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 살아남을 음악을 만들고 싶은 것이 프라이머리의 목표다. 그가 새로운 인류의 목소리를 탐색하고 마이크를 쥐여주는 이유다.
W Korea 맨 얼굴을 마주하니 좀 낯설기도 하다. 상자를 머리에 쓴 이미지 가 워낙 익숙해서인가 보다.
프라이머리 실물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신비주의는 아니다. 박스를 통해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었을 뿐이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의 지향점이 시대를 타지 않는 음악이었다. 리스너로서 나는 60, 70년대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인데, 재킷 사진 속 인물의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을 보면 시대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았다.
시대를 타지 않는 음악이라면 어떤 걸까?
시간이 흘러도 듣게 되는 음악, 나중에 들어도 세련된 음악 아닐까. 예를 들어 작년 이맘때, 재작년 이맘때도 <쇼미더머니>가 방영 중이었고, 해당 시즌의 음원이 당시 차트를 점령했다. 하지만 1년, 2년이 지나서까지 듣게 되는 곡은 드물지 않나. 나 역시 지금 유행하는 트렌디한 음악을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가급적 유행하는 패턴을 안 쓰려고 노력한다. 이미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 요즘의 방식 때문이기도 할 거다. 새로 들어야 할, 들을 수 있는 음악이 계속 쏟아져 나오기도 하니까.
음악을 소장 하는 시대에서 소비하는 시대로 변화했다. 이전에는 CD든 LP든 구입해서 닳도록 들으며 음악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리스너들의 모습이 있었다면, 스트리밍 시대는 트렌드에 더욱 민감해지게 만드는 것 같다. 음악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나 역시 가끔 CD를 사기는 하지만 주로 타이달이나 애플뮤직에서 새로 나온 음악을 체크하는 걸 보면서 거기에 발맞춰 가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 과도기적 상황인 것 같다.
요즘은 다른 경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더라도, 좋아하는 뮤지션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음반을 구입하고 소장하는 분위기도 있다.
외국에서 LP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카세트 플레이어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테이프도 나오더라. 어번 아웃피터스 같은 편집매장에서 붐을 일으켜 힙스터라면 턴테이블 하나쯤은 가져야 한다는 트렌드도 형성됐고.
이번 앨범 <신인류>는 홈페이지에 반주 음원을 모두 올려놓았던데.
내가 방송에 나오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니 새로운 마케팅을 해보고 싶었 다. 반주를 먼저 듣고 마음에 들면 음원을 들어보게끔 유도하는 방식을 시험 했달까.
각 트랙의 노래를 부른 뮤지션의 면면이 신선하다. 샘김이나 이요한 같은 오디션 쇼 출신 싱어, 떠오르는 래퍼 서사무엘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이 노래와 작사에 참여했다.
유명한 가창자와 작업하는 게 쉬운 방법이기도, 판매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힙합, R&B 장르가 주류 시장을 차지하는 지금 피처링에 자주 참여하는 유명한 분들과 하는 건 뻔한 공식 같아서 피하고 싶었다. 음악을 함에 있어서는 신선한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친구나 신인, 아직 발굴되지 않은 실력 있는 가창자들과 작업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작업을 하면서도 내가 많이 배우고, 이 친구들이 어떤 면을 잘하는지 편견 없이 캐치할 수 있어서 이런저런 시도도 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저 사람이랑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그런 분들과 작업했다.
함께 작업하기로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음색일까? 음악을 들어보니 다들 보컬에 뚜렷한 색깔이 있더라.
노래를 잘하는 건 오래 연습하고 길게 녹음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음색이나 개성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루브가 중요하다. 음정보다는 보컬 특유의 리듬감과 음색을 본다. 프로필이나 네임 밸류보다는 귀를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
피처링에 참여한 11명이 아직 생소하다. 한 사람씩 소개해준다면?
우선 첫 트랙 ‘On’을 함께한 래퍼 서사무엘은 마인드적으로 신기한 친구더라. 책도 많이 읽고, 자기가 쓰는 가사가 있다면 그런 식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죠지는 지금 유행하는 R&B 스타일을 잘 소화하는데 왜 아직 안 알려졌을까 궁금하다. ‘Baby’의 주영은 내 생각에 한국 R&B 신에서 가장 가진 게 많은 친구 같다. 챈슬러는 작곡가로 유명한데, 트렌디함에 있어서 최고다. pH-1과는 90년대 바이브의 음악을 같이했을 때 어떤 게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샘김은… 미친놈인 거 같다. 스무 살인데 음악을 너무 잘해서 괴물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외국에서 와서 그런지 바라보는 시야도 다른 거 같고. ‘썸’의 작곡가인 에스나는 음악을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드문 재주가 있다. ‘알아’의 수민은 작사 작곡 편곡에 믹싱, 마스터링까지 혼자 모든 걸 잘 해서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친구다. 이요한은 <슈퍼스타 K>에 출연한 걸 나중에 유튜브로 보고 목소리에 반한 친구다. ‘밤꽃’에 피처링한 카더가든은 오혁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는데, 유머러스하고 아이디어가 많다. 코크배쓰는 대중적인 목소리에 잘생긴 외모로 곧 인기를 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인류>라는 앨범 타이틀이 궁금하다. 당신의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을 지칭하는 말일까?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부터 프로젝트 이름이 ‘넥스트 제너레이션’이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고 싶었고, 음악 신을 짊어지고 갈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니 리스너보다는 앨범에 참여하는 이들을 염두에 두고 정한 셈이다. 그만큼 내가 하고 싶은 걸 시도한, 자기 중심적인 작업이었다. 앨범 재킷의 찢어진 이미지도 그들을 콜라주한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뮤지션들과 같이 작업하면서 확인한 ‘신인류’적인 특질이라면 어떤 게 있나?
안정감이 생긴다는 게 음악 하는 사람에게는 해가 되는 것 같다. 어느 순간 늘어지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안 될 거 같은 건 쉽게 포기하고… 어린 친구들과 같이 일하다 보면 그런 면에서 자극을 많이 받는다. 음 악 하는 선배님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는, 레전드가 아니라 계속 현역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거였다. 나 역시 머물러 있지 않으려면 어린 친구들에게 자극과 영향도 받고, 맞춰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신인류’다운 뭔가가 있다면 90년대생의 세대적 특징이라기보다 20대의 특 징에 가깝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요즘 세대만의 정서는 분명 있을 거다. 이전에는 노랫말에 철학적이거나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많았고, 그런 것이 인정받는 시대였다면 요즘은 자신의 구체적인 상황, 일상적인 이야기가 주된 정서로 자리 잡은 거 같다. 그런 트렌드가 마음에 안 든다고 여기는 순간 낡은 사람이 될 거다. 하지만 80년대 90년대에 유행하던 헤어스타일이나 패션, 브랜드가 다시 돌아오고 있지 않나? 김병지 머리, 쫄티에 통 넓은 바지, 필라나 타미 힐피거 같은 브랜드처럼. 노랫말의 유행도 그렇게 돌아오지 않을까. ‘Bawling’ 같은 곡을 함께 작업했던 오혁도 가사를 추상적으로 쓰는 편인데,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면 별 뜻 없다고 답한다. 추상적인 한편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는 그런 가사, 누구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그런 애매한 노랫말이 더 신선하게 들릴 때가 올 것 같다.
더 많은 화보 컷과 인터뷰는 더블유 9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에디터
- 황선우
- 포토그래퍼
- CHAE DAE HAN
- 스타일리스트
- 남보라
- 헤어 · 메이크업
- 이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