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우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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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이로 22살. 런던 토박이. 한번 보면 잊히지 않을 만큼 개성 강한 얼굴을 가진 모델. 2015 F/W 돌체&가바나, 디젤, 아쿠아스쿠텀,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지스타 로우의 얼굴. 그리고 ‘미술가’. 김상우를 설명할 때 동원되는 말이다.

잘나가는 모델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런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일 줄은 몰랐다. 투잡까지 하고 있다니.
사실 시작은 모델보다는 미술이 먼저였다. 세인트 마틴에 들어갔을 때 패션학과 학생들이 모델을 해달라고 해서 처음 모델 일을 경험하게 됐다. 태어나 바로 런던으로 와서 살았다. 친구들과 너무 다른 외모 때문에 컴플렉스도 있었는데 세인트 마틴에 가고 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렇게 모델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미술은 직업이라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왜 세인트 마틴에서 골드 스미스로 옮긴 건지? 
세인트 마틴은 패션 쪽으로는 굉장한 대학이지만 순수미술 쪽은 학교에서 별 관심이 없는 듯해 보였다. 골드 스미스를 1년 다니면서 미술은 대화라는 걸 배웠다. 사람을 만나면 대화를 통해 상대를 알 수 있지 않나. 작품도 마찬가지다. 눈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의 대화가 그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시선에 따라 내 작품은 바뀔 수 있다. 캔버스는 캔버스, 페인트는 그저 페인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웃고 울게 만들 수 있는 작품, 그게 바로 순수미술의 마법이다.

어떤 작업을 주로 하는지 궁금하다. 
드로잉도 하고, 사진도 찍지만 주 장르는 페인팅이다. 석고, 아크릴, 레진을 섞어서 쓰는데 굉장히 빨리 마른다. 그래야지 텍스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리사이클도 많이 한다. 지난 작품을 보다가 좋은 파트만 남겨놓고 다 하얗게 칠해버린 다음에 그 부분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최근 6월에 있었던 쇼 기간 동안 내가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포토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했다. 하비 니콜스 백화점과 함께 9월에 온라인 갤러리를 만들어 전시할 예정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있나?

그림을 그릴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굉장히 순간적이다. 무언가 계산하기보단 즉흥적으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을 하면 한 흐름으로 끝낸다.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쭉 간다. 순간은 그때뿐이니까. 다음에 나눠서 하면 그때의 감정을 잃게 된다. 가장 오랜 시간 작업한 건 37시간 정도인데 잠깐씩 쉬기만 했을 뿐 이틀 동안 잠도 안 자고 작업만 했다.

순간적이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어떤 영감에 의해 작업하지 않을까?
내게 영감은 순간이고 본능이다. 작품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중요시하는 편인데 내겐 작업 과정이 곧 예술이다. 영감이나 결과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나의 영감을 이야기함으로써 사람들이 고정된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길 원하지 않는다. 뜻이나 의미가 있어서 좋은 게 아니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례적으로 소더비 경매에도 참가했다고 들었다. 어떤 경로로 진행된 것인지?
라는 아트 매거진과 소더비가 협업으로 진행한 자선 경매였다. 내부적으로 보드 미팅을 했는데 내 작품이 반응이 좋아서 경매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고, 당연히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참가했다. 소더비 경매에 참가라니. 영 아티스트는 나를 포함해 3명이 참가했고, 총 12개의 작품이 나왔다. 나는 페인팅 작품으로 2 점을 올렸는데 모두 팔렸다.

아무래도 유명한 모델이라서 더 좋은 포지션에 있겠지?
이런 기회들이 내가 모델이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오는 건 맞다. 문은 모델 일 때문에 열렸지만, 문을 열어주는 사람들은 미술을 보면서 하지 않을까? 확실히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았고 좋은 경험이었다.

이제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는데 미술가로서 앞으로의 행보는?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델 일은 누군가 날 찾아주는 일이고. 이 작업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즐기면서 하고 싶다. 평생 동안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환욱
포토그래퍼
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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