영화적 결과에 대한 회의를 갖고 사는 인간이다. 더 자꾸 욕심을 내봐야 만날 그런 자괴감 안에서 살 테니까 오히려 이제는 많이 편안해져야겠구나 싶다. 강박으로부터 벗어나서 훨훨 자유로워져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야 내 영화도 달라지지 않을까.

50여 년간 영화 현장을 지켰고, 102번째 장편 영화 <화장>을 준비 중이던 임권택 감독. 여전히 회의를 갖고 산다는 그는 당시 여든 살이었다.

봉준호 20138월호

“한국 조감독들은 감독의 기분과 의지, 변덕까지 살피고 감당하는 감독의 전사들인데, 미국이나 영국의 전문 조감독들은 현장을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감독을 압박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 점심 식사 전에 이 샷까진 찍으시겠죠? 그러시면 오후가 수월해지실 텐데…’ (중략) 송강호 형이 모니터 근처에 어슬렁거리고만 있어도 좋다, 나는. 같이 우리 말로 외국 배우들 품평도 많이 했다. 다른 배우들 연기하는 거 보고서 ‘쟤는 저런 쪽이 좀 발달한 거 같아’ 이러기도 하고, 자기 연기하고 나면 나한테 와서 또 그런다. ‘감독님, 크리스 쟤는 액션 기곕니다 기계, 제대로 맞았으면 난 아마 죽었을 거야. 내 멱살 잡는데 근육이 돌이에요.’ 이렇게 둘이서 궁시렁거리는 거다.”

<설국열차> 개봉을 앞두고 봉준호 감독은 미국에서의 연출 경험과 에피소드를 이렇게 직접 화법으로 생생하게 들려줬다. 송강호의 말이 음성 지원되지 않는가?

배병우 201310월호

"인간의 마음이 황폐해지는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서울 안의 자연이 삭막한 것도하나의 이유일 거다. 벚꽃잎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순간과 같은 삶 속의 작은 경이를 누릴 수 있는 곳을 많이 남겨 놔야 삶이 풍요로워 진다." - 배병우

“바다를 찍다 보니까 바다는 우주적이다. 고향적이 아니라 우주적이다. 바다는 코즈모폴리턴한, 범세계적인 소재다. 그렇다면 우리의 땅, 내 나라 고유의 것은 뭘까 고민하다 소나무가 답이 된 거다. 바다는 어디의 어느 바다이건 거의 비슷하지만 나무는 같은 소나무라도 하나하나 다르다.”

‘소나무 작가’로 알려진 배병우는 소나무 전에는 바다를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빛이 있는데, 그는 아침 광선을 좋아한다고.

고레에다 히로카즈(Koreeda Hirokazu) 201311월호

“일단 ‘낙심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같은 작품은 아마 만들지 않을 거다. 직접적인 응원가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지진과 원전 사고 경험을 통해 나를 포함해 일본인의 여러 가치관이 변해갈 것이 분명하다. 그 변화를 제대로 응시해서 반영한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아무래도 큰 사고를 경험하면 인간은 의지할 대상이나 도피처를 찾기 마련이다. (중략) 무엇보다 사람과의 관계라는 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과 그렇지 않은 타자, 일본인과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타자, 이렇게 배타적인 방식으로 나눠지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갈 것인가 하는 것은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분명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이자 창작자로서의 고민에 대해 묻자, 그가 길게 대답했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였다.

방탄소년단 201412월호

정국이 입은 버건디 터틀넥과 체크무늬 재킷, 코듀로이 소재의 네이비 팬츠 모두 GUCCI, 초록색 로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V가 입은 갈색 터틀넥은 ANDY & DEBB, 크고 넉넉한 코트는 LOUIS VUITTON, 회색 와이드 팬츠는 GIVENCY, 검은색 모자는 GUCCI, 검정 클리퍼는 PRADA, 지민이 입은 초록색 터틀넥과 베이지색 팬츠, 아이 보리 컬러의 양털 코트, 레이스업 검정 클리퍼는 모두 GUCCI, 랩몬스터가 입은 검정 터틀넥, 수트는 DIOR HOMME, 검은색 클리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가가 입은 회색 니트는 DIOR HOMME, 검은색 와이드 팬츠는 SAINT LAURENT, 검정 클리퍼는 DIOR HOMME, 진이 입은 하얀색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가죽 칼라가 돋보이는 코트는 SAINT LAURENT, 가죽 소재의 검정 팬츠는 ALEXANDERWANG X H&M, 클리퍼는 PRADA, J-HOPE 이 입은 화이트 셔츠와 블랙 재킷, 검은색 재킷 모두 GIVENCY, 검은색 클리퍼는 DIOR HOMME 제품. 

“1등 해야 한다. 일을 하다 보니까 왜 그렇게 모두가 가요 프로 1위에 목말라하는지 알겠더라. 예전에는 정말 이해를 못 했다. 일을 해보니까 1위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크더라. 어쨌든 1위를 하고 나면 사람들이 더 알게 되고 인정해주는 것 같다.” – RM

“우리가 처음부터 세워놓았던 목표가 ‘신인상, 콘서트, 1위’였다. 그래서 지금은 1위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야겠다는 마음뿐이다.” – 진

방탄소년단이 <더블유>에 등장했다. 멤버들에게 데뷔 2주년을 맞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었더니 모두의 대답이 글쎄 이렇게 소박하다.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발자취를 목표로 삼으며 ‘목마르다’라고 감히 말할 자, 누가 있을까?

임시완 20153월호

“나를 믿을 수 있다고 누가 그러던가? 섣부른 생각일 수 있다고 전해주기 바란다(웃음).”

<미생>을 마친 그에게 ‘신뢰받는 젊은 배우가 되었다’고 말하자 돌아온 말. 작은 청소년처럼 검정 배낭을 메고 스튜디오로 들어서던 그가 이제 군 전역을 앞두고 있다. 시완 씨, <더블유>가 당신의 전역을 기다립니다.

래리 클라크(Larry Clark) 201511월호

“촬영에 돌입하기 전 그들을 충분히 파악한다. 어떻게 말하고 걷는지,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까지 속속들이 관찰하는 거다. 그러고 나면 카메라 앞에서 이들이 뭘 하려 하는지, 어떤 게 잘못됐는지,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따위를 그냥 알 수가 있다. 나 역시 숱한 경험을 통해 깨우친 내용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단 한 명의 배우를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확실히 나는 프로페셔널과 논프로페셔널을 섞는 캐스팅을 선호하는 편이다. 한때는 만류하는 말도 많이 들었다. 아마추어는 나무에 매달린 그네 같아서 제멋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래리 클라크는 1971년 첫 사진집 <털사(Tulsa)>를 발표한 이래 ‘거침없는 젊음’의 동의어였고, 슈프림과 협업하는 70대 사진가다.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와 거스 반 산트는 래리 클라크의 초기 사진으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클로에 세비니와 로자리오 도슨의 10대 시절을 볼 수 있는 <키즈>로 영화 연출도 시작한 그는 영화에 아마추어를 자주 기용한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배우들로부터 어떻게 솔직한 모습을 끌어내는지 묻자 그가 설명했다.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가로서의 이력이 배우를 세밀히 관찰하는 특징으로 이어진 부분도 있지 않을까?

박진영 20156월호

“5년 동안 헤맸다. 한동안 죽음과 시간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혀서 물리학부터 성경까지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인간이 시간이라는 컨베이어벨트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이사이 부나 명예, 인기를 누릴 순 있겠지만 죽음에서 멈추는 결말은 똑같다. 이런 삶의 유한함, 불안함과 두려움을 어디서 극복할 수 있을지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중략) 사람답게 잘 살고 싶다. 좋은 집, 좋은 차,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 같은 영역 이상의 문제일 것이다. 잘 살고 싶기 때문에 먹고 싶은 걸 참아가며 매일 운동을 한다.”

박진영이 ‘우리는 어디서부터 왔는가’ 같은 주제에 몰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박진영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결혼과 출산이 그에게 일단은 현실적인 돌파구이자 해답인지도 모르겠다. JYP님, 득녀를 축하합니다!

빈지노 20163월호

꽃과 새가 프린트된 실크 셔츠와 반바지는 Louis Vuitton 제품. 씨리얼이 담겨 있는 수영장 모형은 IAB의 작품.

“성격이 가사를 쓰는 방식에서 많이 드러나는 것 같다. 나는 옷도 과한 디자인은 별로다. 뭐든 심플한 걸 선호하고 랩도 마찬가지다. 시작 단계의 신인 래퍼들을 보면 기존 뮤지션 스타일을 무턱대고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어린애들이 말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엇비슷해진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스타일과 화법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래퍼를 꿈꾸는 여러분, 빈지노의 이야기 잘 들으셨죠?

닉 나이트(Nick Knight) 201610월호

Nick_Knight_by_Jon_Emmony

“종이 잡지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인 우리가 물리적으로 이미지를 소유할 수 있다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인 현실성(Reality)의 결여는 지금 시대에서 종이 잡지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그러므로 종지 잡지의 시대가 끝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그것이 프린팅의 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진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회화의 시대는 끝났다는 예상이 빗나간 것처럼 말이다. 사진 이전에 페인팅이 이 사회를 본질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고 여겨졌고, 그 이후 150년간 사진이 20세기 최고의 표현 방법으로서 그 자리를 대신해왔지만 페인팅 역시 사라지지 않고 공존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회화가 그랬듯이 인쇄 이미지는 계속될 것이다. 다만 패션을 표현함에 있어서 주류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닉 나이트의 사진을 보면 늘 이런 생각이 든다. ‘인공미와 판타지는 한 끗 차이인가?’ 누구보다 빠르게 사진의 디지털 테크닉을 극도로 구사해온 이 패션 사진가는 디지털 시대가 자신에게 축복이라고 말했다. 확고한 가치관으로 종이 매체 종사자들의 가슴을 찢어놓는 이 사진가의 앞날을 다 같이 지켜보자.

알렉스 카츠(Alex Katz) 20185월호

알렉스 카츠.

“사람들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말하지. 그러나 모든 것은 변한다. 그림을 예로 들자면 지금은 패셔너블한 그림, 패션을 소재로 한 그림이 흔하지만 1970년대만 해도 그런 작업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림은 진지한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나는 시대는 늘 변하고, 영원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시절에도 패션을 소재로 한 작품에 도전했다. 다시 말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 그게 바로 세상이다.”

지난해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 전은 종료일이 연장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에 올 계획이 없다는 그의 일정을 일찍 확인한 <더블유>는 국내 매체에서 가장 먼저 그와 긴 전화 인터뷰를 나눴고, 알렉스 카츠는 마침 그달 <더블유>의 테마가 ‘LOVE’인 걸 알고 공개된 적 없는 부부 사진을 잔뜩 보내주기도 했다.

정해인 20187월호

유연한 실루엣의 검정 실크 셔츠는 Dior Men 제품.

“데뷔가 늦었는데 조급하진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회의가 들었다. 어떠한 기준을 두고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적용해야 할까? 내가 보통의 경우와 달리 데뷔가 늦었다고 치면, 대신 MT도 가면서 대학 생활을 누리는 경험을 했다. 옷가게에서 일하면서 짧게나마 용돈 벌이도 해봤다. 다음 작품 선택이 중요하다는 말 역시 하도 많이 들으니까 어느 순간 강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게 나한텐 안 중요할 수도 있는데.”

부드러움 뒤에 견고한 자아를 지닌 젊은 남자. ‘다음 작품’이 흥행을 하든 안 하든, 정해인에게 중요한 건 그 작품 경험을 통해 그가 얻은 바가 있는가 없는가 여부일 것이다, 그게 수치화할 수 없는 무형의 것이라도.

하정우 20187월호

오토매틱 시계로 30m 방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파란색 스틸 핸즈가 특징인 ‘마스터 컬렉션’ 시계는 Longines 제품. 재킷, 셔츠, 쇼츠는 모두 Dolce & Gabbana 제품.

“마틴 스코세이지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궁금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배우를 하다 감독까지 겸하며 80대에도 어쩌면 그렇게 작품 활동을 잘하고 있는지, 현장에서는 어떤 스타일인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데 아직 못 만난 감독이 있냐고 묻자.

피처 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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