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하고픈 아티스트는 물론 격투기 선수까지 영입하며 레이블의 영역을 넓힌다. 락 네이션 파티에 가서는 제이지, 비욘세와 어울린다. 그 자체가 힙합인 박재범이 이제 소주병을 들고 랩을 한다. 성실하게 질주하는 그에게 정해놓은 지점이란 없다.
<W korea> 조만간 신곡 ‘Soju’가 나온다. 지금 인터뷰 자리에도 소주 한 병이 피처링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몇 잔 마신 상태인데, 주량이 어떻게 되나?
박재범 소주 두 병 가까이 마시면 취한다. 작정하고 마시자면 세 병까지도 가능한데, 대신 기억을 잃는다(웃음).
작년 여름, 제이 지가 이끄는 미국의 힙합 레이블 락 네이션(Roc Nation)과 계약해 화제에 올랐다. ‘Soju’는 락 네이션 레이블 하에서 처음 발표하는 영어로 된 곡이다. 글로벌하게 발표하는 첫 싱글 주제를 소주로 선택한 것에서 어떤 노림수가 보이는데?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다. 촌스럽다고 여길 수 있는 걸 좀 더 멋지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는 한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한국 사람이 미국의 힙합 문화에 영향을 받듯이, 이 음악을 통해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적인 문화를 선보이고 영향을 끼치고자 했다.
키스 에이프는 ‘잊지마’ 뮤직비디오에서 막걸리병을 들고 랩을 했고, 싸이는 서울 곳곳을 배경으로 키치한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Soju’의 성공에도 뮤직비디오 만듦새가 관건일 듯하다.
아직 뮤직비디오 완성본을 보지 못 했는데, 애틀랜타에서 미국 래퍼 투 체인즈와 촬영했다. 투 체인즈 아나? 뮤직비디오에선 투 체인즈가 등장해야 할 법한 미국적인 배경의 장면에서 내가 계속 출연하며 랩을 하고, 반대로 내가 있어야 어울릴 것 같은 배경에선 투 체인즈가 등장한다. 그러다 마지막엔 우리가 같이 한국과 미국이 어우러지는 느낌으로 논다. 투 체인즈가 방석을 깔고 앉아 소주병에 둘러싸인 모습을 신선하게 느끼는 힙합 팬이 많을 거다.
락 네이션에 소속된 아티스트의 면면은 어마어마하다. 리한나, 머라이어 캐리, 빅 숀, 로빈 시크, 제이든 스미스 등. 그쪽에서 프로듀싱이나 믹싱 등 음악 작업에 적극 관여하는 식으로 작업했나?
그들이 내 결과물을 흡족해하지 않았으면 관여를 많이 했겠지? 그런데 내가 하던 대로 만들어 들려준 음악에 만족하는 반응이었다. 프로듀싱 역시 모두 AOMG와 하이어 뮤직 인물들이 했다. 무조건 해외의 대단한 인물과 작업해야만 탁월한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첫 작업을 통해 우리도 꿀리지 않음을 증명한 것 같아 뿌듯하다. 다만 계약서는 정말 꼼꼼하게 쓰더라(웃음).
거대 레이블이 제시하는 아티스트 계약서는 어떻던가?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수익 배분 같은 수치가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쓰여 있고, 각 과정마다 마쳐야 하는 날짜까지 딱 명시돼 있다. 음악 작업 자체는 작년에 다 끝났지만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치느라 이제야 공개를 한다.
락 네이션이 박재범과 계약한 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박지성을 영입한 이유와 비슷할까? 아시아 시장을 잡기 위해 대표 격인 한 인물을 불러들이는 것 말이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떠한 이유로 나를 선택했는지 그런 말은 안 해준다. 내가 쌓은 커리어를 보고 선택했겠지. 락 네이션의 행보와 관계자들의 사고 방식 모든 게 마음에 든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내 작업에 관여할 테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해서인지 별 터치를 안 하는 편이다. 한마디로 나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내 비전을 서포트하고 거기에 조언을 좀 보태주는 정도다. 이번에 투 체인즈와 연결시켜준 것도 물론 락 네이션이고. 이 모든 게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더욱 글로벌하게 도약할 수 있는 ‘Soju’ 발표 기념으로, 당신과 프로듀서 차차말론이 세운 하이어 뮤직과 AOMG 소속 아티스트 중에서 더욱 유명해졌으면 하는 이를 소개할 기회를 주겠다.
하이어 뮤직에 pH1이라는 친구가 있다. 우연히 알게 되어 인스타그램으로 쪽지를 주고받다가 영입했다. 랩도 잘하고 음악적으로 톱 클래스라고 할 만한데, 실력에 비해선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 레이블에서 유일한 여자 아티스트인 후디는 얼마 전에 ‘골든’이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들어봐주길. 내가 피처링했다. 우디고차일드의 앨범도 곧 나온다.
작년 <쇼미더머니>로 처음 존재를 알린 우디고차일드는 워낙 독특한 캐릭터라 아주 잘 되거나 욕을 듣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웃음).
정말 독특하다. 목소리, 스타일, 외모 모두. 그의 스타일이 다수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생소한 음악도 들어보려고 시도한다면 그 음악과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생길 거다.
사실 작년 <쇼미더머니> 출연자 중에서 여러모로 인상적인 인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우원재를 언급할 것이다. 다만 AOMG에서 우원재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와 레이블의 분위기가 잘 어울릴까 싶었다. 물론 아티스트를 볼 때는 음악 자체뿐만 아니라 서로의 궁합도 고려하겠지?
사람을 들일 때는 인성도 아주 중요하게 본다. 원재는 일단 그레이 형과 로꼬와 친분이 있더라, 홍대 후배여서. 그레이 형이 음악 아카데미에서 강의할 때 수업도 들었다고 한다. 원재가 음악은 어둡지만 실제로 만나면 되게 귀엽다. 잘 웃고, 여리다. AOMG에는 없는 색깔의 음악을 하는 친구이기도 해서 함께하게 됐다.
이달 <더블유>는 <고등래퍼> 출연자들과 화보 촬영을 한다. 우승자인 김하온을 보면서 촉이 왔나?
그 방송을 보지는 못 했다. 그런데 프로듀서로 출연한 그루비룸과 회사 사람들이 계속해서 김하온을 언급하며 랩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한번 보라고 했다. <고등래퍼>의 매 무대마다 꾸준히 발전하며 잘하는 것 같았고, 무대에 서도 애가 전혀 쫄지를 않더라. 우리가 열아홉 살 때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하면 대단하다.
옛날이야기 좀 해도 될까? 나는 아직도 당신이 아이돌 생활을 접고 미국에 갔다가 돌아오며 공항에서 고개 숙이고 인사한 모습을 기억한다. 지금은 힙합 레이블의 수장이 된 박재범을 두고 아무도 그때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느닷없이 돌출한 악재에 미국으로 떠나 아르바이트하며 지냈다는 그 시기가 늘 궁금했다. 혹시 그때 인생이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전혀. 가수 못 하고 연예인 못 한다고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사랑받는 게 너무나 복 받은 삶이지만, 이게 다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갑자기 사라져도 인생이 끝난 것처럼 좌절하진 않을 거다. 살 날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몸 건강하고 숨 쉬는 동안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살 수 있다.
더 많은 화보 컷과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6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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