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여섯 명, 그리고 그들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해맑은 표정과 내밀한 속내를 알고 있는 반려동물들.
강인+춘향
“원래는 다시마나 미역 같은 이름을 생각했어요.” 턱 밑을 제외한 온몸이 까만 털로 반지르르하게 뒤덮인 프렌치 불독은 하마터면 해 조류가 될 뻔했다. 씻기지 않으면 다시마처럼 비릿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면서, 강인이 동거인만 알 수 있는 정보를 덧붙인다. “그런 데 외모만 보고 다들 수컷인 줄 알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여자아이 같은 이름을 고민하게 됐죠.” 막상 붙여놓고 보니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게 그의 자평이다. 코를 심하게 골고 식탐도 많고 장난이 심한 두살배기는 강인이 해외 스케줄이라도 마치고 돌아온 밤이면 제 배를 주인 목에 두르고 자면서 애틋하게 군 다. “일 때문에 얘를 너무 외롭게 하는 건 아닐까 종종 미안해지곤 해요.” 어린 시절에도 강인은 개를 키운 적이 있다. 그때 받은 사랑을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한다고 했다. “3~4 살 무렵 외출을 하면, 문 앞까지 강아지가 나와서 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곤 했어요. 그런 모습만 봐도 개는 참 정이 많은 동물이에요.” 그는 춘향이가 너무 주인밖에 모르는 듯 해서 가끔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고 했다. “다른 개들과 못 어울리는 게 나 때문인가 싶어서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사랑을 받는 다는 게 기쁘기도 하죠. 얘한테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 많이 배워요.”
수호 + 별이
수호가 고등학생 때 집에 온 요크셔테리어 별이는 연습생이던 그가 데뷔 4년을 맞는 동안 이제 아홉 살이 되었다. 다 자라 자기 일에 바쁜 수호 형제 대신 어머니와 낮 시간을 내내 함께 보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아버지의 귀가를 환영하며 효도를 실천하는 이 늦둥이 막내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린 듯 개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굴기도 한다. 별이를 대할 때만 상냥한 말투로 돌변하는 아버지는 훈육 대신 맛있는 음식을 무한정 허락하셨고, ‘마음대로 먹지도 못한다면 개에게 무슨 삶의 낙이 있겠느냐’는 가장의 교육관은 별이를 악수도 할 줄 모르는 응석받이로 자라게 했지만 막내가 치는 자잘한 사고는 당연한 성장의 과정이었다. 가족이니까. “어렸을 때는 이갈이를 하며 벨트나 신발을 물어뜯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건 개의 잘못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생리적 변화잖아요. 껌을 잘 주고, 옷을 망치지 않게 치워놓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가족과 함께 산다는 건 서로 이해하는 일이니까요.” 밥 주는 사람을 가장 좋아해서 어머니를 잘 따르는 별이는 데뷔 이후 숙소 생활을 하며 잠잘 때나 집에 다녀가는 수호와 지금 약간 서먹해진 상태기도 하다. 더블유와의 촬영이 데뷔 이후 별이와의 첫 외출이었다는 데 자신도 새삼 놀라며, 앞으로 따로 시간을 내서 산책도 시켜주며 점수를 따겠다는 게 막내와 관계 회복을 꿈꾸는 작은 오빠의 작전이다.
효연 + 비비안
동물이라면 다 무섭던 효연의 삶은 지난 2년 반 동안 완전히 달라졌다. 가족의 일상과 대화에도 두 개의 새로운 구심점이 생겼다. 바 로 비비안 그리고 바바라라는 두 마리의 미니어처 푸들. “추운 겨울에는 외식을 포기했 고, 요즘도 쌀쌀하지만 담요를 두 장씩 덮고 테라스에서 먹죠. 외출할 때도 가방이건 간식이건 목줄이건 비비안 물건을 다 챙겨놓은 다음이 내 물건이에요. 삶의 우선순위가 달 라졌고, 가족들 사이가 더 끈끈해졌죠.” 대형견과 산책할 때는 힘에 못 이겨 끌려가다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까지 생긴다는데, 효연은 오히려 살짝 스텝이 엉키면서 비비안의 발을 부러뜨린 경험이 있다. 작고 연약한 소형견을 키우는 애로사항인 셈이다. 1.8킬로그램의 작은 덩치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짖긴 하지만. “반려견은 가족이에요. 엄마가 없어지거나 다치거나 하면 식구들에게 큰일이 나는 것처럼 강아지도 똑같아요. 중간에 포기해서 서로 힘든 일이 없도록 인형이나 장난감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점을 잘 알고 키웠으면 좋겠어요.”
선데이 + 호피 & 니찌
선데이와 니찌가 가족이 된 건 10년 전쯤의 일이다. 가수 데뷔 후 고양이 입양을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이 페르시안 클래식을 발견 하고는 첫눈에 반했다. 한편 호피는 그로부터 몇 년 뒤 니찌가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만나게 됐다. “유기묘였어요. 마찬가지로 보자 마자 운명임을 느꼈죠.” 사실 선데이의 경우, 어릴 때부터 줄곧 개들과만 생활해왔다. 고양이와의 동거는 어떻게 다른 시간이었는지 물었다. “연애하는 느낌이랄까요? 은근히 밀당을 하게 돼요. 관계를 쌓으려면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고요.” 그러면서 굳이 비교를 하 자면 니찌가 호피보다 좀 더 ‘개냥이’에 가깝다고 덧붙인다. “가끔 호피가 니찌에게 앙탈을 부리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몇 살 어른이 라고 너그럽게 받아주는 걸 보면 기특해요.” 선데이는 둘과 함께 살면서 배우는 게 많다 고 했다. 유기동물의 현실에 대해 좀 더 알게 됐고 자연스레 봉사 활동에도 관심이 생겼 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양이들로부터 받는 위로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제가 우울 해 보이면 다 안다는 듯, 넓은 마음으로 다독여주는 것 같아요. 그럴 때면 저보다 더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루나 + 밥이
루나가 연습생 시절 숙소에서 키우려고 분양받은 작은 강아지는 사료통에서 나오질 않은 채로 먹고 자고 하다가 아예 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눈물이 많은 루나가 어리고 외롭던 시절 밥이는 위로가 되어준 존재다. 혼자 울기라도 하면 어느새 기척을 알아채고는 그 좋아하는 밥을 먹다가도 달려와서 사려 깊게 핥아준다. 동물을 좋아하는 가족 틈에서 여러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자랐지만, 온전히 스스로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었다. 누군가 나를 돌봐줘서가 아니라 내가 돌봐줘야 하는 누군가가 옆에 있기 때문에 힘을 내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어른이 된다. 유기견이나 동물 분양 시스템의 그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울 수 있는 길을 고민하게 된 것도 밥이가 있어서였다. “개를 키우면서 사람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은 사랑을 주다가도 마음이 변하지만 개는 오직 사랑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동물이라는 점이 다르죠. 데이트하거나 보호센터에 한번 들러본다면 구충제나 사료를 사주는 것부터 도움 줄 일이 정말 다양해요. 키우지 않더라도 산책 한번 시켜주는 사소한 일에서도 사랑을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작은 개 한 마리는 때로 세상 전체로 향하는 통로가 된다.
다나 + 팀버, 저스틴
차우차우는 거대한 고양이 같은 개다. 낯을 많이 가리고, 시간을 들여 친해진 후에도 자기만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 새침한 종은 대형견을 처음 키워보는 다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촘촘한 털을 말리려면 드라이어 대신 공사장에서나 쓰는 에어 컴프레셔를 써야 한다는 정보부터 신기한 외모의 개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경계심과 적대감, 큰 개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묵직한 진실까지 말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개들 때문에 겨울에는 난방을 하지 않고, 한여름에는 내복을 입고 생활할 정도로 냉방을 하면서 가족의 삶 은 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팀버가 어릴 때는 산책을 시키다 달려나가는 힘에 끌려 넘어져 골절상을 입기도 한 다나는 개와 함께 살면서 옷이나 고급 가구, 휴일과 외식을 포기했다고 말한다. 눈도 뜨지 못하는 강아지를 상자에 넣어 버리고 가거나 착불 택배로 보내는 사람을 겪으며 인간에 대한 실망과 상처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얻은 것은? 단 하나, 개의 존재 자체일 거다. 우리가 계산으로 설명되지 않는 불합리한 선택을 할 때 종종 그 아래 깔린 이유는 그저 사랑이다. “개를 처음 키우겠다는 사람은 웬만하면 말리고 싶어요. 인생 가운데 15년까지 희생하고 배려하면서 함께할 각오가 있어야 하는 일이거든요. 개를 예뻐하며 사랑을 나누고 싶다면, 임시보호 같은 봉사도 좋은 방법이에예 요. 분양받는 부담 없이도 우선 강아지와 지내보며 장단점을 누려볼 수도 있으니까요. ” 이름을 보면 짐작할 수 있지만 무던한 저스틴과 예민한 팀버 외에도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해온 스피츠, 레이크가 있다. 보신탕 집에서 구조된 레이크는 앞치마 두른 여자에게 트라우마가 있어 여러 번 어머니에게 공격 행동을 보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버지 회사의 야외에서 목줄 없이 지내면서 자유를 얻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나에게는 개와 함께 잘 살아가는 일만큼이나 개를 떠나보내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팀버가 다섯 살이 지나고부터는 개들이 나보다 먼저 죽는다는 걸 인정하려고 해요. 얘네가 떠나간다면 다시 강아지는 안 키울 생각이에요.” 아낌없이 사랑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은 사람만이 담담하게 할 수 있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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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ser.
SM 아티스트 6인의 움직이는 화보, 모바일매거진 5-1호 다운로드!
- 에디터
- 황선우, 정준화, 김신
- 포토그래퍼
- 김지양
- 영상
- Albert
- 스탭
- 헤어 강현진, 한지선, 메이크업 권호숙, 박혜령, 어시스턴트 임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