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기라는 화려함을 걷어낸, 깨끗한 아름다움을 가진 배우 하지원의 매력에 주목했다. 정제된 동그라미는 성스러운 여인을 상징하는 동시에 유기적인 순환과 부드러운 여성성, 분홍색의 의미에서 이번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과도 맞닿아 있다.
STILL LOVE YOUR W
8명의 아티스트가 10명의 셀레브리티를 조각으로 표현했다. 커미션 워크, 컬래버레이션, 혹은 그 사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더블유가 제안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에 공감한 이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바쳐 만났고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탐색했으며, 새로운 미술 작품을 함께 만들어냈다.
하지원 + 김기라
“연기도 예술의 한 분야잖아요. 사회와 문화에 기여해야 하는 책무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주변에서도 유방암을 앓는 분들을 보는데,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병인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쁘게 여기며 참여하게 됐어요.” 더블유에서 제안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걸 선뜻 수락하며 하지원이 한 얘기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건 강하고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던 하지원은 과연 과감하고 대담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최대한 예쁘게 표현하는 커미션 워크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기라 작가와의 미팅을 위해 방문한 하지원의 기획사 사무실에는 아시아의 팬들이 사랑을 담아 그려 보낸 초상이 이미 가득했으니까. 단순한 형상 안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담자는 김기라 작가의 아이디어는 이 배우의 바람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다.
더블유의 아트 프로젝트로 탄생한 이번 10개의 아트피스를 미니멀리즘/리얼리즘의 잣대로 줄을 세운다면 하지원과 김기라 팀의 작품은 그 왼편 극단에 있을 것이다. 핑크색 원 두 개는 에폭시 소재로 만든 LED 조명으로 벽에 설치되어 전원을 켜면 불이 들어온다. 트레이시 에민이나 프랑수아 모렐레의 네온 아트를 떠오르게 하지만 훨씬 묵직하고 견고하다. 여기에 하지원이 고른 키워드들을 낭독한 내레이션을 결합한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으로 완성하는 것까지가 작가의 구상이다. “배우는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는 존재잖아요. 본래의 자아와 다른 사람의 삶을 담아내는 자신의 페르소나, 두 개의 서클이 영원히 돌아간다고 봤어요.” 김기라 작가는 파워풀한 구조 속에 여린 빛을 담은 이 작품에,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하지원이라는 사람의 내면을 녹여냈는 설명도 덧붙인다. 두 개의 원은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과거에서 미래로 일정 속도로 흐르는 시간/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시간)을 상징하기도 한다. 전원을 켜면 발산하는 빛이 마치 부처의 머리 뒤에서 나오는 광배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대목에서는 불교 신자인 하지원이 미소를 지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빛, 오라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빛과 에너지를 꺼뜨리지 않도록 간직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가 당당하고 싶은데 자신감을 잃는 순간에는 내면에 집중해서 나의 불빛을 상상해보기도 해요.” 물론 두 개의 핑크색 원에서 여성의 가슴 그리고 유방암 캠페인의 상징을 읽어내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해독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담고도 친절하게 설명은 해주지 않은 김기라 작가가 덧붙인다. “예술은 상상계에 있으니까요.”
작가 노트
배우 하지원과 컬래버레이션한 이 작품은 분홍색의 두 개의 둥근 LED 조각, 그리고 하지원의 사운드 내레이션으로 설치될 예정입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원은 배우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인생의 시간과 공간을 의미합니다. 두 개의 둥근 원은 시작과 끝이 없는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영원을 상징하며 보호막의 의미도 갖습니다. 여성의 에너지인 동시에 근원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 포토그래퍼
- KIM YEONG JUN
- 패션 에디터
- 백지연
- 피처 에디터
- 황선우
- 스타일리스트
- 이보람, 손유림(인트렌드)
- 헤어
- 강원태(요닝)
- 메이크업
- 김활란(뮤제네프)
- 세트
- 김민선
- 어시스턴트
- 조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